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기가 시작됐다. 후반기는 모든 싸움이 더 본격화된다. 특히 포스트시즌으로 향하는 와일드카드가 세 장으로 확대되면서 순위 경쟁은 이전보다 치열해졌다.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늘어난 건 많은 팀들에게 희망을 심어줬다. '포기'를 뒤로 미루게 했다. 덕분에 마지막 날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상황들이 늘어났다.
성공은 그냥 오지 않는다.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작업은 필수다. 마지막 전력 보강을 할 수 있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이 중요한 이유다.
장외 전쟁
팀들간의 싸움은 야구장 밖에서도 일어난다. 노리는 선수가 같을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신중하면서도, 과감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우리 시간 8월1일 오전 5시다. 하지만 일정상 혼선이 예상되면, 커미셔너가 7월29일부터 8월4일 사이에 하루를 선택할 수 있다.
올해는 '8월1일 오전 7시'다.

과거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논웨이버와 웨이버로 구분됐다. 자유롭게 선수 이동이 가능한 논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이 지나도, 성적 역순대로 기회를 가지는 웨이버 트레이드로 선수 영입이 이뤄졌다. 그러나 2019년부터 마감시한을 하나로 통일함으로써 공시된 날짜가 지나면 선수 영입이 불가능해졌다. 40인 로스터 밖에 있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팀을 옮길 수 있지만, 해당 선수들은 팀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마감시한 전 선수 이동이 더 활발해졌다. 올해도 약 일주일 동안 지각변동이 일어날 예정이다. 어느 팀은 선수를 데려오는 바이어(buyer)로서, 어느 팀은 선수를 내주는 셀러(seller)로서 각자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다.
또 하나의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장외 전쟁이 시작된다.
올인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팀들은 아쉬운 점을 채우려고 한다. 그래야 포스트시즌에 가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현 시점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가장 높은 팀은 '다저스'다. <팬그래프> 기준 99%에 달한다.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 확률도 20.8%로 가장 높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승을 넘보고 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유리하게 관측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다저스가 가만히 넋 놓고 있을 순 없다. 불펜 약점이 너무 명확하다.
다저스는 선발진 붕괴로 불펜의 이닝 소화가 압도적으로 많다. 불펜 평균자책점 4.35는 메이저리그 24위에 불과하다. 7월 불펜 평균자책점은 4.97로 더 나빠진다. 시즌 중반이 지나면서 불펜 과부하가 한층 부각되고 있다. 심지어 어제는 마무리 태너 스캇까지 팔뚝 부상으로 교체됐다.
불펜 최다 이닝 기록
446.2 - 다저스
402.0 - 화이트삭스
397.1 - 마이애미
391.1 - 애슬레틱스
388.2 - 밀워키 & 디트로이트
불펜 보강은 다저스만 급한 게 아니다.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 디트로이트를 비롯해 시카고 컵스와 토론토, 필라델피아 등이 불펜 정비가 필요하다.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선 매번 많은 점수를 낼 수 없다. 최소한의 점수가 나오면 그 리드를 지켜내야 한다. 그리고, 지키는 야구의 핵심이 바로 불펜이다. 2010년대 짝수해 왕조 샌프란시스코, 2014-15년 캔자스시티는 불펜 야구의 흥행을 주도했다. 이후에도 불펜 야구가 우승의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불펜은 우승 전력의 밑거름으로 여겨졌다.

올해 주목해야 될 포지션은 '3루'도 있다. 양키스와 컵스 등 우승권 팀들의 3루 전력이 신통찮다. 컵스는 3루수 도합 OPS가 0.550으로 전체 최하위다.
<팬그래프> 3루수 승리기여도 최하위
-0.3 : 컵스
-0.5 : 미네소타
-0.6 : 신시내티
-1.2 : 에인절스
양키스도 3루수가 시급하다. 3루 도합 타율이 0.214로 전체 28위다. D J 르메이휴를 방출한 양키스는, 팀 사정상 3루를 맡았던 재즈 치즘 주니어가 2루로 돌아갔다.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맞춰 "총력을 다할 것(go to town)"을 예고했다.
등가교환
모든 팀이 선수를 영입할 순 없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도 있어야 한다. 우승 경쟁에서 멀어진 팀들은 선수 판매에 나선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은 미래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 최근 2022년 워싱턴이 좋은 예다. 당시 워싱턴은 전반기 전체 최하위 팀이었다. 그러자 팀의 연장 계약 제안(15년 4억4000만)을 거절한 후안 소토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워싱턴과 협상한 팀은 샌디에이고였다. 샌디에이고는 소토와 조시 벨을 받는 조건으로, 팀 투타 최고 유망주들을 다 내줬다. 그와 더불어 상위 유망주도 몇 명 포기했다. 워싱턴이 샌디에이고 팜의 기둥뿌리를 뽑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소토를 주고 받아온 샌디에이고 투타 최고 유망주는 CJ 에이브람스(24)와 매캔지 고어(26)였다. 에이브람스는 지난해 20홈런 31도루로 올스타 시즌을 장식했다. 올해 풀타임 3년차가 된 고어도 워싱턴의 1선발로 올라섰다. 올해 4승9패 평균자책점 3.59로 승운은 따르지 않지만, 9이닝 당 탈삼진 수가 11.18개에 달한다(리그 3위).
조커도 적중했다. 워싱턴이 샌디에이고에서 받아온 선수들 중 한 명은 바로 제임스 우드(22)였다. 우드는 올해 리그 정상급 야수로 거듭났다. 올스타전과 홈런 더비도 참가할 정도로 리그 내 명성이 높아졌다. 시즌 99경기 타율 .275 24홈런 70타점을 기록, 24홈런은 소토와 같은 리그 6위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외야수 로버트 하셀 3세(23), 최고 구속 103마일을 찍은 팀 3위 유망주 할린 수사나(21)도 소토의 유산들이다. 워싱턴으로선 소토와의 결별은 아쉬웠지만, 데려온 선수들이 착실하게 성장하면서 그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현재 한 걸음 물러선 팀들은 '제2의 워싱턴'이 되고 싶어한다. 전반기 막판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갔던 볼티모어는 엊그제 주축 선수들을 넘길 것을 시사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쉽지 않은 애슬레틱스와 피츠버그, 클리블랜드, 미네소타 등도 선수 판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직은 미련이 남은 애리조나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관심사다.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는 2022년 소토처럼 거대한 파장을 일으킬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대가로 지불하는 유망주들의 수준도 그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에 미래를 도모하는 팀들은 진흙 속의 진주들을 발견하기 위한 '옥석 가리기'를 잘해야 한다.
후보들
애리조나의 행보를 주시하는 건 애리조나에 그만큼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리그 홈런 선두 에유헤니오 수아레스를 필두로, 메릴 켈리와 잭 갤런, 조시 네일러 등 다른 팀들이 탐낼만한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수아레스는 인기 폭발이다. 3루 수비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3루수를 맡으면서 엄청난 파워를 과시한다. 36홈런 86타점은 리그 1위다. 2019년에 기록한 개인 최다 49홈런을 넘어설 기세다. 무엇보다 홈런은 포스트시즌에서 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포스트시즌은 불펜 야구가 대세다. 올해는 불펜에서 힘을 실어줄 투수들이 꽤 있다.
마무리들이 총출동이다. 클리블랜드 엠마뉴엘 클라세, 미네소타 요안 듀란, 피츠버그 데이빗 베드나, 애슬레틱스 메이슨 밀러, 세인트루이스 라이언 헬슬리가 팀을 옮길 수 있다. 반면, 볼티모어는 펠릭스 바티스타를 일단 지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좋은 제안이 오면 입장은 언제든지 바뀔 것이다.
클리블랜드는 불펜 에이스 케이드 스미스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뒷문 고민에 빠진 팀들은 충분히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원래 선발 투수 최대어는 마이애미 샌디 알칸타라였다. 하지만 알칸타라는 토미존 수술 복귀 첫 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19경기 4승9패 ERA 7.14). 오히려 5월 이후 12경기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 중인 에드워드 카브레라의 주가가 높아졌다.
올해는 시장이 독특하다. 당초 야수 최대어였던 시카고 화이트삭스 루이스 로버트 주니어도 가치가 떨어졌다. 2년 전 38홈런 20도루로 파이브툴 플레이어의 정석을 보여줬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83경기 타율 .206 10홈런 25도루). 이에 <디애슬레틱>은 트레이드 가치 8위로 뒀던 로버트 주니어를 아예 순위에서 제외시켰다.
트레이드 마감시한의 묘미는 깜짝 트레이드에 있다. 밝혀지지 않은 트레이드 대상자들이 갑자기 팀을 옮길 수 있다. 아무도 내다보지 못한 트레이드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또한 마감시한 직전에 대형 트레이드가 발표되기도 한다.
야구가 그렇듯, 트레이드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