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탈덕할래요”… 해외팬 울리는 ‘굿즈 대리구매 사기’

노지운 기자 2026. 1. 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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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겨냥한 ‘팬덤범죄’ 기승
“아이돌 티켓 등 구매해 주겠다”
SNS로 접근해 돈만 받고 잠적
사기꾼 1명에 피해자 100명도
피해자들 “韓실망 관심 끊을것”

“K-팝은 한때 제 삶의 이유였지만 이젠 한국 자체가 싫어졌어요.”

브라질 한 의대에 재학 중인 페르난다(23) 씨는 9일 한국 인기 아이돌의 굿즈를 구매하려다 사기를 당한 자신의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지인들과 돈을 모아 X(옛 트위터)에서 알게 된 한국인에게 60만 원을 송금하면서 굿즈 대리구매를 부탁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나도록 물품을 받지 못했고, 돈을 받은 한국인과 연락은 두절됐다. 그는 “송금한 금액이 브라질에선 4개월 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큰돈”이라며 “(같이 굿즈를 사기로 한) 지인들에게 돈을 다시 줘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다.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는 K-팝 팬 A(25) 씨도 SNS를 통해 접촉한 한국인 대리구매 업자에게 300만 원을 사기당했다. A 씨는 “해당 업자에게 피해를 당한 해외 팬이 100여 명에 달하고 피해액도 수천만 원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 있다 귀국해서 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한다”며 “다른 말레이시아 친구들도 사기를 당했지만 사건 해결이 쉽지 않아 신고를 포기했고 K-팝에 대한 관심도 끊었다”고 말했다.

K-팝 인기를 악용해 외국인을 상대로 한 대리구매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먼 거리에 있는 외국인이 거래 과정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돈만 받아 잠적하는 사기가 빈발하는 것이다. 사기를 당한 해외 팬들이 ‘탈덕(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끊는 것)’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한국 인기 아이돌 공연 티켓이나 관련 굿즈 구매를 원하는 외국인은 수수료·웃돈을 줘가며 한국에 있는 개인에게 구매 후 배송을 부탁하는 게 일반적인 거래 과정이다. 아이돌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 스토어(임시 매장)가 주로 서울에 있는 데다, 온라인에서는 특정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 중랑경찰서는 인기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대신 구매해주겠다며 팬들로부터 돈만 받아 잠적한 사기 일당을 추적하고 있다. ‘입금자명 오류’를 이유로 수차례 재입금을 요구하는 수법에 당한 피해자들이 경기·충남 등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대리 티케팅 사기 피해자 20여 명이 모여 오픈채팅방을 만들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SNS 서버가 해외에 있어 피의자를 특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피해금액은 수백만 원부터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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