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조' 통일 꿈 접어라?…"300조씩 번다" 경제효과 상상초월
[편집자주] 헌법 3조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우리와 '적대적 두 국가' 관계임을 천명했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통일을 포기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20대 절반 가까이가 "통일할 필요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통일의 꿈을 접어선 안 되는 이유는 뭘까.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남북한이 통일을 할 경우 현재 한국이 직면한 여러 국가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저출생·고령화·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한국이 살 길은 경제영토를 늘리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남북한이 자유 민주주의 기반 통일을 한다면 우리나라가 북한 내 열악한 인프라를 개발하면서 얻는 효과는 막대할 것"이라며 "여기에 중국 동북 3성 1억3000만명의 경제권을 공유하는 엄청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통일이 비용보단 경제적 가치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2020년부터 2060년까지 매년 103조원씩 총 약 400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통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같은기간 연평균 321조원씩 총 1경4451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급진적 체제 붕괴로 통일이 급작스럽게 찾아올 경우 경제적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서독 통일 당시 독일의 경제적 부작용을 교훈 삼아 통일 전부터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이들은 제언했다.
독일은 1990년 10월3일 통일 당시 서독은 동독보다 3~4배 경제적으로 잘 살았다. 통일 초기 서독이 동독의 경제적 수준을 자신들의 수준까지 급격히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독일은 10년 가까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통계청이 내놓은 '2023 북한의 주요통계지표'를 살펴보면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약 36조2000억원에 그쳤다. 한국의 60분의 1수준이다. 1인당 국민소득 격차는 30배, 무역액 격차도 892배에 달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일이 됐을 때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통일 전부터 남북한이 경제 연합 형태의 협력을 진행해야 한다"며 "남북한은 물론 일본, 중국과 동북아 경제 공동체를 형성하면 통일 전 평화공존 체제도 자연스럽게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EU(유럽연합)처럼 경제 공동체를 만들면 싸우려고 해도 싸울 수가 없다"며 "경제적 상호 의존성을 높이면 전쟁을 피할 수밖에 없는 게 유럽을 통해 증명됐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 체제 붕괴로 통일이 다가오면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간섭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현재 진보는 평화만을 강조하고 보수는 김정은 체제 붕괴에 따른 자유민주주의 기반 통일을 주장한다. 평화와 자유민주주의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게 바로 통일 전 남북한 경제 연합 형태의 협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일 전문가는 통일 전 남북의 경제 협력이 '개성공단' 방식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남한의 기술력·자본력과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결합하는 형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이 통일 전 비핵화 약속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한다면, 북한 내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도와야 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글로벌 자금이 유입돼 개혁이 이뤄지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체제 우위가 입증될 수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與김건 "건국의 완성은 '통일'…김정은 '두 국가론'은 기회"[인터뷰]
부제 : [the300][MT리포트] 우리의 소원은 통일?⑤
"외교관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은, 내가 확신이 없으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겁니다. 국제사회에 우리가 통일해야겠다고 도와달라고 하려면 통일에 대한 열망과 확신 있어야 됩니다. 확신이 없으면 상대도 금방 압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민족', '두 국가'를 말하는 지금이 통일에 있어서는 기회"라며 이같이 말했다.
35년간 외교관으로서 윤석열 정부 초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지낸 김 의원은 통일에 있어 주변 국가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선 먼저 우리 스스로 통일의 필요성, 통일이 가져다줄 기회를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것은 북한 체제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시그널이고, 오히려 기회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의원은 "동독도 서독과 국력 격차가 벌어지면서 압력을 견디기 힘들어지니 '두 민족, 두 국가론'으로 갔다"며 "김 국무위원장도 한류가 퍼지고 남한 정보가 북한 주민들한테 영향을 미치면서 그전까지 하던 거짓말이 더이상 통하지 않자 체제를 보전하기 위해 '두 민족, 두 국가론'을 꺼낸 것이다. 통일의 날이 다가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민족의 꿈이 통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우린 1919년 일제식민지 하에 중국에서 임시정부를 세우고 우리 강토에 민주사회, 민주공화정을 건설하겠다는 하나의 꿈을 세웠다"며 "근데 냉전 때문에 민주공화국을 우리 반도의 절반에만 세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기에 건국의 완성은 통일을 해서 우리의 모든 영역에서 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한 민족으로서 가진 오랜 꿈인데 김정은 위원장은 이걸 포기하자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럴 이유가 뭐가 있나"라고 했다.
김 의원은 "통일은 민족의 꿈이자 비전이기 때문에 현실성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1919년에 일제가 기세등등한데 우리 선조들이 현실적이었겠나. 근데 우리 영토에 민주주의를 세운다는 꿈을 꿨고, 결국 절반을 완성하고 그 꿈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헌헌법부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은 이 꿈 때문"이라며 "꿈을 잃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통일이 가져올 막대한 기회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남북통일은 동서독 통일보다도 훨씬 큰 기회"라며 "동독은 서독의 4분의1 크기였고 인구·경제력도 미약했는데 북한은 우리보다 더 크다"고 했다. 특히 "지금은 우리가 해양으로만 연결돼 섬처럼 사는데 통일되면 유라시아대륙과 직접 연결된다. 이제까지 우리 경제가 발전했던 것만큼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젊은 세대는 비용만 크게 보는데, 통일이 줄 기회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북한 정권에 동조하는 화두를 주요 정치인(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던진 만큼 여야가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결의를 다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이 쓴 책 '독일통일과 유럽의 변환'에 따르면 통일 주역은 다름 아닌 부시 대통령이다. 미국이 나서서 독일 통일을 만들어냈단 것"이라며 "우리가 통일하기 위해서도 주변국인 일본, 중국, 러시아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국내적으로 통일 준비를 잘하는 것만큼 외교부가 주변국과 통일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정부 들어 여러 정상회담 결과 문서에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된 한반도' 지지가 들어갔다. 특히 캠프데이비드(한미일) 공동성명은 일본이 처음으로 한국 통일을 공개 지지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고 했다.
野김준형 "평화로운 남북 분단? 그걸 누가 보장할 수 있나"[인터뷰]
부제 : [the300][MT리포트] 우리의 소원은 통일?⑥
"'분단은 좋고, 통일은 나쁘다'는 식의 비교는 잘못됐습니다. 분단이 평화롭고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인데, 그걸 누가 보장할 수 있습니까. 아무도 보장하지 못합니다."
국립외교원장 출신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통일이 필요 없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그럼에도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의원은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잘못된 전제를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라고 했지, '평화로운 두 국가로 살자, 서로에게 위협이 되지 말자'고 하지 않지 않았냐. 근데 젊은 사람들은 그걸(평화로운 두 국가를) 생각하고 있다. 분단이 제도화를 통해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지만, 누구도 보장 못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통일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국제 정세를 보면 북한이 전략적으로 매우 유리해졌다. 전쟁을 통한 통일과 흡수 통일이 있다고 했을 때, 지금 정권이 기대하는 북한의 붕괴와 흡수 통일은 불가능해졌다"며 "하지만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기 때문에, 우리가 헌법에 평화 통일을 적시해둔 것이다. 헌법이 전쟁을 막는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남북 두 국가론'에 대해선 "지금 우리는 현실적으로 분단국가면서도, 헌법에서는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밝히는 굉장히 이중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사이에 약간의 긴장이 존재한다"며 "누구든 심리적으로 이 긴장 상태를 해결하고, 하나의 답을 내리고픈 욕망이 있을 수 있다. 또 정치인들은 해답을 주고 싶어 하지 않냐"고 밝혔다.
김 의원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 △북한과의 신뢰 형성 △북한의 점차적인 경제 성장 추진 △주변국 설득 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만약 김정은 체제가 무너진다면 북한 엘리트들은 집단 지도체제로 단결하고 어떻게든 살 길을 모색할 것이다. 이들은 붕괴 직전 한국이 아닌 중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친중 정권을 세우고 중국으로 가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즉 북한이 붕괴하면 우리가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유엔이 북한에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할 때 북한 내부는 중국과 결탁할 것이고 그렇게 (북한을) 중국에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북한과의) 신뢰가 중요하다. 독일이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동독 엘리트들이 서독에 가도 죽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독에서 마지막에 통일에 대해 투표를 했을 때 많은 사람이 동독의 붕괴를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확신이 있었다"며 "하지만 북한은 지금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 준비 없이 북한 붕괴만을 기다리면, 역설적으로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의원은 "젊은 세대 중에서는 통일 시 남북 간 경제력 차이로 인한 부담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 "북한의 경제를 서서히 성장시켜서 한국과 격차를 줄이고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경제 연합 또는 교류를 통해 양국의 여건이 성숙하면 통일을 논의해보자는 주장이 있었고, 신뢰 문제 역시 서로 이렇게 하나둘 주고받으면서 쌓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국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독일도 처음부터 했던 것이 주변 국가에 '우리의 통일이 위협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한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이 동북아에 끼칠 엄청난 파급력을 생각하면 이 설득 과정은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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