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괴물'이 등장했다. 지리자동차 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가 내놓은 플래그십 SUV '9X'가 그 주인공이다. 1,381마력이라는 경이로운 출력과 3.1초 제로백, 1,000km 주행거리까지 갖춘 이 차량을 보고 있으면 "이제 정말 중국차를 무시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커 9X의 스펙표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의심스러웠다. 1,381마력이라니. 이는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1,000마력)는 물론 맥라렌 P1(916마력)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그런데 이것이 SUV에서 나온다는 게 더욱 놀랍다.

지커 9X를 자세히 뜯어보면 중국 자동차 업계의 기술력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70kWh 용량의 대용량 배터리는 현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중 최대 수준이다. 심지어 BYD의 양왕 U8(49kWh)보다도 40% 이상 크다.

더 인상적인 건 충전 속도다. 2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단 9분. 이는 대부분의 순수 전기차보다도 빠른 속도다. 지커 측이 "전 세계 전기차의 99%보다 빠르다"고 자신하는 이유를 알겠다.

이 차량의 파워트레인 구성도 독특하다. 2.0리터 터보 엔진(275마력)과 3개의 실리콘 카바이드 전기모터를 조합해 총 1,381마력을 뽑아낸다. 지커는 이를 "V12 가솔린 엔진 3대와 맞먹는 출력"이라고 표현했다.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V12 엔진이 400~500마력 수준임을 고려하면 맞는 말이다.

지커 9X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첨단 기술의 집약체라는 점이다. L3 자율주행을 위한 5개의 라이다 센서와 1,400 TOPS의 컴퓨팅 파워는 현재 양산차 중 최고 수준이다.

48V 액티브 스테빌라이저 바, 듀얼 체임버 에어서스펜션, AI 기반 서스펜션 제어 시스템까지. 과거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전유물이었던 기술들이 중국차에 대거 적용되고 있다. 특히 110mm까지 조절 가능한 에어서스펜션은 30mm를 높이는 데 단 7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실내 역시 프리미엄 SUV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2+2+2 배치의 6인승 구성에서 2열 캡틴 시트는 무중력 모드까지 지원한다. 1열 시트 헤드레스트에 내장된 스피커, 크리스털 드라이빙 모드 셀렉터, 우드 트림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5,239mm의 전장을 자랑하는 이 대형 SUV는 오프로드 성능도 무시할 수 없다. 최대 288mm까지 올라가는 차고와 눈길, 진눈깨비, 진흙, 암석, 모래 등 다양한 지형에 대응하는 자동 모드 전환 기능을 갖췄다.

특히 1,000km가 넘는 주행거리는 장거리 여행이 많은 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3.1초 제로백 성능은 스포츠카 부럽지 않고, 288mm의 최대 차고는 어떤 오프로드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 지커 9X는 8월 말 중국 청두 오토쇼에서 사전예약을 시작한다. 가격이 궁금하지만, 이 정도 스펙이라면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중국 소비자들이 지커 9X를 통해 "아시아 No.1 SUV"로 인정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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