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생명공합 연구진 주축 '칸젠'

미간 주름을 펴기 위해 석 달에 한 번 꼴로 고통스러운 주삿바늘을 견뎌왔던 사촌 형의 호소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놨다. ‘왜 주름을 개선하기 위해 꼭 아픈 주사를 맞아야 할까’는 근원적인 물음은 ‘주사기 없는 보톡스’로 향하는 여정의 시작점이 됐다. 제약 바이오 스타트업 칸젠의 박태규 대표(61) 얘기다.
칸젠은 ‘바르는 보톡스’를 콘셉트로 한 화장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화장품을 시작으로 바르는 보톡스 치료제, 효과가 1년 이상 가는 서방형 보톡스 등 차세대 난치성 치료제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칸젠의 박 대표를 만나 문과 출신의 바이오벤처 창업기를 들었다.
◇日서 8번 완판, 서울대 생명공학 교수가 개발한 세럼

칸젠은 서울대 연구진을 주축으로 한 바이오 기업이다. 2015년 설립 이래 7종의 보툴리눔 균주와 HA생산균주, 화장품 원료 생산균주를 자체적으로 발견, 정립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칸젠의 기술적 핵심은 피부 및 세포 조직에 압도적인 투과 능력을 가진 특수 펩타이드 전달체 ‘CDP’(Cargo Delivery Peptide)다. CDP는 유효 물질이 피부 장벽, 세포장벽을 뚫고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칸젠은 이 CDP 플랫폼을 기반으로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꿈의 기술이라 불리는 ‘바르는 보툴리눔 톡신 치료제’와 효과가 1년 이상 지속되는 ‘서방형 주사제’, 그리고 ‘보툴리눔 톡신 주사제’를 개발 중이다. 또한 차세대 헤어케어(탈모 치료), 항암제, 비만 치료제 등 삶의 질에 직결된 신약 개발도 연구하고 있다.

‘스노우톡스 크리스탈 트리트먼트 세럼’은 칸젠 파이프라인의 출발점이다. ‘바르는 보톡스’라는 콘셉트로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먼저 끈 제품으로, 일본 홈쇼핑에서 8차례에 걸쳐 판매했다. 미국, 중국,루마니아,두바이,태국, 싱가포르, 몽골, 대만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https://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시중의 안티에이징 세럼과 이 제품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원료의 태생이다. 스노우톡스의 핵심 원료는 ‘보툴리눔 균주’다. 보툴리눔 균주는 흔히 피부과에서 보톡스 시술을 할 때 사용되는 유용한 균주의 산출물인데, 균주 속 핵심 단백질에는 주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기존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보통 부패한 곳에서 발견된다. 스노우톡스는 설산의 깨끗한 토양에서 발견한 천연 미생물 균주의 독성을 제거하고 효능이 우수한 펩타이드를 추려 CDP에 연결했다.
이 CDP 기술이 피부 유효성분을 피부 진피층까지 안전하게 전달한다. 피부 속 문제성 핵심 부위에 빠르게 도달해 수분과 영양을 공급한다. 피부 주름과 떨어진 탄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임상 시험을 통해 주름 개선, 피부 톤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아버지 살리고 싶었다” 문과 출신의 무모한 바이오 도전기

박 대표는 경영학을 전공한 후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바이오와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30대 초반, 아버지를 암으로 떠나 보낸 아픔이 그의 삶을 바꿨다. “아버지는 소처럼 우직하고 일만 알던 분입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를 꼭 살리고 싶었습니다. 한 번 맞으면 암이 깨끗하게 낫는 원샷원킬(One shot One kill) 항암제가 존재한다면,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구하고 싶은 심경이었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해드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에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2006년 어느날 서울대 바이오 최고 경영자 과정 1기 모집 요강이 떴다. 심장이 뛰었다.자격 요건을 따질 새도 없이 지원했다. “관련 이력도, 마땅한 스펙도 없는 유일한 지원자였어요. 알고 보니, 제가 가장 먼저 서류를 제출한 걸 두고 교수 회의가 열렸다고 합니다. 1기 1번 지원자를 떨어뜨리면 신규 개설된 과정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해요. 믿거나 말거나의 이야기지만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습니다. 저를 제외한 동기 대부분이 기라성 같은 제약 회사의 임원이나 대표였거든요.”

동기 중 막내뻘이었다. 학업도 열심히 했고 험하고 어려운 일도 마다 않았다. 훗날 기수 회장이 될 정도로 열심히 활동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덕분에 바이오 생태계에 입문할 수 있었습니다. 수료 후 10년간 두 군데의 바이오 기업에서 공동대표를 역임했어요. 슈퍼바이오시밀러 개발, 미국 식품의약국(FDA) 3상 승인 등 바이오벤처 기업의 흥망성쇠와 애환을 모두 경험했죠.”
어느 순간부터 연구 기반의 바이오 기업을 직접 설립할 차례라는 판단이 섰다. “2015년 서울대 약학대학 오우택 교수, 수의과학대학 박용호 교수 등 여러 생명공학 연구자와 함께 서울대 생명공학연구원에서 칸젠을 창업했습니다.”
◇덕유산 눈 속에서 찾은 보물

처음부터 ‘바르는 보톡스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설정했다. 3개월마다 주름을 없애기 위해 보톡스를 맞으러 다니는 사촌의 고충이 출발점이었다. “알고 보니 바르는 보톡스 개발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은 이미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았어요. 보톡스 유효 성분과 세포 투과성 펩타이드(Cell Penetrating Peptide, CPP)의 약한 결합, 이에 따른 미약한 침투력이 가장 큰 문제였죠. 어려운 도전인만큼 유효물질을 진피층 깊이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바르는 보톡스를 향한 여정의 첫 시작은 독자적인 보툴리눔 균주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보통 보툴리눔 균주는 썩은 통조림이나 오염된 토양처럼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발견되는데요. 보튤리눔 균주로 차별화를 하고 싶어, 연구진들과 토양을 채집하고 다녔습니다. 고군분투한 끝에 무주 덕유산 향적봉 정상의 깨끗한 눈 속 토양에서 보툴리눔 독소 균주 5종을 발견했습니다. 부패한 환경이 아닌 청정한 설산 정상에서 발견한 이 균주들은 말 그대로 신의 선물 같았어요. 칸젠의 독보적인 자산이 됐죠. 현재 칸젠은 7종의 보툴리눔 균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균주 발견보다 더 큰 난관은 ‘투과’ 문제였다. 피부라는 가장 강력한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면 좋은 성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처음에는 다른 회사와 협업해서 CPP 기술을 활용하려 했어요. 유명 제약사들도 활용할 정도로 보편적인 기술이었거든요. 하지만 사용 빈도에 반해 CPP의 피부 투과율이 미미했습니다. 이대로는 차별점을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피부 및 세포 투과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최원섭 박사도 영입했다. 최 박사는 미국의 국방연구소 보툴리눔 사업단 전문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보툴리눔 백신과 톡신을 주제로 논문을 써서 매사추세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예일대에서 면역항암제를 공부한 수재다. “반드시 바르는 보툴리눔 치료제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매달렸습니다. 시중에 존재하는 1855여개의 CPP 빅데이터를 정밀 분석했어요. 이를 토대로 기존에 투과력이 가장 좋다고 알려진 기술보다 피부 투과력이 10배 이상 높은 특허기술 특수 펩타이드 전달체 CDP를 개발했습니다. CDP는 유효 물질을 진피층 깊숙이 직접 끌고 들어가는 방식을 통해 약물의 효능을 극대화합니다.”

10년의 연구기간 동안 12건의 국가과제와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CDP를 완성했다. 그만큼 산업적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CDP는 말 그대로 연구진의 땀과 희생과 열정이 빚은 산물입니다. CDP는 피부 투과력뿐만 아니라 세포 투과력도 탁월합니다. 난치성 질환에서의 약물 전달 및 도달 문제를 해결할 열쇠 같은 바이오 플랫폼 기술입니다. 피부 치료제나 화장품뿐만 아니라 암 백신, 유전자 치료제, 난치성 고형암, 주사제를 경구용이나 패치제로 변환하는 분야에서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CDP의 잠재력을 알아본 타 제약사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신약 자금줄로 출발한 세럼으로 일본에서 열풍

신약 개발이라는 긴 여정을 지속하기 위해 안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일환으로 ‘스노우톡스 크리스탈 트리트먼트 세럼’을 개발에 착수했다. 피부 속주름과 떨어진 탄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능성 화장품이다.
핵심은 특허 성분 ‘TBT-A1’이다. 보툴리눔 균주는 약 400만개의 DNA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름개선에 탁월한 DNA와 CDP를 결합해 피부 안팎의 속주름 개선에 탁월한 핵심 원료 TBT-A1을 만들었다.


P&K피부임상연구센터에서 실시한 임상 시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했다. “스노우톡스 세럼 2주 사용 후 팔자 주름은 최대 25.798%, 눈가 주름은 최대 14.727%, 이마 주름은 최대 16.552%까지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름 수는 347개에서 2주 사용 후 54개로 293개나 감소했죠. 피부 톤 개선 효과도 증명했습니다. 미백 특화 성분 나이아신아마이드가 멜라닌 색소 합성을 억제하고 감소시켜 피부를 화사하게 개선합니다. 사용 2주 후 피부 톤이 맑고 균일해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환하고 깨끗한 피부로 가꾸는 데 도움을 줍니다.”
2023년 일본에서 먼저 스노우톡스를 출시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일본 유명 홈쇼핑인 QVC에 론칭하자마자 12분만에 완판 됐습니다. 이후 일본 홈쇼핑에서 8차례에 걸쳐 크리스탈 트리트먼트 세럼을 판매했어요. 덕분에 다른 국가로의 수출길이 열렸죠. 제품 자체의 우수성도 인정받았습니다. 서울경제진흥원과 시세이도가 공동으로 주최한 대한민국 화장품 공모대전에서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차세대 화장품 유망 기업’으로 선정됐거든요.”

꽃길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성공에 닿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판매는 연구와는 또 다른 영역이었습니다. 바이오 투자 시장 경색으로 뼈아픈 구조조정도 겪어야 했죠. 화장품 하나를 론칭 하는 데 통상 백억원대의 마케팅비를 써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 제고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진심이 통했는지 입점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같은 큰 행사에서 회사를 알리고 다닌 덕에 글로벌 파트너, 투자사와 만날 기회도 많이 생겼습니다.”
◇미국, 중국 인플루언서 사로잡으며 30만병 대박

스노우톡스 크리스탈 트리트먼트 세럼은 ‘고가의 보툴리눔 톡신 성분을 사용한 화장품’으로 국내외 피부과 의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제품을 사용한 의사들의 추천과 입소문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30만병 이상 팔렸다. 화장품 시장의 큰 손인 미국 인플루언서와 중국 왕홍의 관심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https://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칸젠은 국제화장품원료집(ICID)에 등록한 12건의 원료와 40여건의 특허, 지적재산권을 토대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스노우톡스 크리스탈 볼륨 립 플럼퍼를 출시해 큰호응을 얻고 있다. 입술 주름을 줄여주면서 입술을 도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제품이다. 유명 편의점 입점용으로 개발한 소용량 체험판 세럼 론칭도 앞두고 있다.
칸젠의 시선은 2030년을 향해 있다. “화장품으로 다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1년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서방형 보톡스 주사제와 바르는 보톡스 치료제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CDP 플랫폼을 암 백신과 고형암 치료제 등 난치성 질환 치료에 확장하고 싶습니다. 스노우톡스는 칸젠의 출발점입니다. 주름이 고민인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서 더 나아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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