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없다는 선언' 유강남과 롯데의 마지막, 굴욕 계약 보다는 방출이 낫지 않을까
2군서 맹타 휘두르고 있지만 돌아 온 것은 외면 뿐
올 시즌 후 계약 만료, 굴욕 계약 보다 방출 돼 다른 팀 알아보는 것도 방법

(MHN 정철우 기자) 프로야구에서 엔트리 변화는 말보다 솔직할 때가 있다. 감독은 “기회가 있다”고 말할 수 있고 구단은 “아직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자리가 났을 때 누구를 올리는지는 다르다. 그 선택에는 현재 팀이 어떤 선수를 필요로 하는지, 누구를 미래 구상에 넣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1군 엔트리 변화를 바라보는 유강남의 심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4명이나 1군 엔트리가 바뀌는 상황이 생겼다. 선수단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고 새로운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유강남의 이름은 없었다.
단순히 베테랑 한 명이 승격되지 않았다고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유강남이라는 선수의 위치와 롯데 포수진의 현재 구도를 함께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선수가 지금 1군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 의미심장한 것은 롯데가 젊은 포수 손성빈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젊은 포수를 본격적으로 키우려 할 때 구단은 경험 많은 포수를 곁에 둔다. 젊은 포수에게 많은 선발 기회를 주더라도 백업은 베테랑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포수는 다른 포지션과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히 타격과 수비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 선발투수의 상태를 읽어야 하고 불펜투수들의 구위를 파악해야 한다. 경기 흐름에 따라 사인을 바꿔야 하고 위기에서는 마운드에 올라가 투수의 호흡까지 조절해야 한다.
특히 젊은 포수가 주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경험 많은 백업의 가치가 작지 않다. 손성빈을 주전으로 키운다고 해도 유강남을 1군에 두는 선택은 충분히 자연스러울 수 있다. 손성빈이 지쳤을 때 선발 마스크를 맡길 수 있고, 경기 후반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도 있다. 젊은 투수와 베테랑 투수의 특성에 맞춰 포수 조합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바로 이 대목에서 질문이 생긴다.
유강남이 단순히 2군에서 타격감을 조정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롯데의 1군 포수 구상에서 이미 상당히 멀어진 것인가.
최근 흐름만 보면 후자의 가능성을 쉽게 지우기 어렵다.
유강남은 이미 한 차례 강한 경고를 받았다. 6월 3일 전준우, 정철원 등과 함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당시 롯데는 선수뿐 아니라 투수·배터리 코치까지 바꾸는 큰 폭의 개편을 단행했다. 이후 유강남은 6월 13일 다시 1군에 올라왔다.
그러나 기회는 오래가지 않았다.
복귀 후 2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 3삼진. 그리고 불과 이틀 만에 다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 장면은 가볍지 않았다.
베테랑에게 재조정 시간을 주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기회를 보장할 수도 있었다. 특히 포수는 타격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그러나 롯데는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다시 2군으로 보냈다.

물론 유강남의 문제를 타율 하나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포수는 수비와 투수 리드, 도루 저지, 블로킹, 프레이밍, 투수와의 호흡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타격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비와 경기 운영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입지는 급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롯데의 선택은 손성빈 쪽으로 기울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손성빈이 주전이 됐다’는 사실이 아니다. 손성빈을 쓰면서도 유강남을 경험 많은 백업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것과 1군 구상에서 밀리는 것은 다르다. 베테랑 포수가 젊은 포수에게 주전 자리를 내줄 수는 있다. 세대교체 과정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주전 자리를 내준 뒤에도 백업과 멘토, 특정 투수 전담 포수로 가치를 인정받으면 1군에 남을 수 있다.
유강남은 현재 그 자리조차 확실하게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롯데가 보내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냉정할 수 있다.

물론 구단이 공식적으로 그렇게 밝힌 적은 없다. 시즌도 끝나지 않았다. 부상과 부진, 포수진 상황에 따라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 그러나 프로의 평가는 말보다 선택으로 드러난다. 엔트리에 여러 자리가 움직였는데도 베테랑 포수가 부름을 받지 못했다면 그 사실 자체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특히 올해가 4년 80억원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라는 점에서 상황은 더 복잡하다.
시즌이 끝난 뒤 롯데가 유강남과 다시 계약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떤 조건이냐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과거의 80억원 계약은 아무 의미가 없다. 새로운 계약은 현재 가치로 평가받는다. 1군 주전 포수가 아니라 백업 경쟁에서도 우위를 보장받지 못하는 선수라면 협상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서 더 불편한 질문이 생긴다.
유강남에게 롯데 잔류가 정말 최선인가.
구단이 주전으로 보지 않고, 젊은 포수의 백업으로도 우선순위를 주지 않으면서 단지 ‘경험 많은 포수’라는 이유로 낮은 조건의 계약을 제시한다면 그것이 선수에게 좋은 선택일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른바 ‘굴욕 계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 선수에게 계약은 생존이다. 금액이 낮아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선수마다 판단은 다르다. 유강남이 롯데에 남아 손성빈을 돕고 제한된 역할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것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선수 가치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른 계산도 가능하다.
차라리 방출돼 시장에 나가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특히 포수는 시장의 특수성이 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어느 팀이든 포수층에 문제가 생긴다. 젊은 포수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팀이 나오고, 백업 포수의 경험이 부족한 팀도 생긴다. 선발진과 호흡을 맞춰본 경험 많은 포수를 필요로 하는 팀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유강남은 통산 1300경기 이상을 뛴 포수다. 1000안타 이상을 기록했고 두 자릿수 홈런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오랜 기간 한 팀의 주전 포수로 뛰었으며 큰 경기와 순위 싸움도 경험했다. 지금 롯데에서 가치가 떨어졌다고 해서 그 경험 전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롯데 안에서 그 경험을 필요로 하느냐다.
지금까지의 선택만 보면 확신하기 어렵다.
손성빈을 주전으로 키우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롯데의 미래를 생각하면 필요한 선택이다. 젊고 강한 어깨를 가진 포수에게 꾸준한 출전 기회를 주고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팀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유강남의 현재 위치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젊은 포수를 키우는 팀은 대개 경험 많은 포수를 옆에 둔다. 그런데 롯데는 유강남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단순한 세대교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긴다.
세대교체라면 베테랑의 역할이 남는다.
구상 제외라면 역할 자체가 사라진다.
지금 유강남은 그 경계에 서 있다.
그리고 최근 엔트리 운용은 후자 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프로는 냉정하다. 80억원 계약도 끝나면 과거다. 이름값도 현재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힘을 잃는다. 유강남 역시 그 현실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구단의 선택이 냉정하다면 선수도 자신의 미래를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롯데가 더 이상 유강남을 주전으로 보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 있다. 손성빈이라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업으로도 우선순위가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4명이나 엔트리가 바뀌었다.
그래도 유강남은 올라오지 못했다.
한 번의 미등록만으로 모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프로야구에서 반복되는 선택은 메시지가 된다.
롯데의 침묵은 어쩌면 이미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유강남에게 필요한 것은 80억원 계약의 추억이 아니다. 자신을 실제로 필요로 하는 자리다.
만약 롯데에 그 자리가 없다면, 계약 마지막 해 이후의 답은 의외로 단순할 수도 있다.
굴욕적인 조건으로 남는 것보다 차라리 풀리는 것.
유강남에게 방출은 가장 아픈 결말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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