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사의 8830억원 M&A가 남긴 것

[재무제표 읽기] 서비스보다 수익 구조·선수금 운용의 질로 시선을 옮기면

2025년 상반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미 깊은 거래가 성사됐다. 국내 상조 업계 1위인 프리드라이프가 H그룹으로 주인이 바뀐 것. 인수금액도 무려 883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거래 규모가 아니라, 이 거래의 전후로 상조산업에 대한 규제, 회계기준 등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상조업 문제점에 대한 시각의 변화다.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프리드라이프 M&A는 상조회사의 가치를 시장이 확인한 계기이자, 앞으로 기존 상조회사들이 어떻게 경영해야 할지 방향점을 제시한다.

/ 프리드라이프

프리드라이프는 2024년 연결기준 자산총계 2조9000억원으로 2767억원의 영업수익과 9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3년에 비해 20.6%의 영업수익 증감율을 보였는데 영업이익은 30%를 훌쩍 넘겼다.

조금만 분석을 해보면 행사수익 15.7% 증감, 금융 관련 수익은 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걸 확인할 수 있다. 장례가 아니라 금융수익이 이익률을 끌어올렸다.

결국 프리드라이프 손익계산서는 2가지 시사점을 준다.

㈜프리드라이프 2024년 연결기준 감사보고서. / DART

첫째는 상조산업 ‘업의 본질’이다.

2016년 사모펀드가 상조산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동안 장례업이 주된 사업이었던 상조산업을 다시금 쳐다본다. 기업가치를 재조정해 높은 가치로 매각이 목표인 사모펀드가 장례 매출보다 상조회사에 미리 들어오는 선수금의 중요성을 캐치한 것이다.

‘상조회사의 진짜 본질은 따로 있다, 선수금이 진짜 영업이다’ 고객은 상조회사에 가입하면서 매달 회비를 납부하는데 장례식은 언제 올지 모른다. 그래서 이 돈은 회계상 ‘매출’이 아니라 ‘선수금’이란 부채로 재무제표에 기록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상조회사는 수백프로 이상의 높은 부채비율을 갖는다.

이에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한 사모펀드는 ‘우린 장례보다 돈 굴리는 게 더 중요해’라는 판단을 내린다. 그 전까지 영업 외 수익으로 구분하던 금융수익(이자·배당)을 2022년부터는 아예 ‘영업이익’으로 넣는다. 회계처리 하나를 바꾼 덕분에 프리드라이프의 영업수익은 그대로인데, 손실이 ‘뚝딱’ 이익으로 변한다. 그 만큼 상조업의 금융수익이 높다는 뜻이다.

프리드라이프는 2021년 영업손실 -173억 원을 냈지만 그해 은행이자 수익이 181억 원이다. 어찌 보면 매출은 없는데, 돈은 넘치고, 빚처럼 보이는 돈이 사실상 수익의 원천이라는 재무제표를 재해석한 셈이다. 재해석이라 표현한 이유는 아직까지 다른 상조회사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금융수익을 영업 외 수익으로 작성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프리드라이프의 회계처리가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회계처리 변경은 상조업의 이상한 수익 구조를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숨은 의도가 없잖아 있다. 프리드라이프 인수한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는 경영권 매각을 위해, 회사의 매력도를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빠른 방법, ‘영업이익 키우기’를 회계처리 변경을 통해 이룬다.

EBITDA를 높이고, 투자자 눈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흑자 기업’이 될 가능성을 어필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M&A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후 또 다른 생각거리가 발생한다.

둘째, 바로 상조업이 어떤 규제를 받아야 할지 고민거리를 던졌다.

보람상조개발㈜ 2024년 연결기준 감사보고서. / DART

상조업은 다수의 소비자에게 미래 장례서비스를 약속한 기업이다. 그런데 상조회사가 폐업한다면 다수의 소비자가 곤란해질 수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상조업은 선수금의 50% 이상은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래서 상조업의 규제 기관은 공정거래위원회다.

그런데 금융수익이 주요한 영업수익이 된다면 앞으로 상조업은 금융기관에 준하는 재무건전성 관리도 필요하다. 제도적으로도 복잡하다. 게다가 단지 재무건전성을 부채비율로만 관리하기엔 상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영업이익을 잘 내고 있는 프리드라이프만 봐도 선수금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부채비율 800%를 넘긴다.

또한 보험업계의 IFRS17이라는 새로운 회계기준의 도입도 고려돼야 한다. 보험업계는 2023년부터 IFRS17이라는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과거 계약들을 ‘현재 가치’로 다시 평가하는 게 골자인데 그 결과는 보험사들의 실질 부채가 폭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조업의 금융수익과 선수금 등은 상조업에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준다. 상조업의 부채는 진짜 빚이 아니라, 잠재적 자산이고, 그 자산은 미래가치로 측정해야 할 수 있다.

프리드라이프 본사 그랜드센트럴(왼쪽)와 고객센터가 입주한 태평로 빌딩 전경.

한 마디로 프리드라이프를 매각하기 위한 M&A 관련 '똑똑한 해석'이 상조산업의 민낯을 드러냈다. 재무제표의 단순한 숫자 배열을 바꾼 게 아니라, 상조산업의 실체를 꺼내 보여준 셈이다. 장례보다 금융으로 굴리는 돈이 먼저이고, 이를 사업적인 목표로 삼는다면 감독당국 뿐만 아니라 상조서비스에 가입하려는 소비자 조차 수익의 구조, 선수금 운용의 질, 회계처리의 의도를 함께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