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4.5억 줄래, 10억 날릴래?”… 업계 최고 성과급도 ‘거절’, 삼성 노조 요구

삼성 노사 협상 결렬 / 출처 :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임금협상에서 역대급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노동조합이 이를 거부하며 협상이 다시 결렬됐다.

25일부터 27일까지 재개된 집중교섭에서 회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고, 국내 업계 1위 달성 시 1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를 관철하겠다며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부문장의 전격 회동으로 간신히 재개된 협상이었지만, 양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쟁의행위 투표에서 93.1% 가결을 이끌어냈으며, 5월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삼성전자 창사(1969년) 이래 두 번째 파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쟁사 이상” 보장한 파격 제안도 ‘거절’

삼성 / 출처 : 연합뉴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협상 과정에서 전례 없는 조건들을 내놓았다. 우선 임금 인상률을 6.2%로 제시했는데, 이는 2023년 4.1%, 2024년 5.1%, 2025년 5.1%보다 상향된 수치다.

여기에 △실거주 목적 주택 구입 시 최대 5억 원 대여 △자녀 출산 경조금(첫째 100만 원, 둘째 200만 원, 셋째 500만 원) △자사주 20주 지급 △패밀리넷 100만 포인트 지급 등을 추가했다.

특히 성과급과 관련해서는 기존 상한(연봉의 50%)을 넘어서는 ‘특별 포상’을 신설했다.

DS 부문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하면 경쟁사(SK하이닉스)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기 위해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회사 측은 “경쟁사 대비 인원이 많기 때문에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해도 메모리사업부의 성과급 지급률이 경쟁사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경영성과 개선 시 최대 75%의 성과급을 보장하는 안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특별 포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상한 폐지를 계속 주장해왔다”며 “고려 중이라고 해서 교섭에 참여했는데 사기였다”고 반발했다.

노조 요구안의 역설… 적자부서 성과급 ‘급락’

삼성 / 출처 : 연합뉴스

노조는 초기 교섭에서 영업이익 15%를 재원으로 부문 70%, 사업부 30% 비율로 배분할 것을 요구했다.

재개된 협상에서는 이를 영업이익 10%로 낮추되, 배분 비율을 부문 40%, 사업부 60%로 변경하고 적자 사업부는 부문 지급률의 60%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수정했다.

문제는 이 방식이 DS 부문 내 ‘노노(노조 대 노조)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 측 분석에 따르면, 노조 요구안을 2025년 성과급 지급률에 대입하면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의 성과급이 연봉의 47%에서 11%로 급락하게 된다.

메모리 부문은 높은 성과급을 받는 반면, 적자 사업부 직원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회사는 “이번 임금협상에서는 경쟁사 보상 수준 등을 감안한 특별 포상을 우선 적용하고, 제도 개선은 노조 및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추가로 논의하자”고 대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수용하지 않았다.

노조 측 관계자는 “회사의 특별 포상은 OPI 제도와 상관없이 모두 매도 제한이 있는 자사주로 준다는 것인데 이는 직원을 볼모로 잡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AI 골든타임에 발목 잡기”… 업계 비판 고조

삼성 / 출처 :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 탈환 등 사활을 건 기술 경쟁을 벌이는 ‘골든 타임’에 노조가 기업의 유연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주도권 다툼 등 사활을 건 기술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노조가 거액의 성과급만을 요구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생떼”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가 요구하는 메모리사업부 1인당 성과급이 평균 4억 5,000만 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초고임금 노조가 실질적인 보상안을 거부하고 성과급 제도의 형식적인 변경을 고집하는 것은 ‘나만 살고 보자’는 식의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는 이번 집중교섭이 5월 총파업 이전 사실상 마지막 협상 기회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회사에 약 10조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2026년 임금협상이 이른 시일 내에 타결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동 전쟁 확산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 전체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