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CMA 2024 - 야마하, YZF-R9 실물 공개와 Y-AMT의 확대

통상적으로 브랜드들은 10월부터 이듬해에 선보일 모델을 하나 둘 공개하곤 한다. 마지막 4분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의 이유도 있고, 여기에 격년마다 독일 쾰른에서 개최되는 인터모트(INTERMOT)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브랜드마나 인터모트보다 EICMA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다보니 10월에 공개하는 신제품은 부분변경이나 중요도가 조금 떨어지는 모델을 공개하고, 11월 EICMA에서는 프레스 컨퍼런스 현장에서 주인공급의 모델을 공개해왔다.

야마하도 동일한 패턴으로 제품을 공개해왔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코로나가 지나면서부터 야마하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연말의 행사에서 눈에 띌 만한 신제품이 공개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 모델이거나, 소량의 파생모델 정도만이 선보였을 뿐 완전히 새로 개발된 제품은 보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올해 초 야마하 딜러 컨퍼런스 당시 국내에 방문했던 야마하 본사 관계자들과의 인터뷰에서도 “과거 여러 모델에 도전했지만 실패하며 큰 손실을 본 이후로 안전하게 하나의 엔진으로 여러 시리즈를 만들어내는 분위기”라며 “LMW 기술 기반의 트리시티 125나 나이켄 역시 좋은 결과라 하긴 어려웠다”고 밝혀 이런 분위기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임을 암시한 바 있다.

야마하 YZF-R9

야마하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신제품 발표 행사 없이 지난 10월부터 공개한 신제품을 전시하는 정도로만 이번 EICMA에 참가했다. 가장 주목도가 높은 모델은 새롭게 슈퍼스포츠 대표 모델의 자리에 오른 YZF-R9이었고, 자동 변속기 시스템인 Y-AMT가 투입된 트레이서 9 GT+, 전자장비 투입으로 편의성을 높인 MT-07, 디자인과 편의사양을 업그레이드한 티맥스 등도 함께 전시됐다.

YZF-R1이 단종을 발표했다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유로 5+ 환경규제에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만 만날 수 있을 뿐 우리나라나 유럽 등 유로 5+가 시행중인 국가에서는 레이스 사양으로만 만날 수 있다. 야마하가 슈퍼스포츠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만큼 당연히 뒤를 이을 모델이 필요하고, 크로스플레인 철학의 서막을 연 CP3 엔진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 이미 여러 매체들을 통해 CP3 엔진으로 슈퍼스포츠가 개발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여기에 이 신제품의 이름으로 R9을 등록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며 누구나 예상했던 신제품 YZF-R9이 조금은 맥빠진 채로 공개된 것이다.

200마력을 넘나들던 기존 4기통 엔진에 비하면 120마력 전후밖에 안되는 890cc 3기통 엔진의 파워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제품이 겨냥하는 대상이 숙련자가 아닌 초심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기존 R3와 R7으로 어느정도 미들급 성능에까지 익숙해졌다면 이번 R9을 통해 리터급에 부담을 덜고 접근할 수 있는 것. 물론 기존 MT-09 등에서 경험했던 CP3 엔진 특유의 폭발적인 토크를 생각한다면 이 또한 만만치 않겠지만, 이 모델 역시 여러 전자장비가 보조하고 있어 크게 문제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프레임은 R9 전용으로 개발되어 중력 주조 방식으로 제작된 알루미늄 델타박스 프레임으로, 다른 CP3 엔진 탑재 모델과 비교해도 횡방향, 종방향, 비틀림 등 세 방향의 강성이 모두 뛰어나 하중이 높건 낮건 간에 우수한 스포츠성을 발휘한다. 무게도 역대 슈퍼스포츠 모델 중 가장 가벼운 9.7kg 밖에 되지 않아 전체 무게를 195kg으로 낮추는데 크게 기여했다. 25년형 R1과 함께 개발된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KYB 제품으로, 예압, 압축, 신장 모두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다. 브레이크는 브렘보 스타일레마 모노블럭 캘리퍼를 320mm 디스크와 조합해 뛰어난 일관성과 조작 피드백을 제공하고, 레버 작동 시 일정하게 제동력이 발생해 원하는 만큼 속도를 줄이기 수월하다.

R1 기반으로 개발된 6축 IMU가 탑재되어 차량 정보를 파악, 이를 ECU에 전달해 다양한 전자 기능의 작동을 보조한다. 여기에 통합 라이딩 모드 YRC가 탑재되어 스포츠, 스트리트, 레인 및 2개의 사용자 정의 모드, 4개의 트랙 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동력 전달(PWR), 트랙션 컨트롤(TCS), 슬라이드 컨트롤 시스템(SCS), 브레이크 컨트롤(BC), 백 슬립 레귤레이터(BSR), 엔진 브레이크 관리(EBM), 앞바퀴 들림 제어(LIF) 등의 기능 개입도를 일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또한 레이스에 필요한 론치 컨트롤 시스템과 3세대 퀵시프트 시스템도 탑재되어 있다. 계기판은 5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며, 트랙을 비롯해 다양한 테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폰 연결 기능도 제공하는데, 새로 개발한 Y-TRAC 앱은 랩타임과 구간별 타임을 기록하는 건 물론이고 기울임 각도, 엔진 회전수, 기어 위치, 스로틀 개방도, 트랙션 컨트롤 등 차량 기능과 관련된 각종 데이터들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피트에서 대시보드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가상 피트보드 옵션도 제공한다고.

트레이서 9도 여러 변경점이 적용된 신형으로 출시됐다. 먼저 전 사양에 코너링 헤드라이트 시스템이 탑재되고, GT와 GT+ 사양에는 어댑티브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가 적용되어 헤드램프 상단 카메라를 통해 대향 차량을 파악, 운전자의 눈부심을 방지하는 동시에 운전자 시야를 추가로 확보한다. 그리고 GT 시리즈 전용으로 IMU와 연동되는 전자식 서스펜션 시스템 KADS가 탑재되고, 자동 변속 시스템 Y-AMT도 탑재된다. Y-AMT는 클러치 레버 없이 버튼으로 변속할 수 있고, 편하게 주행하고 싶다면 자동변속 모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자동 변속 모드에서는 부드러운 D모드와 스포티한 D+ 모드 중 선택할 수 있고, 각각의 모드는 YRC를 통해 출력이나 슬라이드 컨트롤 설정을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 연결 기능에 맞춰 스마트폰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연료탱크 우측에 마련해놓았다.

MT-07도 CP3 제품군과 마찬가지로 각종 전자장비의 수혜를 받게 됐다. 먼저 전자식 스로틀인 YCC-T가 적용되어 이를 바탕으로 야마하 라이드 컨트롤(YRC)을 통해 주행 모드를 변경할 수 있으며, 옵션으로 3세대 퀵시프트를 추가할 수 있다. Y-AMT 버전이 함께 발매되는데, 이 경우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더해져 장거리 이동이 더욱 편해진다. 그리고 조작 편의성을 위해 어시스트 앤 슬리퍼 클러치가 더해졌고, 급제동 시 안전을 위해 비상 정지 신호 시스템도 적용됐다.

야마하 엔맥스

티맥스의 경우 차체 디자인 변경 등 소소한 변화가 이뤄졌으며, 엔맥스도 새로운 색상으로 출시됐는데, 재밌는 점은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 먼저 선보였던 엔맥스 터보의 YECVT는 도입되지 않았는데,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 차등을 두는 것인지, 아니면 내년 중 추가적인 신모델 발표가 있을지는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