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주차도 못하는데 임대라니”…주차임대 갈등 갑론을박

서울시 “입주민 과반수 동의하 주차장 임대 가능”…세부 규정은 전무
ⓒ르데스크

최근 서울 거주지 주차장 임대 논란이 거세다. 자가용이 없는 거주자가 다른 사람에게 주차장을 임대해 주는 것에 대해 일부 주민들과 마찰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론 또한 둘로 갈린다. 임대 찬성 측은 차가 없어도 주차장에 대한 권리가 있는 만큼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거주민 우선 지역에서 임대 사업을 하는 것이 이기적이라 주장하고 있다.

13일 국내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다세대빌라 주차장 임대해 주고 돈 받는 거주자들'이라는 글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해당 글의 쟁점은 차량이 없는 거주민이 주차장을 가지고 임대사업을 해도 되냐는 것이다.

8세대 거주 빌라에 거주한다는 글 작성자는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빌라 반장 아주머니가 본인 지정 차 구역에 주차를 했다며 차를 빼달라고 요구했다”며 “지정 차 구역이란 것을 몰랐는데 반장 아주머니가 암묵적으로 지정주차 자리를 만들고 세대별로 배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정 차가 사는데 불편한 게 없으니 일단 아주머니 말을 수락했는데 밤이고 낮이고 새벽이고 주말이고 ‘차 좀 빼주세요’란 요청을 매일 받았다”며 “그런데 또 내가 나갈 때는 연락이 잘 안됐고 어느 날은 앞을 막고 있던 렉서스 차주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빌라가 아닌 어디 저 멀리 골목에서 기어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렉서스 차주에게 거주민도 아닌데 왜 주차하냐고 물었을 때는 여기 거주하는 아주머니한테 돈을 주고 월 임대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빌라 주차 자리를 배정한 반장 아주머니가 돈을 받고 주차장 임대를 진행한 것이다.

글 작성자가 주차장 임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자 “자기네도 거주자라 주차지분이 있는데 자기 내는 차가 없어서 자리를 손해 보고 있었다”며 “돈 받고 내준 게 무슨 상관인가 법대로 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 주차장 임대에 관현 명확한 기준이 아직 부족해 입주민들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주차 자리를 판매·구매를 희망하는 거래 글. [사진=당근 갈무리]

해당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제각기 다르다. 반장이 마음대로 지정 차 시스템을 만든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여론이지만 주차 자리 임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다른 주민들과 똑같은 관리비 혹은 주차비를 지불하고 있다면 그 자리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임대를 해도 상관없는 것 아니냐”며 “그렇지 않다면 차가 없는 사람이 너무 손해를 보는 구조 같다”고 말했다.

주차장 임대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거주자들도 주차 자리가 부족한 주택에서 임대 사업을 펼치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지적한다. 또 빌라 특성상 차를 빼줘야 하는 상황이 빈번한데 외부인이 드나들면 주차장을 사용하는 거주자 입장에서 불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주차 임대 반대하는 한 누리꾼은 “주차장이 공용 관리비에서 나가는 구조라 차가 없는 사람들이 손해라면 주차비만 따로 분리하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다”며 “만약 이미 분리돼 있고 아줌마가 주차비를 내면서 임대를 펼치는 것이라면 거주민 우선 주차 법칙에 어긋나는 행동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차비 형평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은 수도 없이 많은데 이를 임대로 해결한 것은 사실상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주차장 임대는 비단 빌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에서도 수도권 주차난이 심해질수록 주차장을 임대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주차 자리가 항상 부족한 서울에서 주차 자리 임대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당장 중고거래 플랫폼에 ‘주차’ 혹은 ‘주차장임대’라고 검색하면 관련 거래만 수십 개가 나온다. 특히 강남, 신촌, 종로, 용산 등 번화가일수록 거래량도 많고 가격도 높다. 특히 강남역과 같이 주차난이 심각한 지역은 30만원까지 받기도 한다.

주차 임대 자체는 불법은 아니다. 실제로 서울시와 일부 지자체들은 주차 공유가 빈 공간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도시재생적 방안이라고 평가하며, 주차장 공유앱과 거주자우선주차장 공유사업까지 벌이고 있다.

다만 주차 임대를 진행하기 전에 거주민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특별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따르면 입주자들은 주차장을 임대할 수 있지만 임대기간 및 임대조건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결정하고, 결정한 내용에 대해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세부적인 법과 명확하지 않아 거주민들 간 갈등은 심화되는 추세다. 이번 사태만 보더라도 차가 있는 세대가 추가됐을 시 반장 아주머니가 가지고 있는 주차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또 주차 공유가 불법이라는 법적인 근거 또한 없어 이미 계약한 주차 임차인을 내쫓기에도 무리가 있다.

서초 소재의 한 변호사는 “주차장은 공용 공간이라 임대 시 입주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관련 규정이 부족해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입주민들 간 주차장 임대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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