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우리도 생활 어렵다" 호소…선배들, 분유·기저귀 지원
"사직서 수리 안 돼 취업 못해… 마이너스 통장에 과외 알아보기도"
경기도의사회 "후배들 돕고자 정기후원 계좌 신청받는다"
서울시의사회 사이트에 수백개 '구인·구직 글' 올라와
전공의 집단사직이 장기화하면서 현장을 이탈한 일부 전공의들의 '생활고'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생활고와 육아 고초를 겪는다고 하자 분유와 기저귀 등을 지원해주자는 선배 의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역 의사단체들은 후배 전공의들을 돕는 정기후원 계좌를 만들고 일자리를 주선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전공의들 "생활 힘들어 마통 만들고, 과외 자리 알아본다"
한 전공의는 28일 연합뉴스에 "사직서 자동 수리 시점인 한 달이 지났음에도 병원에서 사직서를 수리해주지 않아서 다른 곳에서 일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민법을 근거로 사직서를 제출한 후 한 달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직 효력이 발생해 '자유의 몸'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민법 660조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자의 경우 사직 의사를 밝힌 1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으므로 애초에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민법 660조는 '고용기간 약정이 없는' 근로자에 해당하는 만큼 수련기간이 정해진 전공의들은 적용되지 않는다며,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하면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공의는 "(은행) 대출을 막았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다른 곳에서 일을 하기도 마땅치 않아서 과외 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독립한 성인인 경우가 많은데, 고정지출 비용이 있어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통하기도 하고 알음알음 과외를 구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전공의는 "수련병원 전공의들 월급은 월 300만∼400만원 정도를 받기에 (수련이 끝나기 전까지는) 다른 회사원과 비슷하다"며 "병원도 일종의 회사인데, 겸직 금지를 하는 곳도 있어서 과외 자리를 알아보는 것도 불법일 수 있어 불안해한다"고 전했다.
이날 한 은행에서 의사 전용 대출을 회수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이 "주거래 은행을 바꾸자"며 '저격' 글을 올리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페이스북에 "KB은행이 전공의들 닥터론 대출을 회수한다고 한다. 의사들이 분명한 보답을 해야겠다"며 "선배 개원의들은 일단 건강보험 청구 들어오는 통장과 주거래 은행부터 타 은행으로 옮겨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KB국민은행 측은 전공의 집단사직 등 현안과는 전혀 상관없는 상품 라인업 개편이고, 의사들의 '오해'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선배 의사들 "전공의 돕자"…분유·기저귀 보내고, 일자리 알선
전공의들의 선배 격인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공의들에게 분유와 기저귀를 제공하는 '아이 키우는 닥터 지원 프로젝트'를 의협으로 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에는 이날까지 120명의 전공의가 도움을 요청했고, 154명이 후원했다고 노 전 회장은 전했다.
경기도의사회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전공의를 돕기 위해 '멘토-멘티 매칭 계좌' 신청을 받는다고 이날 회원들에게 공지 문자를 보냈다.
경기도의사회는 "현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정기 후원이 가능한 계좌를 50만원 기준으로 신청해달라.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후배를 직접 연결해드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도 웹사이트에 구인·구직 게시판을 열어 전공의들의 임시 취업이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연결해주고 있다.
지난 6일 생긴 이 게시판에는 현재까지 350여개에 달하는 구인·구직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19일부터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장을 이탈한 후 '의료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사직서 제출 후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으며, 현장으로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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