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플레이션 심화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곧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약화됐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계절조정 기준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0.2%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각각 3.4%와 2.5%를 기록해 모두 6월보다 0.1%p 낮아졌다.
모든 수치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와 일치했다.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그러나 6월 둔화된 흐름을 보인 이후 7월에도 완만한 월간 상승률을 기록해 올해 초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라 나타났던 물가 상승세가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물가 변동성은 여전히 크며 중동전쟁을 둘러싼 상황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7월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1.5% 내리며 6월의 5.7% 하락에 이어 추가로 떨어졌다. 그러나 전년 대비로는 14.7% 급등했다.
식품과 주거비는 각각 0.1% 상승했다. 그동안 주거비 상승세는 좀처럼 둔화되지 않아 물가 상승률이 2% 이상에 유지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번 상승폭은 크지 않았지만 주거비는 전체 CPI 상승분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다만 숙박 비용이 2.8% 급락하며 전체 지수 상승폭을 제한했다. 주택 소유자가 자신의 주택을 임대할 경우의 가치를 추산하는 소유자 등가임대료는 0.3% 상승했다.
신차 가격은 0.1% 올랐고 중고차 및 트럭 가격은 0.4% 상승했다. 의료비는 0.4% 올랐으며 항공료 상승률은 2.2%로 확대됐다.
식품과 에너지 상품을 제외한 상품 가격은 두 달 연속 하락한 뒤 다시 반등했다. 특히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액세서리 가격은 전년 대비 21.2% 올라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으며 컴퓨터와 주변기기, 스마트홈 비서 기기 가격도 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건설 경쟁이 벌어지며 경제학자들은 애플의 맥과 아이패드 등 인기 소비자 기술 제품의 가격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6월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다음 회의는 9월 열린다. 이에 연준은 금리 결정을 내리기 전 한 달 치 물가 데이터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웰스매니지먼트의 엘런 젠트너 수석 경제전략가는 “시장 예상에 부합한 인플레이션 지표는 지난주 고용보고서 이후 힘을 얻은 금리인상이 필요 없다는 전망을 유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9월 FOMC 회의 전에 물가 지표가 한차례 더 발표되기 때문에 상황은 여전히 바뀔 수 있다”면서도 “그 수치가 매우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면 연준은 다음 달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노스라이트애셋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혀 놀라운 점이 없었던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큰 놀라움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되지 않는 상황과 최근의 부진한 고용 보고서가 맞물리면서 연준이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FOMC는 7월 회의에서 9대3으로 금리동결을 결정했다. 반대표를 던진 위원 3명은 모두 금리인상을 지지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10월 또는 12월에 이뤄질 가능성을 보다 높게 반영하고 있다.
약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9월 정책회의에서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게 반영했다. 그러나 7월 순고용 감소 이후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진 데다 에너지 부문 가격이 크게 출렁이면서 금리인상의 시급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13일 발표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직접 반영되는 추가 가격 항목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예정이다. PCE 물가지수는 이달 말 발표된다. 올해 들어 PCE 기준 근원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CPI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해왔다.
투자자들은 이달 말 열리는 연준의 연례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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