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물든 9월…청년·지역·글로벌로 더 풍성해졌다

최수문 선임기자 2026. 9. 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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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최된 '2026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청년, 지역, 글로벌 경쟁력 등 3가지 목표에 한층 다가갔다는 평가다.

부산비엔날레·광주비엔날레·제주비엔날레·경기도자비엔날레 등 4개 비엔날레와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등 2개 아트페어를 비롯해 주요 미술관 96곳이 축제에 동참했고 여기에 기획전과 '미술여행', 국제공항 특별전,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 국제 콘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올해 대한민국 미술축제의 대표 행사는 서울에서 열린 아트페어 '키아프'와 '프리즈'라고 할 수 있다.

미술축제의 이 같은 성공에는 문체부 등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긴밀한 협조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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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대한민국 미술축제’ 마무리
키아프·프리즈 서울, 가족·청년 관람객 늘어
미술여행 통해 지방 미술 시장 경험 확대도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 등 해외 관심 커져
“모두의 일상, 글로벌화 지원…생태계 조성”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키아프·프리즈 서울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개최된 ‘2026 대한민국 미술축제’가 청년, 지역, 글로벌 경쟁력 등 3가지 목표에 한층 다가갔다는 평가다. 미술 시장 수요자를 젊은 층으로 확대하고 서울 중심에서 탈피해 지방 시장에 대한 관심도 키웠다. 또 글로벌 미술 시장에 대한 도전도 멈추지 않고 있다. 미술축제가 거듭될수록 이 같은 기대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닻을 올린 이후 3회째를 맞는 미술축제가 무르익으며 올 9월이 아트로 물든 가을로 기록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는 9월 1일부터 30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2026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진행했다. 부산비엔날레·광주비엔날레·제주비엔날레·경기도자비엔날레 등 4개 비엔날레와 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등 2개 아트페어를 비롯해 주요 미술관 96곳이 축제에 동참했고 여기에 기획전과 ‘미술여행’, 국제공항 특별전,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 국제 콘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최휘영(왼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키아프·프리즈 서울 개막식에 참석,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키아프·프리즈 서울 닷새동안 15만 명 관람
올해 대한민국 미술축제의 대표 행사는 서울에서 열린 아트페어 ‘키아프’와 ‘프리즈’라고 할 수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5일 열린 ‘프리즈 서울’과 2~6일 ‘키아프 서울’에는 총 15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갈수록 젊은 관람객들이 늘어나는 점도 고무적이다.

먼저 올해 5회째인 프리즈 서울에는 30개 국가 및 지역에서 130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가했다. 행사가 열린 나흘간 7만 명 이상이 행사장을 찾았다. 방문객은 54개 국가 및 지역에서 찾아와 역대 가장 다양한 국제 참여를 기록했다. 25개국 178개 미술관 및 기관 관계자도 방문해 기관 참여 역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또 이번에 25주년을 맞은 키아프 서울에는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프리즈보다 하루가 더 길었던 키아프에는 약 8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프리즈 서울의 최고가 거래는 국내 화랑인 국제갤러리가 출품한 유영국 작가의 1971년작 ‘워크(Work)’로, 약 22억~25억 원(160만~180만 달러)에 판매됐다. 한국 화가의 작품이 최고가 거래가 된 것은 프리즈가 서울에서 개막한 뒤 5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10억 원이 넘는 초고가 작품의 판매는 줄었지만 수천만∼수억 원대 작품이 대거 팔리면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리는 “올해는 다양한 국가의 컬렉터와 기관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았으며, 아트페어에서는 신진 작가부터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가격대에서 작품 판매가 이뤄졌다”며 “프리즈 서울은 점점 더 국제적인 페어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장은 “특히 가족 단위와 젊은 관람객이 증가했다”며 “작품을 감상하고 소장하려는 구매가 늘어나는 긍정적 경향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비엔날레가 열린 부산현대미술관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경기도자비엔날레를 방문한 관람객이 작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부산·광주·제주 등 지방 비엔날레도 성황
이 같은 열기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키아프·프리즈가 미술 시장의 열기를 보여줬다면, 지방 비엔날레는 미술이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를 질문했다고 볼 수 있다. 11월 1일까지 열리는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불협하는 합창’으로, 22개국 46팀이 257점을 부산현대미술관, 영도 스페이스 원지, 옛 부산남고에 펼쳤다. 주인이 떠난 학교와 항만 창고 등 각 공간의 역사와 기능에 어울리는 작품을 배치해 전시의 맥락을 살렸다.

역시 11월 15일까지 진행되는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전시관 한 곳에서 밀도를 높였다. ‘대만관’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중하고 차분하게 작품 사이의 관계와 사유의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의미를 쌓았다.

이어 제주에서는 제주비엔날레가 ‘유배’ ‘돌문화’ ‘신화’ 등 3가지 소주제로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돌문화공원 등 6개 전시 공간에서 ‘제주’를 펼쳐 보였다. 경기도자비엔날레도 ‘땅이 만든다’를 주제로 77개국 13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 가운데 이천·광주·여주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제주비엔날레는 11월 15일까지, 경기도자비엔날레는 11월 1일까지 각각 진행된다.

전국 미술관 96곳(국공립 35곳, 사립 61곳)도 미술축제에 동참했다. 거장의 회고전에서부터 신진 작가전, 지역 미술 소개전까지 다양한 전시를 선보였다.

대한민국 미술축제 ‘미술여행’이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미술여행’의 이벤트로 전북 완주에서 진행한 체험 워크숍 ‘AGAIN 산수유람’의 모습. 소리꾼 손아선이 참여자들에게 자연 속에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미술관·갤러리 문턱을 낮춘 ‘미술여행’
지역, 세대를 넘어 정서적인 문턱을 낮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미술여행’이다. 올해는 경기·충청·전라·경상·제주 등 전국 5개 권역에서 지역 단체 10곳이 프로그램 13개와 워크숍 2개를 운영했다. 여행 전 회차가 사전 매진됐는데 사전 신청자 수만 1500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미술여행은 앞서 2018년 ‘미술관과 갤러리의 문턱을 낮춰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데 현재는 ‘미술축제’의 메인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들어서는 미술여행이 ‘전시를 보러 가는 프로그램’에서 ‘지역의 미술 생태계를 만나는 프로그램’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술 문외한이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해설사가 동행하는 ‘여행’ 형식으로 만들어보자는 발상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비엔날레가 진행된 곳에서는 비엔날레와 함께, 비엔날레가 진행되지 않는 곳에서도 미술관 등 각 지역의 장점을 살린 여행코스가 개발됐다. 공모로 선정된 지역 예술단체가 직접 설계했기 때문에 가장 그 지역을 알릴 수 있는 형태가 된 셈이다.

행사를 주관한 예경 측은 “캠페인은 숫자로 확인되지만, 미술여행은 표정으로 확인된다”며 “하루를 함께 다니다 보면 ‘미술관은 처음’이라고 하시던 분이 마지막 전시장에서는 먼저 질문을 꺼내는 순간이 온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미술을 즐기는 데 있어 진입 장벽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문제라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된다”고 전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전시된 한윤정의 ‘도착한 그곳엔’ 작품 모습. 사진 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전시장으로 변한 국제공항 로비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수단이 동원됐는데 이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국제공항 로비에서의 전시다. 인천과 김포, 김해 등 3개 국제공항에 한국 신진·중견 작가 16명의 미디어·설치 작품 29점이 전시됐다. 전 세계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공항을 통해 입출국하고, 여행 성수기에 맞추어 대규모 관광객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진행된 만큼 ‘공항전시’는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소이자 시간으로 평가됐다. 국제공항과의 협력은 이러한 점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관협력의 사례라는 것이 예경 측의 설명이다.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미술 전문가들이 발표회를 갖고 있다. 사진 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미술 전문가들이 발표회를 갖고 있다. 사진 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로 한국 작가 세계에 알려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Dive into Korean Art)는 한국 작가의 해외 진출과 국내외 미술계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세계 각국의 미술관 큐레이터, 시각예술 전문매체 에디터와 비평가 등 해외 전문가 15인이 참여해 고요손(31)·김무영(31)·박예나(36) 등 차세대 한국 청년 작가 9인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특히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해외 인사들의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교류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초청 인사들은 작가들의 제작 방식과 연구 과정, 작업의 배경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이어갔으며 역사와 기억, 사회적 관계를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풀어내는 연구 기반 작업에 주목했다.

독일 하우스 데어 쿤스트의 시니어 큐레이터 야나 바우만은 “동시대의 당면 과제를 다루는 한국 신진 작가들의 감수성과 당당한 자신감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아트리뷰 아시아 일본 에디터 타로 네틀턴도 “역사 속에서 지워지거나 간과된 대상을 살피고 이를 복원하거나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고 밝혔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이러한 만남이 전시와 연구, 협업 등 지속적인 해외 진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 지역 ‘미술여행’ 참가자들이 비엔날레와 부산의 지역 문화 공간을 연계한 ‘전환과 공명의 바다’ 현장인 부산현대미술관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K컬처의 다음 주역은 미술”
미술축제의 이 같은 성공에는 문체부 등 중앙정부와 공공기관,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긴밀한 협조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물론 아트페어·비엔날레나 미술관의 프로그램은 해당 단체가 만든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이들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관람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데 있다. 올해 정부는 전시 입장권 특별할인을 지원하고 한국철도공사 등과 관광상품을 만들었다. 온·오프라인 플랫폼 운영과 공항특별전을 통해 미술축제를 국내외에 알리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미술여행 등 프로그램 운영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미술축제의 발단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미술주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돼 2023년까지 이어졌다. ‘미술주간’은 주요 아트페어를 비롯해서 전국의 미술관과 갤러리를 연계한 미술행사였다. 그러다가 2024년 ‘대한민국 미술축제’로 확대 개편하며 대형 미술행사를 통합 연계해 ‘관광’ 자원으로 만들고 관람객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미술주간이 약 10일간 진행된 데 비해 미술축제는 기간을 9월 한 달로 연장했다. 더불어 아트페어·비엔날레·미술관과 같은 미술계 전체를 연계하는 것은 물론 한국관광공사·한국철도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등 공공기관도 협력 중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대한민국 미술축제는 국민 누구나 일상에서 미술을 만나는 계기이자, 세계가 한국미술을 찾아오는 관문”이라며 “미술축제를 계기로 미술이 K컬처의 다음 주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창작 지원부터 해외 진출까지 미술 생태계 전반의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문 선임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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