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국 핵잠수함 호주 군사기지에 배치 추진"... 36조원 조선소 투자와 맞물려

지난주 한국이 미국에서 자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외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뉴스 뒤에는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호주가 250억 달러, 우리 돈 약 36조원 규모의 대규모 조선소 개발 사업에 한국 조선업체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11월 5일 호주 방산 전문지 오스트레일리안 디펜스 매거진(ADM)은 HD현대와 한화오션이 호주 헨더슨 조선소 투자의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단순히 우리 해군력 강화를 넘어 한·호주·미국을 잇는 새로운 방산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의 핵잠수함, 필라델피아 아니면 국내?


한국의 핵잠수함은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밝혔지만 현재 나오는 보도를 보면 한국의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조선업계에서는 이 신형 핵추진 잠수함을 비공식적으로 'KSS-IV'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기존의 KSS-III 재래식 공격 잠수함의 뒤를 잇는 차세대 모델이라는 의미죠.

한국 정부는 현재 최소 4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많은 언론 보도가 핵잠수함 건조 계획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한국 방위산업의 독특한 시스템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바로 '산업 중복(industrial duplication)' 원칙입니다.

이는 한국 방위산업 조달을 지배하는 핵심 원칙으로, 한 조선소가 군함이나 잠수함을 설계하면 방위사업청(DAPA)이 경쟁사에도 설계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한화와 HD현대, 번갈아 건조하는 독특한 시스템


실제로 이 시스템은 KSS-III 잠수함 프로그램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한화오션이 배치 1급 잠수함 2척을 건조했고, 마지막 KSS-III 배치 1급 잠수함은 HD현대중공업에서 독자적으로 건조해 지난해 인도했습니다.

한화오션은 2주 전 최신 KSS-III인 장영실함을 진수했는데, 이는 KSS-III 배치 2급 잠수함의 첫 번째 함정입니다.

이러한 '선도 조선소, 후발 조선소' 방식은 두 개의 다른 조선소에서 동시에 잠수함을 제조할 수 있는 국가 역량을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두 회사가 홀수와 짝수 번호의 잠수함을 번갈아 건조하면서도 대체로 동일한 국내 공급망을 공유하는 구조죠.

따라서 혹시라도 미국 필리조선에서 한국 최초의 핵잠수함을 건조하더라도, 이후 잠수함들은 한국에서 건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2번째 또는 3번째 핵잠수함은 HD현대가 울산에서 건조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울산과 거제, 세계 최대 해군 조선소로 부상


HD현대는 최근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울산의 거대한 10개 도크 규모 조선소 인근에 위치한 자회사 미포조선의 합병 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

2027년 기존 상업용 선박 건조 프로그램이 완료되면 이 새로운 도크들이 HD현대의 해군 및 특수 함정 사업부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통합된 울산 조선소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 건조 및 정비 센터 중 하나로 거듭나게 됩니다.

한화오션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부두를 포함해 거제도 옥포에 거대한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두 조선소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능력을 떠받치는 양대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호주 헨더슨 조선소, 36조원 투자처 찾는다


그렇다면 이것이 호주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여기서 흥미로운 연결고리가 등장합니다.

한국 잠수함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게 되면서, 한국의 두 대형 조선소가 곧 미국과 호주의 핵추진 공격 잠수함에 사용되는 특정 기술을 제작하고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호주 언론은 밝혔습니다.

호주 정부는 현재 서부 호주의 헨더슨 조선소 개발에 필요한 250억 달러(약 36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조선소는 호주 해군의 미래 핵추진 잠수함을 위한 비상 도킹 시설을 제공하고, 수상함과 상륙정을 건조하는 핵심 거점이 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바로 한화오션과 HD현대가 투자를 모색하는 유력한 대기업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조선사들의 공격적 해외 진출


실제로 한국 조선업체들은 이미 호주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호주 기업인 오스탈(Austal)의 지분을 두 배로 늘리려 하고 있으며, 특히 오스탈이 보유한 미국 조선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HD현대 역시 호주와 뉴질랜드 해군 시장에 여전히 관심을 유지하고 있으며, 뉴질랜드의 ANZAC급 후속 모델 사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HD현대는 최근 미국의 사모펀드 서베루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해양 투자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보입니다.

동맹국 간 새로운 방산 협력 모델의 탄생


호주는 한국의 핵잠수함과 동일한 핵심 기술 요소들을 서부 호주 헨더슨 구역에서 유지·관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호주 서부 해안에 위치한 서부 함대 기지인 HMAS 스털링의 새로운 시설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배치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협력을 넘어 한·미·호주를 잇는 새로운 안보 협력 네트워크가 구축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호주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계획이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한국의 첫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는 데만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SSN AUKUS(호주의 핵잠수함 프로그램)보다 한국의 핵잠수함이 먼저 완성될 가능성도 있어, 캔버라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첫 단추는 이미 끼워졌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핵추진 잠수함 기술 사용을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죠.

이제 남은 것은 한국 조선업체들이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호주 시장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때문에 만약 한국 조선업이 미국에 이어 호주로 진출한다면 한국 조선업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