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정부, “마약 밀매 단속 중 모랄레스에게 발포”···암살 시도 ‘진실 공방’

윤기은 기자 2024. 10. 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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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아르세 현 볼리비아 대통령(왼쪽)과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과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 측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향한 암살 시도에 대한 진실 공방이 일어나고 있다. 아르세 정부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탔던 차량에 경찰 발포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마약 밀매 단속 과정 중 총을 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에두아르도 델카스티요 볼리비아 내무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내무부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총격 사건 당시 마약 밀매 단속 특수 경찰이 고속도로를 순찰 중이었으며, 해당 차량이 마약을 불법 운반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델카스티요 장관은 경찰이 총을 쏘기 전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먼저 경찰을 향해 총을 쐈으며, 그가 사고 후 자신의 차량을 불태우라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등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아무도 모랄레스의 연극을 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델카스티요 장관은 그러면서 “내가 타이어를 쐈다”고 말하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정부가 음모를 꾸몄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엑스에 “그게 사실이면 왜 경찰과 군인 정예 팀이 내가 탄 차에 18발이나 총을 쐈냐”라고 글을 올렸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이번 사건 변호인인 카를로스 로메로 전 내무장관은 사건 당시 총을 쏜 세력이 사복과 두건을 착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마약 단속 작전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암살 시도 사건을 계기로 아르세 대통령에 대한 비난 수위를 한층 높이며 대정부 시위를 강화하고 있다. 볼리비아 일간지 엘데베르는 모랄레스 지지자들이 15일째 전국 도로 22곳을 봉쇄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차밤바 등 일부 지역 시위대는 총이나 폭발물까지 동원해 지역 경찰과 맞서고 있다.

앞서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전날 차파레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검은 두건을 쓴 4명의 남성이 그가 탄 차량을 향해 총을 쐈다고 밝혔다. 그는 암살 시도 당시 상황이라며 차량 앞 유리창에 구멍이 뚫린 모습이 담긴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함께 올렸다.

이번 사건은 같은 사회주의운동(MAS) 소속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아르세 대통령이 내년 대선 출마권을 경쟁하며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 “암살 총격, 간발의 차로 피했다” 모랄레스 동영상 공개…현·구 정권 내분 격화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410281406001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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