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역이 9억원이었는데, 강남역에 이름 넣는 건 얼마?

핫플 강남·성수역 등 지하철 ‘역이름’ 공개 입찰
부역명이 병기된 을지로3가역. /서울교통공사

서울교통공사가 강남, 성수, 종각, 신림, 여의나루, 사당, 삼각지, 노원, 답십리, 상봉역 등 총 10개역을 역명병기 유상판매한다고 16일 밝혔다.

역명병기는 지하철의 주역명 아래 부역명을 추가 기재하는 걸 말한다.  서울교통공사가 2016년부터 진행 중인 사업이다. 지하철역이나 출입구, 안전문, 승강장 등에 병기되고 하차 시 안내 방송에 나와 홍보 효과가 있다. 서울숲(에스엠타운), 압구정(현대백화점), 서대문 (강북삼성병원)이 대표적인 예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역명병기 계약을 체결한 기업·기관들도 높은 홍보 효과에 만족해 7월 현재 약 80% 재계약률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역이름’ 공개 입찰 보도자료. /서울교통공사

낙찰받은 기업·기관의 계약기간은 3년이고, 재입찰 없이 1회 계약 연장 가능하다. 역 반경 1km 이내, 시외는 2km 이내 해당 기업이나 기관이 있어야 한다. 최종 낙찰은 ‘역명병기 유상판매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며 60일간 교체 기간을 거쳐 표출된다.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이다.

지하철 역명병기 사업은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 적자를 보완하기 위해 '역명병가 유상판매’ 제도로 도입됐다. 과거 입찰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성 있는 기업·기관이 아닌 높은 입찰 금액을 제시하는 기관이 역명병기 사업을 따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서대문역 7번 출구. /서울교통공사

지난해 경쟁입찰에서 7호선 논현역을 한 대형 안과가 기초 가격의 300%가 넘는 9억원에 낙찰받기도 했다. 5호선 발산역의 경우, 약 1000병상의 종합대학병원인 이대서울병원을 제치고 약 70병상 규모의 SNU서울병원이 낙찰에 성공했다. 당시 지역 대학병원인 이대서울병원은 지역 대표성을 단순 입찰금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높은 입찰가 때문에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지난해 7월 서울교통공사가 진행한 신림역의 ‘역명병기’ 사업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이 병원은 2017년 참여해 신림역과 병기하는 권리를 확보했고, 2020년에도 입찰에 참여해 2억원 선에서 재계약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신규 입찰에선 최저 입찰가격이 5억775만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껑충 뛴 것이다.

/더비비드

한 익명 커뮤니티에선 “지하철은 공공시설인데 지역을 대표하는 시설명이 들어가는 게 맞지 않나?”, “시민 편의보다는 적자를 매꾸기 위한 방식으로 보인다”는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정환 서울교통공사 신성장본부장은 “지하철 역명병기 사업은 지역의 상징성을 선정해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과 기관의 호응을 받아왔다”며, “개선된 제도를 통해 공공성을 높이고 시민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불편을 덜겠다”고 말했다.

/주서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