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통위원 5명 ‘내년 1월까지 추가 인하는 무리’… 인하 ‘속도’ 중요”

박소정 기자 2024. 10. 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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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 10월 금통위 기자간담회
“25bp 인하해 본 뒤 향후 부동산 등 영향 점검”
“가계대출 정부 대책… 의미 있는 진전 있었다”
“과거 인하기 없던 ‘내수·수출·금융’ 상충 고려”

요지부동이던 기준금리가 연 3.25%로 내려오면서 ‘금리 인하기’의 신호탄이 쏘아진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앞으로) 어떤 속도로 인하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문제가 완벽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향후 금리 인하의 ‘속도 조절’에 신경 쓸 것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 대부분도 향후 석달 동안은 이번에 내린 금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11일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여전히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25bp(1bp=0.01%p)를 인하한 뒤 대내외 영향을 점검해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하 결정은 ‘동결’이 바람직하다고 바라본 장용성 금통위원 1명의 소수의견이 존재하는 가운데 나머지 위원들의 찬성으로 이뤄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 “해외와 같은 속도로 금리 떨어진다 생각 안 돼”

다만 금통위원들은 향후 연속해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지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포워드 가이던스’(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에 대한 위원들의 전망을 취합한 것)를 통해 ‘연 3.25%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고, 나머지 1명은 ‘연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의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5명은 ‘이번 인하로 인한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고,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도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나머지 1명은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의 작동이 시작한 상황에서, 내수 하방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소수의견에 대해선 “익명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과 ‘가계대출’ 두 측면에서 금리를 인하할 여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 근원물가 상승률은 2%를 기록해 한은의 안정 목표(2%)를 모두 충족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인플레 부담이 덜어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너무 불필요하게 긴축적인 수준으로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봤다”고 했다.

이어 “9월 아파트 거래량이 7월 대비 2분의1 수준이고, 수도권의 가격 상승률도 8월의 3분의1 수준”이라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2~3개월 전 주택 거래량에 후행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미뤄볼 때, 11월쯤 되면 대출 규모도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거시 안정성 정책 강화 이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속도 조절’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50bp 내렸다고 해서, 우리도 해외와 같은 속도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우리는 해외에는 없는 ‘금융 안정’이란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에도 금융 안정에 대한 고려를 상당히 했기 때문에 ‘매파적(긴축 선호) 인하’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런 내수·수출·금융 안정 사이의 상충관계는 과거 인하기엔 살펴볼 수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인하 실기론’엔 “내수 말고 금융 안정 측면도 봐달라”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통화정책 ‘실기론’에 대해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총재는 “내수 상황에 방점을 두고 지난 8월 금리 인하를 해야 했다는 시각도 있는데, 금융 안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8월 인하가 옳았다고 주장한)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그 이후 가계부채가 10조원 가까이 늘었는데, 그건 예상했는지를 물어봐 달라”고 했다.

그는 지난 2년 고물가 대응 과정에서 한은의 정책 선택 과정과 관련해서도 “일각에선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하고 좌고우면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금리를 더 큰 폭으로 인상했다면 지금 자영업자의 고통과 내수 부진은 훨씬 심각했을 것이다. 주요국보다 작은 폭의 금리 인상으로 빠르게 물가를 안정화하는 데 힘쓴 한은 직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우리나라 국채 시장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확정 소식에 대해서 이 총재는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그는 “여태까지는 우리 부채를 외화 표시 부채로 모두 조달했는데, 이를 원화로 다시 환산할 때 환율을 더 변동시킬 부담이 생겨 ‘신용 디폴트’ 위험이 있었다”며 “WGBI를 통해 우리 채권을 원화로 외국인에게 판다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은 투자자가 지게 돼 그런 리스크가 줄어든다. 통화정책 측면에선 변동 환율제를 좀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데 있어서 우선 고려 요인에 대해 “당연히 물가가 가장 중요하다. 중동 사태 등 큰 변동성이 발생하지 않는지 봐야 한다”면서 “다음은 가계부채·부동산 등 금융 안정, 그다음은 성장률이 예상대로 유지될 건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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