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헤즈볼라 1인자...이스라엘 ‘새로운 질서’ 작전에 제거됐다
2006년 ‘레바논 전쟁’도 지휘한 인물
이스라엘군이 지난 27일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으로 사살했다고 밝힌 하산 나스랄라(64)는 32년 이상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1인자로 군림하며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이슬람 민병(民兵) 세력’을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평가된다. 이스라엘군이 나스랄라 사살에 성공한 이날 작전명은 ‘새로운 질서(New Order)’였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저항의 축’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인 그의 사망은 모든 이슬람 관련 단체들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1960년 베이루트 동부 부르즈 하무드 난민촌의 이슬람 시아파 가정에서 태어난 나스랄라는 남부 항구도시 수르에서 신학을 배우고 레바논 시아파 정당이자 민병대였던 ‘아말 운동(Amal Movement)’에 가입했다. ‘아말’은 아랍어로 ‘희망’을 뜻한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 주도로 헤즈볼라가 결성됐고, 나스랄라도 이에 합류했다. 1992년 2월 이스라엘 헬기 공습으로 숨진 헤즈볼라 창립자 아바스 알무사위의 뒤를 이어 최고직 사무총장(Secretary-General)에 임명됐다.
헤즈볼라는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아 화력을 키웠다. 2000년 레바논 남부를 약 18년 동안 점령한 이스라엘군을 몰아냈다. 나스랄라의 장남은 1997년 이스라엘군에 맞서다 사망했다. 2006년엔 이스라엘 군인 2명이 포로로 잡힌 것을 계기로 이스라엘군과 34일간의 전쟁을 치렀다. ‘2006년 레바논 전쟁’이라 불리는 이 전쟁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약 2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전쟁은 이스라엘·헤즈볼라 양측이 모두 승리 선언을 하면서 끝났다. AP 등 외신들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 벌어진 첫 ‘대리(代理·proxy) 전쟁’이었다며, 중동 전역에서 헤즈볼라와 나스랄라의 명성이 본격적으로 두드러진 기점이 됐다고 전했다.
2011년 민중 반군 봉기로 발생한 시리아 내전에선 이란을 도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에선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스라엘과 무력 대치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와 접한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수차례 로켓 공격을 감행했다. 헤즈볼라는 나스랄라 주도 아래 중동 반(反)이스라엘 이슬람 연대인 ‘저항의 축’ 단체 대원들 훈련소 역할도 하고 있다고 AP 등은 전했다.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저항의 축’은 나스랄라를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자손을 뜻하는 ‘세예드(sayyid)’라는 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AP는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암살을 피하려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길 극도로 꺼렸다고 28일 보도했다. 2002년 이례적으로 성사된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선 취재진 눈을 가린 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을 수차례 돌게끔 하는 등 은신처를 파악할 수 없도록 신경 썼다고 한다. 통상 TV 연설을 통해서만 대중을 만나는데, 가장 최근엔 지난 19일 수십 명의 헤즈볼라 대원이 사망했던 이스라엘의 무선호출기 폭발 공격을 비판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현재 헤즈볼라 병력 규모는 4만~5만 명으로 추정되며, 12만~20만기의 미사일과 로켓을 보유했다고 알려졌다. 헤즈볼라 전력은 레바논 정부군보다 우세하다고 알려졌다. 막강한 전력을 바탕으로 레바논 정계에서도 영향력을 키워왔고 현재 128명으로 구성된 의회에서 13석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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