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中에 쫓기고, 美수출 제재 불똥…기술로 해법 찾는 삼성·SK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김인오 기자(mery@mk.co.kr) 2024. 10. 1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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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K반도체
세계 PC수요 둔화기 접어들어
中 D램 저가 공세로 시장 잠식
국내 메모리 탑재한 AI반도체
美 수출통제 강화 검토에 긴장
삼성, 용량 제한없는 칩 개발
하이닉스 차세대 HBM 속도

◆ 불안한 반도체 ◆

한국의 수출 효자 종목인 반도체 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공습하고 있는 데다, 미국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칩을 수출할 때 국가별 한도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가올 '반도체의 겨울'을 앞두고 첨단 기술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ompute Express Link·CXL)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 시장은 PC를 중심으로 둔화기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중국은 가격을 무기로 빠른 속도로 치고 들어오고 있다. 테크인사이트·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D램 시장 점유율이 9%,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낸드에서 13%를 차지한다. CXMT는 D램 생산 능력을 4년 새 5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세계 4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빅3' 구도에 중장기적으로는 균열이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가 이어지는 것도 한국 기업에 악재다. 중국 정부는 올해에만 270억달러(약 36조원)에 달하는 반도체 지원 펀드를 조성했다. 중국 청퉁홀딩스그룹과 국가개발투자공사도 참여했다. 샤오미 트랜션과 같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작년부터 자국 CXMT의 12Gb(기가비트) 저전력 모바일 D램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정부가 국가별로 엔비디아·AMD와 같은 AI 반도체 수출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나섰다. 이들 반도체에는 국산 메모리 칩이 탑재된다.

미국의 제재와 중국의 추격이라는 '사면초가'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첨단 기술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들고나왔다. 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OCP 글로벌 서밋 2024'에 참석해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용량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CXL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종전 기술로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를 물리적으로 연결해야 컴퓨팅 파워를 사용할 수 있었다. CPU에 연결된 메모리 용량이 제한적이고, 확장하려면 추가적인 CPU 소켓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CXL은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은 외부 메모리 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강점이다. 특히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구현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기술로 부상 중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수명과 속도를 향상하는 기술을 과시했다. 유연 데이터 저장(FDP) 기반 QLC(Quad-Level Cell) 낸드플래시 기술이다. 셀당 4비트를 저장하는 QLC 낸드플래시는 종전 SLC(1비트), MLC(2비트), TLC(3비트)보다 진일보한 반도체다. 하지만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사용해야 하는 만큼 속도와 수명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셀의 마모를 줄여주는 FDP 기술을 개발해 이를 QLC 낸드에 도입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2025년 하반기 HBM4를 양산하고, 2026년에는 차세대 버전인 HBM4E를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HBM4는 설계가 완료되고 생산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인 '테이프 아웃'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는데, 그다음 버전을 조기에 완성해 HBM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하는 HBM4는 전작 대비 대역폭은 1.4배, 메모리 집적도는 1.3배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전력 소모는 30% 줄어들고, 메모리 칩셋 용량은 24Gb에서 32Gb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양사의 임원들은 잇따른 발표에 참여하며 기술을 공유했다. 송택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솔루션팀 상무가 마벨·아스테라랩스 관계자들과 'AI 클러스터를 위한 상호 연결 및 메모리 확장'을 주제로 패널 토론에 참석했고, 주영표 SK하이닉스 소프트웨어 솔루션 부사장은 '미래 AI 반도체 R&D'에 대해 발표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 서울 이상덕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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