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빚더미·비위에도 성과급 펑펑

징계대상자도 부적절 성과급 지급…구멍 뚫린 공공기관 방만경영·복무 관리
[사진=뉴시스]

빚더미에 오른 공공기관에도 성과급이 지급되는 등 방만경영 행태에도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공기관의 경우 경영평가를 통해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정작 대규모 부채에 시달리거나 비위행위가 발생해도 최하위 등급으로 지정되지 않아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성과를 우선했던 지난해 공공기관 평가와 달리 이번엔 직무와 성과 중심의 보수개편 및 혁신계획 이행 등의 노력이 중점 평가대상이 되면서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이 달라지다보니 성과에 대한 평가 역시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공공기관들이 재산·성·음주운전·부정청탁 등의 사유로 중징계를 받은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최하등급(E)보다 높은 등급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마사회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각각 비위자 2명에게 최상위 성과 평가등급인 S등급을 줬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좋은 평가등급을 받은 중징계 직원들은 성과급도 챙겼다. 과도한 성과 지급액 상위에 오른 한전KPS는 중대 비위자 81명에게 2억16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국가철도공단, 에스알(SR),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부동산원, 신용보증기금 등에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최하위 등급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징계로 정직 처분받은 임직원들이 정직 기간 보수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정직 처분은 재산비위, 성폭력 등 심각한 직무상의 의무 위반에 대해 내려지는 징계다. 정직 처분을 받으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해당 기간 중 보수는 전액 감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49개 공공기관이 정직처분 대상자에게 처분 기간에도 보수를 지급하는 등 부적절한 인사관리가 이뤄졌다.

정직처분 대상자에게 부적절한 보수를 지급한 주요 공공기관 사례를 살펴보면 기술보증기금은 6명에게 42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고, 제도 개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은 2명에게 500만원, 중소기업은행은 8명에게 1억4680만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4명에게 1487만원, 한국철도공사는 14명에게 3555만원 등이 지급됐다.

경영평가 성과급의 경우 8개 기관, 내부평가급의 경우 21개 기관은 관련 최고 등급의 성과급 지급액이 차하위 등급의 성과급 지급액의 2배 미만으로 설정해,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차등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100개 기타공공기관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최하위 등급이 존재하지 않아, 성과가 가장 낮은 직원도 성과급을 수령이 이뤄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공기관 성과급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과급은 공공부문 종사자의 동기 유발을 통해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지급된다. 각 공공기관은 성과급의 지급 취지와 지침의 내용 등을 고려해 성과급 차등 지급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과 달리 내부평가급은 기관 유형과 무관하게 지급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관 유형에 따라 차등 지급 실태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차등 지급 관련 모든 항목에서 기타공공기관이 공기업 준정부기관 대비 차등화 정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수익성 악화·비용 증가, 공공기관 방만경영에도 평가기준 유명무실

▲ 공공기관 성과급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공공기관경영실적 평가 결과 현장. [사진=뉴시스]

기재부는 사업수익성 악화기관과 재무구조 전반 취약기관을 구분해 맞춤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수익성 악화기관은 부채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수익성 제고 및 비용구조 분석을 통한 지출 효율화에 집중한다. 재무구조 전반 취약기관은 적극적인 부채 감축을 위해 수익성 제고, 지출효율화와 함께 사업구조 조정도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기관별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반기별로 점검한다. 재정건전화 계획에는 비핵심자산 매각부터 투자·사업 정비, 경영 효율화 방안 등이 포함된다. 기관 핵심업무와 무관하거나 과도한 복리후생을 위한 자산 등을 매각하고 사업 타당성 분석을 통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 등은 축소하거나 연기한다.

손실이 누적된 사업과 구조적으로 수익이 낮은 사업 등은 원가절감을 단행하거나 수요 조정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경영 효율화에는 인력 재배치 등 인력 운용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정책환경 변화에 따른 수요감소 조직이나 유사·중복 조직을 없앨 방침이다.

그러나 재정건전화 계획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공공기관의 경우 연차가 쌓일수록 급여를 더 많이 받는 연공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당장 재정건전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연공서열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생산성 하락과 인건비 부담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이 실적 악화로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돼도 연차가 쌓이기만 하면 고임금을 받는 구조를 없애야 공공기관 방만경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정부가 공공기관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을 언급했지만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는 아직도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의 정규직 전환 실적이 평가지표로 반영돼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성과급 지급 규정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경영평가에 이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제대로 이뤄질지 의구심을 사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자율 경영을 보장해야 해 지침을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경영평가 항목에서 ‘예산운용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고, 성과급 제도가 규정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세심히 살펴볼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