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간다]“주차하다 골로 가요”…‘낭떠러지’ 옥상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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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많은 도시, 부산. 구불구불 산중턱에 난 산복도로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부산의 진짜 모습이 '산동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비탈면에 빼곡히 세워진 형형색색의 단독 주택들과 건물 옥상을 활용한 카페와 주차장은 관광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부산시가 산복도로 주변 주택가를 관광지로 활성화하겠다며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펼쳐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복도로의 이면엔, 안전사고 위험에 대한 지자체와 지역민의 불감증이 상존하고 있었습니다.
‘신기한 볼거리’ VS ‘위태로운 옥상 주차장’

관광객들에게 소위 ‘하늘 주차장’으로 불리는 주택 옥상 주차장. 산이 많고 평지가 적은 부산에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이런 옥상 주차장이 많습니다. 산을 깎아 만든 도로와 경사지에 조성된 주택 건물 옥상이 맞닿다 보니 옥상을 주차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최소 30년 전쯤 지어진 단독 주택 옥상에 촘촘하게 차량들이 주차된 모습은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주택 벽면엔 금이 쩍쩍 갈라져있고, 주차장엔 난간이나 고임목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산복도로변 옥상 주차장에서의 추락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3월엔 목욕탕 옥상 주차장에 있던 택시가 4층 높이에서 추락했고, 2017년 11월엔 주차하던 택시가 옥상과 주택 난간 사이로 추락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지난해 3월에도 사찰 주차장에서 회전하던 택시가 주차장 난간을 뚫고 5m 아래 주택가로 추락해 승객과 기사 모두 크게 다쳤습니다.
‘불안하지 않을까?’ 주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옥상 아래쪽 집들의 문을 두드리며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대답은 이상하리만큼 한결 같았습니다. “추락 사고에 대한 걱정은 없고, 누수나 균열 또한 없다.” “공영 주차장은 필요하지 않으며, 옥상 주차장이면 충분하다.” 심지어는 ”주차장 소음이나 매연마저 거슬리지 않는다”는 답이었습니다.

내가 잘못 생각했던 걸까.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주민들을 괜히 들쑤신 것은 아닐까.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옥상을 주차장으로 내준, 주차장의 주인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곧이어 만난 세입자들을 통해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옥상 층 집주인에게 옥상 주차장 사용에 대한 주차비를 매달 내고 있었습니다.
“자기 집 위에 남이 주차하면 주차비를 받으니까 주인들이야 좋겠죠. 우린 6만 원 주고 옥상에 주차하고 있어요. 공용주차장 있으면 너무 좋지. 근데 공간이 없잖아요, 공간이.” - 저층 거주민 A씨
“주인들은 갈라짐이나 비 샘이나 뭐 말은 안 해도 있을 거 같아요. 우리 집도 비가 새는데 당연히 있겠죠, 옥상 바로 아랫집인데. 근데 그런 말은 뭐 절대 안 하니까.” - 저층 거주민 B씨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된 옥상 주차장

주차장 주인들, 즉 옥상 층 주민들은 불안감이나 걱정이 있더라도 꼭꼭 감추기에 급급했습니다. 차량 1대에 월 5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옥상 주차장은 포기할 수 없는 쏠쏠한 수입원이기 때문입니다.
옥상주차장이 불안한 세입자들은 돈만 있다면, 이곳을 바로 떠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불안하지. 그런데 뭐 내가 남의 집에 있으니까 말도 못 하고 있는 대로 있어 보는 거지. 집에 금은 많이 갔더라고.” - 옥상 층 세입자 C씨
“돈 있으면 가면 좋지. 나는 여기 전세로 있는데 나 혼자 있고 자식도 찾아오지도 않는다. 그래도 혹시 보러 올까봐 내가 못 나가고 이러고 있다 아니가.” - 옥상 층 세입자 D씨
안전사고 위험과 불안함을 감내하며 사는 산복도로변 주민들. 지자체가 민간 주차장에 안전장치를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사이, 추락 사고는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관광지로 활성화 하려는 노력 이전에, 모두가 안전한 동네부터 만드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뉴스A의 코너, ‘현장카메라’와 ‘다시간다’에 담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냅니다.
▷ [다시 간다]아차 하면 추락…옥상 주차장 지금은? <뉴스A, 지난 14일>
[기사 링크
: http://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338806 ]
이솔 기자 2sol@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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