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퇴직연금] 한투證 DC형 덩치 무색한 수익률 [넘버스]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 제공=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원금보장·비보장형을 합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조 단위의 적립금을 깔고 있는 대형 증권사들 중 가장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의 핵심인 원금비보장 상품에서의 성과가 평균을 밑돌다 보니 수익률이 높을 수 없었다.

한투증권이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자산이 5조원을 넘어서며 이 시장에서 톱3로 꼽히는 증권사임을 고려하면, 덩치가 무색한 수익률이었던 셈이다.

23일 금융감독원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간 한투증권의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13.36%를 기록했다. 이는 DC형 퇴직연금을 구성하는 예금성 원금보장·시장성 원금보장·원금비보장 상품별 수익률에 각각의 적립금 규모를 가중해 산출한 값이다.

한투증권의 이 같은 수익률은 DC형 퇴직연금에서 확보한 적립금이 1조원을 넘는 6개 증권사들 가운데 최저치다. 이에 포함된 나머지 증권사들의 수익률은 △미래에셋증권(13.56%) △KB증권(13.77%) △삼성증권(14.33%) △신한투자증권(15.34%) △NH투자증권(15.78%) 등이었다.

증권사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수익률. /그래픽=부광우 기자

DC형 퇴직연금을 구성하는 포트폴리오 유형별로 나눠 보면 우선 원금비보장에서의 수익률이 19.82%에 그쳤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20% 이상의 성적을 거둔 이 영역에서 성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다 보니 전체 실적이 좋을 리 없었다. 한투증권의 해당 수익률은 모든 증권사 평균인 21.38%에 비해 1.56%p 낮은 수준이었다.

예금성 원금보장 수익률도 시원치 않았다. 한투증권의 기록은 3.15%로 전체 증권사 평균인 3.30%를 0.15%p 하회했다. 이밖에 가장 파이가 작은 시장성 원금보장의 수익률은 –3.81%에 머물렀다.

증권사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유형별 수익률. /그래픽=부광우 기자

DC형은 확정급여(DB)형과 개인형(IRP) 등 다른 퇴직연금들에 비해 수익률의 중요성이 비교적 큰 상품이다. 근로자가 자신의 적립금을 직접 투자처에 분배해 퇴직연금을 불릴 수 있도록 가입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어서다.

반대로 DB형은 금융사의 운용 성과와 별개로 근로자가 퇴직할 때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IRP는 근로자가 은퇴 시 받은 퇴직금을 운용하거나, 재직 중인 근로자가 DB·DC형 외에 추가로 돈을 적립해 운용할 수 있는 특수 상품이다.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시행되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관심은 한층 커졌다. 디폴트옵션은 DC형과 IRP 가입자가 일정 기간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사전에 정해둔 방법대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퇴직연금 고객들이 자신의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수익률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대안으로, 2023년 7월부터 시행됐다.

DB형 내 포트폴리오 중에서도 전체 수익률에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일반적으로 원금비보장형이다. 국내외 주식을 중심으로 채권과 원자재 상장지수펀드 등에도 투자할 수 있는 영역인 만큼, 시장 여건과 운용사의 역량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반면 원금보장으로 분류된 자산은 퇴직연금 수익률 전반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은행 예금 상품에 돈이 들어가는 형태여서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은 대신 리스크가 크지 않다.

증권사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적립금. /그래픽=부광우 기자

한투증권은 DC형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위 3개 증권사에 이름을 올리는 곳이다. 수익률의 영향을 받는 고객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한투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5조3566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16조2903억원), 삼성증권(7조7197억원) 다음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0.9%나 늘어난 액수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도입 등의 영향으로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큰 증권사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증권사로서는 가입자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는 운영 성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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