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파 다르빗슈, 혐한 일본인에 “나잇값 해라” 직격

안우진에게 생긴 13살 위 ‘좋은 형’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24)이 지난 9월 병원 신세를 졌다. 상한 팔꿈치 인대를 이식으로 보강하는 수술이었다. 일명 토미 존 서저리다.

집도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닐 엘라트라체 박사다. 류현진과 오타니 쇼헤이, 클레이튼 커쇼 등도 신세를 진 의사다. LA에 있는 컬렌-조브 클리닉(Kerlene Jobe clinic)의 에이스다.

안우진은 수술과 회복 과정을 거치며 한 달가량 현지에 머물렀다. 멀지 않은 샌디에이고를 찾아 ‘하성이 형’과도 반갑게 재회했음은 물론이다. “일식집에서 회도 사줬다”고 자랑한다.

어디 그뿐이겠나. “하성이 형 소개로 파드레스 선수들과 인사를 나눌 기회도 있었다. 덕분에 함께 얘기도 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올해 NL 사이영상 수상자 블레이크 스넬과 셀카도 찍었다.

기념사진의 초대 손님은 또 있다. 다르빗슈 유다. 그와는 사진만이 아니다. 뜻밖의 얘기도 전한다. 히어로즈의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다르빗슈 선수가 비행깃값이랑 다 해준다고, 같이 운동하자고 그러더라.” 진짜냐고 묻자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냥 하는 인사말인 줄 알고, ‘아리가토(고마워)’라고 가볍게 넘겼다. 그런데 진짜라고 다시 얘기하더라. 아시아 선수들에게 되게 관심이 커서, 많이 도와주고 싶다는 말도 하더라.”

‘만약 오타니와 다르빗슈 중 한 명과 함께 훈련할 기회가 생긴다면 누굴 택하겠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다르빗슈”라고 답한다. 투수로서의 경력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안우진에게는 13살 많은 멋진 형이 하나 생긴 셈이다.

유튜브 채널 키움 히어로즈 캡처

‘하원미 표 김치’에 매료된 달빛

다르빗슈의 한국에 대한 친근함은 유명하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의 팀 동료 추신수와 관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7년의 에피소드다.

하루는 다르빗슈가 “진짜 김치 맛이 궁금하다”는 하소연을 했다. 미국의 웬만한 아시안 마켓에서도 김치를 팔지만, 제대로 된 것을 먹어보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추신수가 흔쾌히 받아준다. “아내가 김치를 잘 만든다. 나중에 한 번 갖다주겠다”고 선심 쓴 것이다.

며칠 뒤, 제대로 된 김치를 선물했다. 큼직한 무가 들어가고, 새빨간 국물이 흥건한 ‘하원미 표’ 특제품이다. 시식 평이 생생하다. 100만 팔로워(현재는 290만)를 거느린 SNS의 강자답다.

“한국인 동료 추신수의 수제 김치다. 한국이라면 역시 김치다”라며 “너무 맛있어서 과식했다. 잠잘 때까지 배가 꺼지지 않을 정도로 많이 먹었다”고 감탄했다. “곧 다 먹어버릴 것 같다. 또 부탁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이 기억은 꽤 강렬했던 것 같다. 다르빗슈가 다저스에서 잠시 뛴 적이 있다. 2017년 후반기였다. 류현진을 보더니 또 친한 척이다. 그러면서 추신수에 대한 칭찬, 기막힌 김치를 맛봤던 추억을 이야기한다.

다르빗슈 유 SNS

마이너리그 한인 선수들에게도 애정

한식에 대한 진심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일화가 있다. 역시 트위터(X)상에서 벌어진 일이다. “오늘은 통역, 트레이너와 함께 한국 식당을 찾아 맛있는 한국 요리를 먹으러 왔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한국의 H 맥주와 상추쌈, 김치 등 푸짐한 밑반찬이 차려진 사진과 함께였다.

여기에 삐딱한 일본어 악플이 달렸다. ‘더러운 한국 음식이나 먹고 있으니, 성적이 그 모양이다. 반성 좀 해라’는 댓글이다.

그냥 넘어갈 성격이 아니다. 혐한 발언을 한 네티즌을 향해 몸쪽에 꽉 찬 직구를 꽂아 넣는다. “나이는 35살이나 먹고(아마 프로필을 확인한 듯) 할 일이 그렇게 없냐.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어른답게 좀 굴어라”며 일갈했다.

그렇다고 다르빗슈가 추신수나 류현진, 안우진 같은 수준급의 선수에게만 관심을 갖는 게 아니다. 이제 막 도전을 시작하는 어린 재목들과도 접점을 만든다. 그의 입장에서는 무명이나 마찬가지인 선수들이다.

얼마 전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마산 용마고 투수 장현석의 경우다. 어느 날 이 고교생의 SNS에 낯익은 이름이 입장했다. ‘Good Luck(행운을 빈다)’이라는 멘션을 단 팔로워다. 계정명이 Yu Darvish였다. 긴가민가해서 살펴보니 진짜였고, 잠자던 가족들까지 깨워서 자랑했다며 감격스러움을 전했다.

과거 텍사스 레인저스 초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2012년이다. 달빛은 당시 스프링캠프의 가장 뜨거운 인물이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1억 1170만 달러의 역대급 대우를 받고 입단한 거물이다. 전국적인 화제를 일으키며,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그를 향했다.

그런 톱스타가 유독 눈길을 주는 선수가 있었다. 부산고 출신의 3년 차 유망주였던 안태경이다. 일본인 통역을 통해 인사를 나눈 뒤, 각별한 정을 보여준다. 마이너리거들이 식사하는 곳까지 일부러 찾아와 자신이 쓰는 글러브 2개를 선물했다. “부담 갖지 말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달라”는 친절한 말도 덧붙인다.

올해 WBC 때 일도 있다. 한일전에서 이정후가 다르빗슈를 상대로 적시타를 때려냈다. 대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그 타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장면을 자신의 SNS 대문에 걸어놨다. 상대한 투수는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통 큰 반응이다. “함께 뛸 날을 기대한다”는 댓글을 남기며 축하해준다.

“병역 의무, 큰 경기에 강한 한국 선수들 존경”

물론 모든 한국인(계)에게 친절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신념이나, 야구계 후배들을 위해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하리모토 이사오(장훈) 씨와는 사사건건 부딪친다. 그 때마다 원로를 향해 직설을 날린다.

장훈씨는 유명한 독설가다. 부진한 선수나, 조금이나마 태도가 거슬리면 가차 없이 비난을 쏟아낸다. 오타니의 이도류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어린 투수들의 혹사에 대해서도 ‘부상이 두려우면 야구를 그만두라’는 옹호론을 펼친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원로고, 뭐고 없다. 다르빗슈는 정면으로 반박한다. “선수의 장래를 신경 쓰지 않는 발언이다. 드래곤볼이 있다면 (장훈 씨가 출연하는) 그 코너를 없애달라고 빌겠다”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일본 야구계 전체를 비판한다. “일본인들은 너무 일본인스럽다. 자기 스스로 판단할 줄 모른다. 관습 안에 모든 걸 가둬 놓는다. 그렇게 되면 성장할 수 없다.”

이런 식이니 찡그리는 일본인도 생긴다. 심지어 가족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이란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혹시 모계가 한국 쪽 아니냐는 수군거림이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국(야구)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는 한결같다. “한국인은 일본인과 피지컬 차이가 있다. 더 우월하고, 미국인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 연습하는 것만 봐도 파워가 다르다. 추신수만 봐도 알 수 있다.”

KBO리그에 대한 관심도 계속된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남겼다. “한국 선수들은 병역이라는 부담도 이겨내야 한다. 인간적으로 존경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큰 무대에서 강하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