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유치설 들썩…전력·용수 등 4대 과제 부상

정성현 기자 2026. 6. 16. 10:2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남광주 대기업 투자 거론 속 기대감
첨단패키징 생태계 조성 여부가 핵심
전력·용수·인재·부동산·환경 등 쟁점
통합특별시 출범 앞 산업 설계 시험대
반도체. 클립아트코리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광주·전남 반도체 투자 가능성이 잇따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쟁점은 대기업 공장 하나가 들어오느냐가 아니다. 전력과 용수, 인재, 부동산, 환경 부담을 포함한 첨단패키징 생태계를 지역이 감당하고 설계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지역 정치권·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수도권에 몰린 반도체 산업을 광주·부산·구미 등 남부권으로 분산하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를 검토하고 있다. 광주는 첨단패키징, 부산은 전력반도체, 구미는 소재·부품을 특화하는 방식이다.

이 흐름 속에서 국내 반도체 양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남·광주 투자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광주 첨단3지구를 중심으로 반도체 패키징 공장 투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SK하이닉스도 광주·전남을 포함한 생산거점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보다 '패키징 생태계'가 핵심
논의의 중심은 첨단패키징이다. 패키징은 단순 후공정이 아니다. 여러 칩을 연결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는 고부가 공정으로,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와 맞물려 중요성이 커졌다.

광주에는 후공정 기반이 이미 있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광주공장에 2035년까지 1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하는 증설을 검토 중이다. 현실화하면 신규 고용 1000명 안팎이 예상된다.

정부와 광주시는 첨단패키징 실증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은 Arm스쿨을 통해 5년간 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남대, 한국에너지공대, 나주 에너지밸리, 전남 재생에너지 기반까지 잇는 산업 구상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도 변수다. 광주 첨단산단과 장성·나주·해남·여수·대불산단을 한 경제권으로 묶으면 패키징을 축으로 한 초광역 산업벨트가 그려진다. 반대로 공장만 들어오고 협력사·R&D·인재 정착이 따라붙지 못하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생태계를 광주-부산-구미 남부권으로 확장하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력·용수부터 환경까지 검증 과제
기대가 큰 만큼 따져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시민 우려는 전력·용수, 인재, 부동산, 환경 등 네 가지로 모인다.

첫 번째는 전력과 용수다. 패키징은 전공정 팹보다 전력과 물 사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 자체가 전력과 물을 많이 쓰는 산업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광주·전남이 에너지와 부지, 용수 여건을 강점으로 내세우더라도 장기 수요와 송전망, 공급 안정성은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인재 정착이다. 공장이 들어와도 핵심 연구인력과 엔지니어가 수도권을 선호하면 지역 효과는 줄어든다. 지역 대학에서 인재를 키워도 졸업 뒤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 GIST, 전남대, 한국에너지공대 등을 잇는 인재 양성 체계가 실제 지역 일자리와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세 번째는 부동산이다. 첨단3지구와 장성 일대가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시장에서는 문의가 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직 실제 거래 급증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유치설만으로 시장이 먼저 움직일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선제적 관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네 번째는 환경 부담이다. 패키징이 전공정보다 폐수·화학물질 부담이 낮다지만 오염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영산강은 광주·전남 시민의 식수원이자 농업용수다. 폐수 처리 기준, 화학물질 관리, 수질 모니터링, 사고 대응 체계가 유치 논의 초기부터 공개돼야 한다.
풍부한 재생에너지 생산능력을 갖춰 친환경 에너지 자립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해남군 산이면 구성리 인근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 패널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김양배 기자

"유치 이후 미래 계획이 더 중요"
결국 기업 투자가 현실화하더라도 전남·광주가 어떤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생활권 변화를 준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전력과 용수, 인재, 부동산, 환경 문제를 함께 설계하지 못하면 기대는 쉽게 부담으로 바뀔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최근 입장문에서 "AI와 반도체는 상호 연계될 때 산업적 효과가 커진다"며 "전남·광주가 에너지와 데이터 기반을 토대로 첨단산업 거점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역 학계 관계자는 "GIST와 전남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등에서 배출되는 인재들이 지역 산업과 연결된다면 인력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패키징을 넘어 설계와 제조, AI 실증까지 연결되는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반도체 공장의 호남 유치는 전력망 병목 해소, 국가 균형발전,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대라는 세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카드"라며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보유한 호남이야말로 지산지소 원칙을 실현하고 글로벌 기업의 RE100 달성을 이끌 대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