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는 롤스로이스 보다 비싼 차량을 생산하는 브랜드들이 여럿 존재하지만,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의 상징으로 롤스로이스를 떠올리는 데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드물다. 단순한 가격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과 희소성을 중시하는 롤스로이스는 과거 구매 자격 심사 제도까지 운영하며,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는 아니었다.
현재 엔트리 모델인 고스트(Ghost)의 기본 가격은 약 5억 2,400만 원이지만, 롤스로이스 특유의 비스포크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거치게 되면 실제 구매가는 7억 원 내외까지 상승한다. 여기에 개별 맞춤 사양을 추가할 경우, 사실상 가격의 상한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만약 8천만 원대에 롤스로이스를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떨까?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롤스로이스가 직접 제작한 체스 세트이다. 수억 원짜리 자동차 브랜드가 만든 초호화 체스 세트, 그 특별함을 지금부터 살펴보자.


롤스로이스 브랜드 감성을
그대로 담아낸 체스판 세트
롤스로이스가 만든 체스판은 단순한 게임 도구의 수준을 넘어 예술 작품에 가깝다. 체스판은 전통적인 평평한 형태가 아니라, 하단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역사다리꼴 구조를 채택해, 옆에서 보면 마치 판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준다. 전면과 후면에는 롤스로이스를 상징하는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 엠블럼이 정교하게 새겨져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체스판은 양쪽으로 열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내부에는 체스 말을 은은하게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체스판을 펼칠 때는 마치 롤스로이스 차량의 코치 도어(우산처럼 여닫히는 대형 도어)가 열리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제작을
수공으로 진행한다
이 체스 세트는 대부분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제작 기간은 무려 1년에 달한다. 체스판에 사용된 소재들은 실제 롤스로이스 차량 제작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고급 자재들로 구성된다. 격자 무늬 체스판은 엄선된 고급 원목과 알루미늄을 조합해 제작되며, 단순히 격자선을 새긴 것이 아니라, 각 격자 하나하나를 목재와 금속으로 별도 가공하여 정밀하게 끼워 넣은 구조로 설계되었다. 이는 자연스러운 나뭇결을 활용한 정교한 패턴 작업을 통해 완성된다.
하단 받침대는 세라믹 코팅 처리된 알루미늄으로 제작되며, 체스말을 수납하는 내부 공간은 원목과 금속, 가죽 소재가 조화롭게 결합되어 있다. 체스말은 금속 소재로 제작되었으며, 그 형태는 롤스로이스 차량의 송풍구 조절 다이얼을 연상시키는 정교한 디테일을 자랑한다. 검은색 말은 무광, 흰색 말은 유광 처리되어 서로 뚜렷한 대비감을 형성한다. 또한 체스판 내부에는 자석이 내장되어 있어, 체스말을 판 위에 안정적으로 정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차량 구매와 똑같이
옵션 선택이 가능하다
롤스로이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이 체스 세트 역시 일정 수준의 옵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체스판 마감 방식은 고광택(High Gloss)과 오픈 포어(Open Pore) 중 선택할 수 있으며, 고광택 마감에는 블랙우드/세라믹 화이트와 마카사르 에보니/로열 월넛이, 오픈 포어 옵션에는 스모크드 유칼립투스/팔다오, 옵시디언 아요우스/블랙우드 조합이 제공된다. 체스말 보관함의 가죽 색상은 총 13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 캐시미어 그레이, 피닉스 레드 등이 있다. 또한 이 체스 세트는 고객의 공간 분위기에 맞춰 외관 마감도 개별 설정이 가능하다.
롤스로이스 체스 세트는 전 세계 롤스로이스 전시장에서 주문이 가능하며, 기본 가격은 6만 1,000달러, 한화로 약 8,670만 원 수준에서 시작된다. 커스터마이징 옵션에 따라 가격은 더 높아질 수 있으며, 이 제품은 단순한 체스 세트가 아닌 롤스로이스의 정체성을 담은 고급 인테리어 오브제로도 손색이 없다. 이처럼 롤스로이스는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고, 자사의 브랜드 철학과 품격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단순한 상품이 아닌 작품이자 경험으로서의 오브제, 바로 이것이 ‘롤스로이스’라는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