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튜브②] "저작권 침해 상쇄될 정도로 소중"…긍·부정 효과는?
부정적 시선에 "수익 창출 절대 안 한다"는 '찐 팬튜브'들
관계자들 "팬 시선에서 새로운 매력 발견" 긍정에 무게
2014년, EXID가 '위아래'로 기록적인 역주행을 하며 최정상 걸그룹이 됐다. 그 시작은 한 팬이 만든 '직캠' 영상. 이후 10년이 지나며 '덕질'(열성적으로 파고드는 일) 문화도 판이 점점 커졌고 '팬튜브'(팬이 만든 유튜브 채널)까지 왔다. 그런데 이게 영향력이 상당하다. <더팩트>가 그 문화를 들여다 보고 그들과 업계의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팬튜브'에 올라오는 콘텐츠는 상당 부분 기획사에서 만든 자체 콘텐츠나 방송 등 저작권이 있는 영상을 소스로 활용해 재가공한다. 그래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물론 그런 계정들도 있겠지만 팬들이 많이 찾는 '찐 팬튜브'는 '팬심'이 아니면 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성이 들어간다. 수익 창출도 하지 않는다.
요즘 가장 많이 회자되는 '팬튜브'는 '또 오해원'이다. 엔믹스의 팬채널로 개설 2년여 만에 구독자 수는 53만 명, 누적 조회 수는 11억 회를 넘어섰다. 무엇보다 2년 4개월여 동안 800개가 넘는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꾸준함이 엔믹스 팬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오해원이 '대세 아이돌'이 되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최근 팬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또 하나의 '팬튜브'가 있는데 QWER의 콘텐츠를 올리는 '전지적 바위게 시점'(이하 '전바시')이다. 채널을 개설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는데 콘텐츠는 300개가 훌쩍 넘는다. QWER 자체 콘텐츠에서 포인트를 뽑아낸 영상들부터 공연 '직캠' 그리고 QWER을 본 국내외 유튜버들 반응 모음 등 다양하다.
영상 대부분은 수십 초 분량의 짧은 영상이지만 많은 양의 관련 콘텐츠를 본 뒤 포인트가 될 만한 것을 뽑아내야 한다. 거기에 센스 있는 제목과 자막까지 넣어야 하니 영상이 짧다고 해서 대충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심지어 '전바시' 운영자는 좀 더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수개월째 그림 학원까지 다니고 있다고.
'전바시' 운영자는 "매력을 캐치해서 짧은 시간에 보여주면 팬 유입이 잘 되더라. 기존 콘텐츠 짜집기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림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시요밍의 오하요 댄스' 영상도 멤버 캐릭터와 입었던 착장을 그려서 영상처럼 만들었다. 요즘 유행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거기에 창작을 더해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바시' 운영자는 처음 팬 채널을 만들고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할 때 '또 오해원'을 많이 참고했다고 했다. "'팬튜브'의 교과서 같은 채널"이라는 게 그의 말.
'또 오해원' 운영자는 "제 채널을 처음 보시는 대중 분들도 관심을 쉽게 가질 수 있는 유행하는 소재들을 많이 선정해서 사용하는 편"이라며 "요즘 많은 사람들이 SNS를 많이 사용하는데 팬 계정 SNS로 부담스럽지 않게 아티스트의 매력에 관심을 갖게 되고 빠져드는 게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아티스트와 그들을 케어하는 기획사의 생각은 어떨까. 일부 가수들은 자체 콘텐츠나 방송에서 직접 본인들의 '팬튜브'를 언급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고 기획사들은 부정적은 측면보다 긍정적인 효과에 더 무게를 뒀다. 아티스트 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기획사도 몰랐던 매력을 발견하게 해준다는 것.
인기 아이돌그룹 여러 팀이 속해 있는 기획사 관계자 A 씨는 "공식 영상을 팬들만의 언어로 표현해주는 것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다"며 "팬튜브 영상을 보면서 아티스트의 방향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대중에 공개됐을 때 드러나는 매력이 다르지 않나. 그걸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B 씨 역시 "팬들이 올리는 게시물들을 꾸준히 서치한다. 아티스트한테 '입덕'할 포인트가 있는지를 보고 그런 콘텐츠를 갖고 내부에서 마케팅을 한다. 기획사에서 의도한 콘텐츠보다 예를 들면 그냥 걸어가는데 머리가 확 날릴 때 팬이 포착한 모습 같은 거라던가 팬들이 느낀 매력 포인트가 더 잘 먹힌다"고 설명했다.
올해 데뷔한 아이돌그룹을 담당하는 관계자 C 씨는 "신인 그룹의 팬들은 처음엔 소극적으로 움직인다. 메이저 그룹의 경우 좋아하고 찬양하는 게시물이 많이 있으니 '나도 한 번 올려 볼까' 마음을 먹기 쉽지만 신인의 경우 팬들이 첫발을 떼는 게 어렵다"며 "'팬튜브'가 생기면 유도 효과가 있다. 촉진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팬튜브'가 팬들을 유입하는 창구가 되다 보니 일부 기획사에선 팬이 만든 것처럼 가장해서 가짜 '팬튜브'를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몇몇 관계자들이 귀띔했다.
B 씨는 "회사에서 팬 계정인 것처럼 만들어서 운영하는 경우를 봤다. 다른 팬들에게 이렇게 운영하는 게 조회 수도 나오고 도움이 된다는 가이드를 주는 것"이라고 전했고, 또 다른 관계자 D 씨는 "'팬튜브'가 여러모로 효과가 있다 보니까 '팬튜브'를 만들어 운영해주는 바이럴 업체도 있는 걸로 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팬튜브'는 아티스트와 기획사가 만든 자체 콘텐츠나 방송 등의 영상을 소스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숟가락만 얹어 수익을 창출한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그러나 '또 오해원' 운영자와 '전바시' 운영자는 "수익 창출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해당 채널의 영상들에 소스로 활용한 콘텐츠의 출처를 적어놓는다. 이를 통해 가수의 본 계정으로까지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또 두 운영자는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팬튜브'는 팬들이 먼저 알고 '손절'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몇몇 관계자들은 이렇게까지 말했다. "'팬튜브' 영상들 하나 하나가 굉장히 소중하다. 저작권이 일부 침해되거나 수익 실현을 한다고 해도 상쇄가 될 정도"라고. 다만 악의적인 용도로 본인들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은 경계했다. 이는 진정한 '팬심'으로 '팬튜브'를 운영하는 이들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전바시' 운영자는 "팬 계정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심하다. 구독자 수를 늘리려고 돈을 내고 광고를 거는 경우도 있더라. 또 아티스트와 기획사의 공식적인 내용이 아닌 걸 영상에 담아서 올리는 것도 위험하다. 아티스트보다 자신이 우선이 되거나 금전적인 이득을 얻으려고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 오해원' 운영자는 "팬 계정 몸집이 커졌을 때 그 계정의 잘못된 발언이나 의견이 담긴 콘텐츠로 아티스트에까지 안 좋은 인식을 줄 수도 있다"며 "채널을 운영할 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의 매력을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둬야 팬 분들도 좋아해 주시고 그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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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튜브①] '덕질'의 끝판왕…열혈 팬이 스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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