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현대차그룹, GM과 웨이모, 삼성과 제휴, 그리고 토요타는?

현대차그룹이 올 초 CES 2024를 통해 삼성전자와 카투홈•홈투카 서비스 제휴를 선언한 데 이어 이번에는 SDV로 그 폭을 넓혔다. 해외업체보다 더 어렵다는 국내 제벌간의 협력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GM과 구글 웨이모와의 협력과 함께 작금의 자동차산업 도전과제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큰 틀에서는 비용 절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과의 동침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폭스바겐과 토요타 등도 이미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그것은 더 폭이 크고 넓다. 정의선 회장은 이달 말 토요타의 아키오 도요타 회장과 서울에서 만난다. 배경과 도전과제 등을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15년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로 시작된 자동차산업의 지각변동이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 선언은 폭스바겐과 GM이 약간 빨랐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그 사이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고 러우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 두 사건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촉진했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은 지체시켰다. 그렇다고 기후재앙도 지체되지는 않는다.

 

지금은 글로벌 빅4 중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가장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GM과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어서 자율주행기업 웨이모와도 아이오닉5에 웨이모의 6세대 자율주행기술을 채용해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도 SDV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10월 말에는 토요타자동차그룹의 아키오 도요타 회장과 서울에서 만난다.

 

이런 숨 가쁜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터웨이, 현대웨이 등으로 이름을 바꾸어 가며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GM과의 전략적 제휴이고 웨이모에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납품하는 것이다. 탄소중립 못지않게 자동차회사의 미래에 필수 요소로 떠 오른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와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요약하면 GM과는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 생산 설비를 공유하거나 소프트웨어 개발비 분담을 노리고 있다. 웨이모와의 제휴는 자율주행기술 개발에서 웨이모의 노하우를 습득하고자 하는 의도가 읽힌다. 삼성전자와의 제휴는 가전제품과 자동차 부품 산업을 통해 축적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인 포티투닷(42dot)과 함께 사용자 중심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오픈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이는 폭스바겐이나 GM, 토요타도 마찬가지이다. 폭스바겐은 카리아드라는 소프트웨어 자회사를 설립했고 GM은 얼티파이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토요타는 TRIAD와 우븐 바이 토요타를 통해 모빌리티 회사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직은 이들 모두 뚜렷한 진전이 없다. 무엇보다 1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개발비가 필요한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를 다시 큰 틀에서 보면 전기차로의 전환과 함께 자동차회사들은 비용 절감이 더 절실해졌다. 누차 언급했듯이 자동차산업의 역사는 비용 절감과 자동화의 역사다.

 

GM의 CEO 메리 바라는 현대차와의 제휴와 관련해 자본 지출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회사의 관계를 보면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기술에서 앞서 있고 GM은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우위에 있다. GM은 그동안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자본을 축적했고 생산 감축으로 인한 유휴설비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것을 노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된 배경은 디젤 스캔들 이후 급 부상한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의 등장이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기술회사, 통신회사, IT기업들이 자동차라는 플랫폼을 대상으로 수익 창출을 노리고 있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통신 기술 등이 그것이다.

 

완성차회사들이 이를 자체적으로 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일본 스바루의 CEO는 토요타와 새로운 전기차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한 것에 대해 혼자 감당하기에는 어렵다고 실토했다.

 

전방위적 제휴관계에 나서는 배경


 

그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배터리 기술혁신과 공급망 재편이 필요하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비롯해 배터리 생산 현지화, 재활용 시스템 구축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라는 화두의 등장으로 자동차 운영체제(OS)도 완성해야 한다. 거기에는 인공지능 기술도 포함되고 사이버 보안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자율주행이라는 이슈가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자율주행은 구현 여부와 관계 없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이슈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감당할지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더 나아가 그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한 로보택시 등 차량 공유 서비스도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자동차회사의 입장에서 로드맵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서 구글 알파벳의 자율주행사업부 웨이모가 재규어에 이어 지커, 현대차 등과 공급망을 확대하는 의도를 읽어야 한다. 당장에는 로보택시 사업을 확대해 수익성 창출 가능성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과 자동차 운영체제의 장악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다. 애플 카플레이와 함께 구글 안드로이드는 이미 익숙하다.

 


 

하지만 구글은 더 나아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시스템을 많은 자동차회사들에 제공하고 있다. 지금 운영체제를 자체 개발하고 있는 레거시 업체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MB·OS와 토요타의 아린.OS, 현대차그룹의 cc.OS 정도다. 나머지는 대부분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시스템을 사용한다. 현대차그룹도 2026년부터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시스템을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다시 말해 구글은 자율주행기술은 물론이고 자동차회사들의 운영체제를 장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회사들은 구글과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종속관계가 된다.

 

결과는 우리가 스마트폰과 PC 등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다.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다가 유료화하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가격을 인상해도 벗어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것이 소프트웨어 산업이 하드웨어 산업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지금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자동차회사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를 구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물론 거기에 또 반도체 이슈도 포함된다. 반도체는 전혀 다른 문제다. 지금은 고성능 ADAS용 SoC는 채용률이 약 5%로 적기는 하지만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다. 거기에 최근 퀄컴이 인텔을 인수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상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퀄컴은 연산속도 700TOPS의 SoC를 2020년 랜드로버 디펜더에 채용한 이래 자동차회사들과 폭을 확대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용 고성능 컴퓨터를 위한 SoC는 퀄컴의 점유율이 가장 높다. 알게 모르게 상당히 점유율을 높여왔다. 그 반도체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에 중요한 장비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라는 주제는 사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필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판매 후 수익 창출이다. 이미 테슬라와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은 구독 서비스 등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그만큼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미 관련해 다양한 내용을 소개했지만, 제조사가 관련 업체, 사용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그것을 해소하는 데 삼성전자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2026년 선보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삼성전자의 글로벌 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의 연결성을 강화해 진정한 SDV로의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더 나아가 두 회사의 다른 제품에 있는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동하는 기술도 개발한다고 한다. 스마트폰과의 연결성 강화도 중요한 이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생태계를 오픈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내년 상반기 ‘2025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광범위한 생태계의 구축이다.

 

모든 것을 흡수하는 중국의 위협


 

여기까지만 해도 벅차다. 중국의 급성장이 더 무섭다. 중국은 전기차와 그 핵심인 배터리의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다. 배터리 관련 특허도 가장 많다. 그런 물리적인 기술 외에도 스마트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성능 반도체도 코앞에 와있다. 품질 경쟁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를 위한 부문에서도 니오와 샤오펑이 테슬라 다음으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리와 BYD도 포드와 GM, BMW, 메르세데스 벤츠를 제치고 세계 10위 내에 랭크되고 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44개 기술 중 중국이 37개, 미국이 7개 부문이 1위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은 배터리와 인공지능, 태양광발전 등 8개 기술이 독점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더 무서운 것은 가격 경쟁력이다. 그 가격 경쟁력의 배경에는 거대한 시장이 있다. 20세기 중반 미국이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의 82.5%를 장악했을 때 미국에는 거대한 시장이 있었다. 20세기 말 토요타를 중심으로 한 일본차가 세계화를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1992년 798만 대에 달했던 일본 내수시장이 있었다. 일본은 2018년 2,853만 대를 정점으로 작년에 2,454만 대를 판매했는데 그 중 일본에서는 500만 대 수준에 그쳤다.

 

지금 중국은 3,000만 대라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내수 시장을 갖고 있다. 그냥 이론적으로만 분석하면 지금 미국의 인구가 3억 3,000만 명이고 자동차 등록 대수가 3억 대를 조금 넘는다. 중국 인구가 14억이다. 일본이나 독일, 한국처럼 대표적인 수출 주도 국가들은 내수보다 해외 판매 비중이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일곱 배에 달한다. 중국은 2023년 491만 대를 수출해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냥 수치로만 계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국은 지금 4,000만 대 시대로 가고 있다.

 


 

그럴 리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이 전력 소모가 천문학적이라고 하자 일각에서는 핵발전이 대안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만큼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자본가를 위해서는 좋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지구촌에서 생명체의 여섯 번째 종말을 앞당기는 행위라는 데는 여러 국가가 동의하고 있다. 모든 국가가 아니라는 데에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BMW는 토요타와 연료전지 전기차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리비안과 샤오펑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차용하려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혼다와 닛산, 미쓰비시가 협력해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들은 차세대 자동차 기술의 공동 연구와 개발을 위해 제휴하고 있고 동맹관계를 결성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20세기 말 소위 세기의 합병이라고 했던 다임러크라이슬러의 그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존재 자체에 위협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GM과 웨이모, 삼성전자와의 전방위적인 협력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10월 말에는 정의선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서울에서 만난다.

 

관련해 몇 가지 다른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이번에는 어떤 협력을 도출해 낼까? 협력을 통해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들과 중국의 힘을 당해낼 수 있을까? 지속가능성을 도출해 낼 수 있을까? 탄소중립을 달성해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