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자원순환 장례식장 무색…다회용기 '찬밥'

市, 병원·민간 10곳과 업무협약
외주업체 철수·상주 선호 안 해
쓰다 버린 일회용 그릇 '수두룩'
사용 제한 대상 빠져 강제 어려움

▲ 지난 19일 오후 인천 남동구 A 장례식장 쓰레기장. 음식이 담겼던 그릇과 접시가 그대로 종량제 봉투에 버려져 있었다.

지난 19일 오후 3시30분쯤 인천 남동구 A 장례식장.

빈소 내 테이블 위에 있는 쟁반에는 음식이 담긴 일회용 접시가 놓여 있었고, 반면 일회용품을 대체할 다회용기는 주방 서랍장 안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장례식장 쓰레기통에는 음식물이 묻은 일회용 그릇과 접시가 종량제 봉투에 가득 담긴 채 버려져 있었다.

A 장례식장 관계자는 “2년 전 빈소 내 식기 세척기가 설치됐는데 식탁 2∼4개에 놓인 그릇만 치워도 싱크대가 가득 차 빈소 관리자들이 설거지하는 데 버거워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주들조차 다회용기 위생 상태를 우려해 일회용품을 원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장례식장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고 털어놨다.

같은 날 찾은 중구 B 병원 장례식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 지난 19일 오후 인천 중구 B 병원 장례식장 빈소 앞에 ‘친환경 자원순환 장례식장’ 안내판이 붙어 있다.

빈소 앞에 부착된 '친환경 자원순환 장례식장' 안내판이 무색하게 내부 식탁에는 음식이 담긴 일회용 접시와 컵이 가득했다.

B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지난해 다회용기를 세척·배달하는 외주업체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사업을 철수했는데 자체적으로 다회용기 세척 시스템을 갖추기엔 인건비와 물품 구입 등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상주와 상조회사도 다회용기 사용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시가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주와 상조회사가 다회용기 사용을 원하지 않는 데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의무가 없다 보니 장례식장 내 자원순환 정책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지역 장례식장 36곳 중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장례식장은 인천의료원이 유일하다.

시는 2021년 장례식장 10곳과 '일회용품 없는 장례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장례식장에 세척한 다회용기 세트를 배달하고 수거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업무협약에는 ▲병원 장례식장 8곳(인하대병원·길병원·인천성모병원·국제성모병원·인천의료원·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예지요양병원·온누리종합병원) ▲민간 장례식장 2곳(남동스카이·새천년) 등 10곳이 참여했다.

시는 이달 '인천시 일회용품 사용 제한 조례'를 개정해 내년부터 공공기관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권고'에서 '의무' 사항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장례식장은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장례식장 내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무뎌질 것으로 우려된다.

시 관계자는 “장례식장은 일회용품 사용 제한 대상이 아니어서 다회용기 사용을 강제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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