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와골절 수술 2주 골든타임? 근거 없어…3D 프린팅 이용 시 안정성↑"
2주 내 수술해야 한다는 이야기 근거 없어
3D 프린팅 맞춤형 인공뼈 활용 시
수술 시간 단축하고 합병증 위험 크게 낮춰

따뜻해진 날씨에 야외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안와골절’ 위험도 커지고 있다. 안와골절은 안구를 감싸고 있는 얇은 뼈가 외부 충격으로 부러지거나 허물어지는 질환이다. 눈 주변에 강한 충격을 받았을 때 발생한다. 방치할 경우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나 눈이 푹 꺼지는 안구 함몰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안와골절 환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대목은 이른바 ‘2주 골든타임’이다. ‘골절 후 2주 안에 수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어서다. 수술 일정을 제때 잡지 못해 애를 태우거나, 시기를 놓쳤다는 이유로 수술을 포기한 채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환자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사호석 안과 교수는 “2주 안에 수술해야 한다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오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안와골절 후, 한 달 내 수술한 환자와 한 달 이후에 수술한 이들을 비교했을 때 안구 함몰 교정 정도, 수술 시간 등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부연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3차원(3D) 프린팅을 활용해 환자 맞춤형 인공뼈 제작을 도입한 사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 방식보다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와골절은 주로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나요.
“사람의 얼굴뼈 중에서 눈 주변에 움푹 파인 공간을 안와라고 부르고, 이 벽에 해당하는 뼈가 부러지는 것을 안와골절이라고 합니다. 농구‧축구 등 공을 다루는 스포츠 활동 중 다치거나 폭행이나 낙상, 교통사고 등 외부 충격으로 발생해요. 단순 타박상으로 눈 주변이 붓거나 멍드는 일은 흔하지만, 눈 주변에 큰 멍이 들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면 안과 진료를 꼭 받아야 합니다. 안와골절이 생긴 환자의 20% 이상에선 안구 손상도 동반되기 때문입니다.”
-안와골절 시 병원에 빨리 가야 하는 증상은 무엇입니까.
“안와골절의 대표적인 증상은 이중으로 보이는 복시와 눈이 뒤로 쑥 빠지는 안구 함몰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할 응급 상황은 눈을 움직일 때 칼로 찌르는 것 같은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아파서 눈을 아예 뜨지 못할 때예요. 이는 부러진 뼈 틈새로 눈을 움직이는 근육이 끼었다는 뜻이거든요. 이 상태를 방치하면 근육이 영구적으로 망가져 심한 사시와 복시를 안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48시간 안에 수술로 낀 근육을 풀어줘야 해요.”
-안와골절 환자들이 ‘2주 안에 수술해야 한다’며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수술 일정을 잡지 못해 몇 주가 지나 병원에 온 환자들이 절망해하는 모습을 많이 봐요. 하지만 약 170명의 안와골절 환자를 대상으로 안와골절 발생 한 달 이내와 한 달 이후 수술한 이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안구 함몰 교정 정도나 수술 예후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2주 안에 수술해야 한다는 건 근거가 없어요. ‘2주 프레임’에 갇혀 지레 수술을 포기하거나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3D 프린팅 인공뼈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안와 뼈는 '파피루스(종이)'에 비유될 만큼 얇고, 곡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기존에는 평면 형태의 인공뼈 삽입물을 의사가 수술실에서 가위로 오리고 구부린 다음 대략적인 모양을 맞춰 넣었어요. 좁은 공간에서 딱딱한 뼈를 넣었다 뺐다 하며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수술 시간도 길어지고, 주변 근육이나 조직을 건드려 심하게 붓거나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존재했습니다. 숙련된 의사라도 복잡한 곡면을 가위질로 완벽히 커버하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반면 3D 프린팅 수술은 환자의 컴퓨터 단층촬영(CT)을 기반으로 골절 부위를 완벽히 덮을 수 있는 곡면의 맞춤형 인공뼈를 미리 제작해 삽입합니다. 이미 형태가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실제 뼈를 삽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9.8초에 불과할 정도로 빠릅니다. 주변 조직을 건드리는 일이 적어 안전성도 크게 높고요.”
2019~2021년 안와골절로 서울아산병원에서 3D 프린팅 기반 인공뼈 삽입 수술을 받은 환자 40명의 6개월 후 경과를 분석한 결과, 출혈과 염증, 인공뼈 이동과 같은 합병증은 한 건도 나타나지 않았다. 또 환자들이 수술 전 갖고 있던 안구 함몰이나 복시, 외안근 운동 제한 등의 증상도 6개월 내에 모두 사라졌다. 또한 수술 전 부러진 뼈와 정상 눈 뼈의 형태 차이(RMS 유사 거리)가 평균 3.426㎜였으나, 맞춤형 인공뼈를 삽입 수술 후에는 1.073㎜로 줄었다. 해당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양쪽 뼈 모양이 동일하다는 뜻이다.
-우연하게 발견되는 ‘안와 우연종’ 환자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뇌 검사나 건강검진을 받다가 눈 주변에서 우연히 종양을 발견하는 이른바 ‘우연종’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환자 본인은 아무런 증상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정밀 검사를 해보면 미세한 안구 돌출이 있거나 시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양이 발견됐다고 반드시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시신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작은 종양은 경과만 관찰하기도 합니다. 다만, 눈을 둘러싼 공간은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데 이 좁은 뒤쪽 공간에 종양이 생기면 시신경이나 뇌신경, 중요한 혈관을 눌러 시야 손상이나 복시를 유발할 수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거나, 감마나이프 등 특수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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