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급 입문 장벽을 낮춘 2기통 스포츠 네이키드의 등장, 스즈키 GSX-8S
2기통 엔진 중에서도 병렬 방식이 대유행이긴 하다. 과거에는 60° V형이나 90도 V형(일명 L-트윈) 등 다양한 2기통 엔진들이 있지만, 최근에는 많은 브랜드에서 병렬 2기통으로 제품을 내놓는 추세다. 가장 큰 이유는 돈으로, 날이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맞춰 새로운 엔진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4기통 엔진의 경우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2기통 엔진에 비해 부품 수도 많은 데다, 원자재 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도 소비자들의 접근이 점점 어려워질 만큼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병렬 2기통 엔진은 4기통에 비해 개발 비용도 적게 들고, 부품 숫자도 적으며, V형과 달리 실린더가 모여있어 소재가 적게 들어가 생산 단가도 내려가니 결과적으로 제품 가격을 크게 끌어내리는데 도움이 되어 브랜드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브랜드들마다 특색있는 병렬 2기통 제품으로 미들급에 입문하려는 라이더들을 유혹하고 있는데, 스즈키는 기존 4기통 600cc 및 750cc를 대체하는 776cc의 2기통 엔진을 새로 개발하고 이를 다양한 제품들에 탑재하고 있다. 이 중 두 번째 모델인 GSX-8S가 국내에도 출시되어 시승차를 받아 직접 살펴보았다.
이번 제품에서도 스즈키의 작명 기준을 알 수 있는데, 같은 네이키드 장르지만 4기통 엔진이 탑재되는 GSX-S1000과 달리 GSX-8S로 S의 위치가 다른데, 2기통 엔진은 숫자 뒤에, 4기통 엔진은 숫자 앞에 S를 배치하며 차이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아직 선보이지 않은 최신의 2기통 모델인 GSX-8R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단기통 엔진인 GSX-R125는 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추측해보자면 R125나 R600, R750, R1000 등은 호몰로게이션, 즉 레이스 규정에 맞춘 모델이기에 숫자 앞에 R을 붙이는 것이고, 8 시리즈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8 뒤로 장르별 영어, 슈퍼스포츠는 R, 네이키드는 S를 붙이는 것으로 보인다.
스즈키의 디자인은 카타나를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카타나 이전의 스즈키 제품들은 적당한 곡선미를 살린 모습이 대부분이었는데, 카타나를 시작으로 직선과 각을 중시하는 디자인으로 크게 변경되었고, 이번 8S도 마찬가지다. 헤드라이트 주변을 비롯해 좌우 측면, 후미부까지 네이키드라 몇 되지 않는 카울들이 꽤나 날카롭게 다듬어진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데, 스포티한 특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여기에 헤드라이트도 1안 구성에서 상하로 분리된 2안 구성으로 바뀐 것도 디자인 변화 중 하나로, 이러한 요소들이 GSX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제품들의 패밀리룩인 것이다.
스포츠 네이키드, 흔히 스트리트파이터라고 부르기도 하는 장르지만, 기본적으로 네이키드인 만큼 슈퍼스포츠만큼 숙이지 않는, 앞으로 살짝 숙이는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테이퍼드 핸들바가 장착된다. 핸들바 위로는 5인치 TFT 계기판이 장착되어 다양한 정보를 선명한 화질로 제공하고, 좌측 핸들바에는 차량 설정이나 주행모드 변경 등을 할 수 있는 조작 스위치가 더해졌다. 810mm 높이의 시트는 앞뒤 분리형이어서 2인 승차시에도 모두가 편안하고 탠덤 시트가 운전자의 엉덩이를 받쳐주는 역할을 겸한다.
엔진은 최고출력 82.9마력/8,500rpm, 최대토크 7.95kg‧m/6,800rpm의 성능을 낸다. 이전 4기통의 R600이나 R750을 생각하면 많이 부족하겠지만, 미들급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 정도 성능이 부담은 덜하다. 여기에 시내 주행 등 실용 영역에서의 성능을 고려해 저속 토크를 높게 설정하는 최근 추세를 따르고 있어 일상 용도에서의 주행이 한결 편하다. 굳이 엔진 회전수를 높이 끌어 올리지 않아도 적당한 힘이 나와주고, 여기에 실린더 숫자도 4기통의 절반인 2기통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연비에 대한 걱정도 크게 할 필요 없다. WMTC 기준 연비가 23.8km/L이고 실제 주행에서도 20km/L에 근접하는 연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GSX 시리즈를 통해 다져온 차체 밸런스는 뛰어난 운동 성능으로 이어진다. 섀시는 스틸 파이프 프레임과 경량 알루미늄 스윙암을 조합한 차체에 전후 KYB 서스펜션을 더했는데, 짧은 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 코스에서도 좌우로 기울어지는 과정이 민첩하게 이뤄진다. 코너링의 기본인 ‘적절한 제동 후 시선 처리’라는 원칙만 잘 지킨다면 투어링 중 어떤 와인딩 코스를 만나더라도 기죽지 않고 돌파할 수 있을 만큼 GSX-8S는 뛰어난 경쾌함을 보여준다. 이 정도면 서킷 주행까지 충분히 소화하고도 남을만한 수준이다.
브레이크는 앞에 4포트 캘리퍼를 좌우 양쪽으로 달고 뒤에 1포트 캘리퍼를 더해 필요에 따라 강력한 제동력을 낼 수도 있고 부드럽게 속도를 줄이는 것도 문제 없다. 제동력은 점진적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처음 타더라도 금방 특성을 이해할 수 있어 원하는 만큼 속도를 줄이는 과정이 어렵지 않겠다.
요즘 모델답게 2기통이라고 해서 특유의 진동이 과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진동을 억제하기 위한 밸런서가 내부에 더해졌기 때문인데, 여기에 스즈키만의 기술이 더해졌다. 바로 크로스 밸런서라는 것으로, 2개의 밸런서를 크랭크축에 대해 90°로 배치하는 기술을 통해 엔진 자체의 무게와 부피를 줄이면서 진동을 줄이기 때문이다. 엔진의 부피가 줄었으니 부품의 배치를 최적화하기 수월하고, 무게를 줄였으니 움직임은 한결 경쾌하다. 여기에 진동까지 줄었으니 피로가 상대적으로 적어 장거리 주행에서도 문제없다.
여기에 스즈키 제품답게 다양한 주행 보조 및 안전 기능들도 아낌없이 투입됐다. 먼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 가장 강력힌 A부터 가장 부드러운 C까지 개인 취향이나 도로 상황에 맞춰 선택 가능하다. 한적한 교외나 서킷에서라면 당연히 A겠고, 노면이 젖어있거나 차량을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C모드로 엔진 출력 특성을 부드럽게 설정해 부담을 덜고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82.9마력이라는 수치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A모드에서 뿜어지는 풀 파워는 꽤나 강력하니 이제 막 미들급에 입문했다면 가급적 C모드부터 천천히 적응하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스포티한 특성을 강조한 모델인 만큼 없으면 아쉬운 퀵시프트 시스템도 탑재됐는데, 상하 변속을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빠른 가속은 물론이고 엔진 브레이크를 통한 안정적인 감속과 빠른 코너 탈출이 가능하다. 최근 모터사이클에 필수인 ABS와 트랙션 컨트롤은 당연히 갖춰져 있고, 출발 시 엔진 회전수를 살짝 높여 시동 꺼질 걱정이 없는 로우 RPM 어시스트, 버튼 한 번으로 시동이 걸릴 때까지 스타트 모터를 작동시키는 이지 스타트 시스템 등 다양한 기능들이 라이딩을 지원한다.
GSX-8S의 가격은 1,139만 원으로 경쟁 모델들에 비해 60~70만 원 가량 높은데, 경쟁모델보다 배기량이 더 높다는 점, 그리고 경쟁모델에는 없는 퀵시프트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격 차이로 인한 불리함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스즈키에서 오프라인은 12개월 카드 무이자 할부를, 온라인 공식몰에서는 24개월 카드 무이자 할부를 지원하기 때문에 구입에서의 부담도 한결 덜 수 있다.
2기통 모델이 존재하는 이유는 당연히 숙련자들보단 초심자들을 위한 것이다. 계속 초심자들의 진입이 이루어져야 시장이 커질 것이고, 시장이 커져야 브랜드에서도 더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2기통 모델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스즈키에서도 GSX-8S나 8R, 브이스트롬 800 DE 등의 모델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GSX-8S가 숙련자가 즐기기에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직접 경험해보면 예상보다 강력한 파워에 깜짝 놀라게 될 정도로 넉넉한 파워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뛰어난 운동성능과 다양한 첨단기능, 그리고 잘 빠진 디자인까지, 직접 실물을 만나보고 시승까지 해보면 지금까지 갖고 있던 2기통 모델에 대한 편견을 이 8S가 충분히 깨뜨려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