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토끼' 잡아도 웹툰 불법 유통 여전..몸살 앓는 'K-콘텐츠'

최문정 2022. 9.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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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웹툰 조회수 네이버·카카오보다 많아

한 불법웹툰 공유 사이트에 다양한 플랫폼의 작품이 불법으로 도용돼 올라와 있다.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캡쳐

[더팩트|최문정 기자] 한국의 웹툰 콘텐츠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원작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덩달아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불법 웹툰 시장이 합법 시장 규모를 넘기면서 작가와 플랫폼에 피해를 끼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웹툰 데이터 분석업체 코니스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불법 복제·유통된 웹툰의 조회수는 366억 회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106억 회)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합법 플랫폼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의 트래픽 총합(337억 회)도 훌쩍 넘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0년 웹툰 불법유통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5488억 원으로 추산했다. 최근 5년 이내 작품활동을 한 국내 웹툰 작가 7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작가 중 74.6%가 자신의 작품이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에 게재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저작권 침해 경험이 있는 작가도 68.9%에 달한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웹툰의 주 수익모델은 일정 분량이 무료로 제공되고, 그 외의 분량은 '미리보기' 등 유료로 제공하는 '기다리면 무료' 방식"이라며 "무료 제공 분량이 있다보니 일부 이용자들이 웹툰은 무료 콘텐츠라고 인지하는 경우가 있고, 검색 몇 번을 통해 불법 공유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어 불법웹툰 공유 근절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에 웹툰 콘텐츠가 카테고리 별로 분류돼 유포되고 있다.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캡쳐

웹툰 불법 공유 방식과 목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국내 최대 웹툰·웹소설 불법유통 사이트인 '밤토끼'가 폐쇄됐지만, 이를 비웃듯 '○토끼', '○토끼 시즌2' 등의 이름을 앞세워 콘텐츠 불법 공유 사이트가 여러 개 생겼다. 이들 사이트는 검색 몇 번으로 접속할 수 있으며, 각 플랫폼의 최신 업로드 회차부터 일반 출판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불법으로 버젓이 공유되고 있다.
여행 정보 공유 사이트로 위장한 웹툰·웹소설 공유 사이트에서 '화산귀환', '전지적 독자시점', '나혼자만 레벨업' 등의 인기 작품의 제목이 조각난 채 인기 검색 순위에 올라있다.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캡쳐

웹툰 불법 공유에 대한 추적이 본격화되자 보다 은밀한 방식을 택한 사이트도 있다. 한 사이트는 유명 관광지 정보 공유 커뮤니티로 위장했다. 관광 정보나 맛집 등을 공유하는 사이트라는 겉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이용자들이 웹툰·웹소설을 불법으로 주고받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최소 몇 번 이상의 글쓰기를 통해 등급을 높이면 불법 콘텐츠 게시판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검색 등을 통해 저작권 위반 사실이 추적되지 않도록 인기 작품의 제목을 조각 내 '검방'(검색방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도 트위터·텔레그램·블로그 등의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작품을 불법으로 감상할 수 있는 사이트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거나, 구글과 네이버 등의 클라우드 계정에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링크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불법 웹툰 유포가 이뤄지고 있다.

한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 상단에 불법 도박과 성매매 등 사이트들의 배너 광고가 다수 게시돼 있다.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 캡쳐

웹툰 불법공유 사이트는 작가와 플랫폼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문제도 있지만, 또 다른 사이버 범죄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해당 사이트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배너는 불법 도박사이트나 성매매업소 사이트로 바로 연결된다. 지난 2019년 검거된 불법 공유사이트 '밤토끼' 운영자들은 해외 서버를 통해 총 8개의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저작물 26만 편과 음란물을 공유하며 성매매업소 배너광고를 제작해 약 12억 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불법웹툰 공유 근절을 위한 인식 개선 캠페인인 '내돈내툰'을 소개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불법 웹툰 공유가 심각해지는 만큼, 국내 콘텐츠 업계도 관련 대응 강도를 높여간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네이버웹툰·레진엔터테인먼트·리디주식회사·카카오페이지·탑코·투믹스(가나다순)는 '웹툰 불법유통 대응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현재 서비스 중인 불법 사이트 77곳에 대한 저작권 침해 증거 수집과 감시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웹툰 이용자를 대상으로 저작권 인식 교육과 홍보 활동도 강화한다는 목표다.

네이버웹툰은 웹툰에 심긴 사용자 식별 정보를 읽어 불법 이용자를 탐지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인 '툰레이더'를 활용하고 있다. 툰레이더는 불법 유출자를 적발하고, 재접근을 차단하면서 100여 개의 불법 웹툰 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1월 '글로벌 불법유통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영어권, 중화권, 인도네시아권 등에 전담인력을 마련했다. TF는 불법 번역 게시물 삭제 요청과 유포현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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