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 유럽시장 공략법] ⑤ 샘표, 일본 깃코만 간장의 아성 넘을 수 있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기업들의 유럽시장 공략법을 알아봅니다.

프랑스 국제식품박람회에서 ‘혁신 제품’으로 선정된 샘표 완두간장과 김치앳홈 비건 /사진 제공=샘표식품

국내 간장 시장 점유율 1위인 샘표가 유럽에서 '건강한 이미지'를 내세워 한국 장류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샘표는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유럽에서 간장, 고추장 등 한국 전통장류의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일본 깃코만 간장이 일찍이 뿌리내린 유럽 시장에서 간장을 비롯한 샘표의 K소스가 경쟁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7일 샘표식품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유럽 시장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샘표는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 '시알파리 2024'에 입점 업체로 참여해  요리에센스 연두, 유기농 고추장 등 다양한 제품을 유럽 메인스트림 채널 바이어들에게 선보였다. 이 가운데 ‘완두간장’과 ‘김치앳홈 비건’은 혁신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샘표는 K푸드 열풍으로 유럽에서 인지도가 급상승한 불고기, 비빔밥, 만두 등 대표 식품의 '필수 소스'로 한국식 간장을 프로모션할 예정이다. K간장은 한국 음식뿐 아니라 유럽에서 이미 대중화된 중식, 일식, 인도네시아 및 태국 요리, 베트남 요리에서도 중요한 재료로 쓰이며 다양한 음식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샘표의 경쟁력은 '건강한 간장'

다만 유럽 시장에서 한국식 간장으로 승부를 보려면 먼저 일본의 깃코만 간장과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 현재 유럽의 간장은 주로 깃코만을 통해 대중화됐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깃코만 간장은 유럽 내 41.1%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1960년대 일식의 세계화 과정에서 스시를 찍어 먹는 용도로 알려지며 ‘세트화’에 성공했다. 이후 깃코만은 현지 음식과의 융합을 위해 다양한 조리법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간장과 설탕으로 만든 데리야키 소스를 미국에서 성공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샘표는 깃코만 간장에는 없는 제품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간장의 주재료인 대두 대신 완두를 발효해 만든 완두간장을 출시하면서다. 대두는 한국 식탁에 주로 오르는 식재료지만,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대두 알레르기를 가진 현지인이 많다는 설명이다. 깃코만 간장은 대두를 발효해 만든다.

샘표의 완두간장은 영국과 네덜란드 등에 수출하고 있으나 아직 메인스트림 채널에서는 깃코만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영국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한인마트에서만 판매될 뿐이다. 샘표는 이번 혁신 제품 선정을 계기로 완두간장의 인지도를 더 높여 현지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프라인 채널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샘표 관계자는 “대두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들이 건강 걱정 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며 "유럽에서 지속가능한 먹거리, 클린라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완두간장이 혁신 제품에 선정돼 현지인들의 수요와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완두간장은 시알파리 2024 이전에도 독일 쾰른에서 열린 글로벌 식품박람회 ‘아누가’에서 혁신 제품으로 선정돼 제품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아누가는 “알레르기 걱정 없이 한국 고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완벽한 제품”이라고 밝혀 샘표 제품의 차별성과 품질을 높게 평가했다. 샘표 관계자는 "유럽 소비자들은 유기농, 친환경, 무첨가 등 지속가능한 식재료와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 샘표의 차별화 전략이 충분히 먹힐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간장에 이어 고추장도 준비 완료

콩을 발효한 100% 식물성, 글루텐프리 제품으로 만든 샘표의 요리에센스 연두 /사진 제공=샘표

샘표는 유럽에서 간장뿐 아니라 기타장류 판매도 준비하고 있다. 샘표가 유럽 무대에서 K소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 장류의 현지화를 추진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2010년부터  ‘글로벌 장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012년부터는 스페인 알리시아연구소와 협업해 유럽 식재료와 요리법에 맞춘 150여개 레시피를 개발했다. 특히 100% 순식물성 제품인 '연두'를 앞세워 스페인 수출을 시작했고 이후 미국, 중국, 영국으로 확장했다.

대표적인 현지화 식품인 '유기농고추장'은 미국에서 연평균 20%의 성장률을 기록해 유럽 시장에서도 안착할 것으로 기대된다. 떡볶이와 불닭 등으로 한국식 매운맛이 인기를 끌면서 고추장 수출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유기농고추장은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짠맛과 매운맛을 부드럽게 조절하면서도 콩 발효의 감칠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샘표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28년까지 충북 제천 제2산업단지에 약 8만1000㎡ 규모의 신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샘표 관계자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추가 제품을 개발해 유럽 내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고 충성고객층을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