
아들이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이사를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짐이 많지 않으니 잠깐이면 된다고 했습니다.약속한 날 새집에 도착했습니다. 현관에 들어서고 한참 말을 못 했습니다.

집 구조가 낯설지 않았다
거실 배치가 예전 우리 집과 거의 같았습니다. 식탁 자리도 소파 방향도 비슷했습니다. 아들은 별생각 없이 놓았다고 했습니다. 자기도 그제야 알아챈 눈치였습니다. 몸에 익은 것은 그렇게 따라갑니다.

자식은 부모의 방식을 물려받는다
말로 가르친 것보다 보고 자란 것이 오래 남습니다. 밥상을 차리는 순서나 물건을 두는 자리가 그렇습니다. 본인은 의식하지 못한 채 그대로 따라 합니다. 부모가 남기는 것은 재산만이 아닙니다. 생활의 방식이 함께 넘어갑니다.

독립은 단절이 아니다
자식이 집을 나가면 관계가 끊어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형태가 바뀌는 것에 가깝습니다. 떨어져 있어도 이어진 부분은 남아 있습니다. 그 사실을 확인하면 허전함이 줄어듭니다. 거리와 관계의 깊이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날은 짐만 옮기고 일찍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이상하게 좋았습니다.자식이 멀어졌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것이 이미 건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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