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종 43년째이던 1717년
느닷없이 숙종은 병을 핑계로
세자가 왕의 역할을 대리한다는
대리청정을 명합니다.

보통 임금이 대리청정을 결정하면
신하들은 의례적으로나마
반대해주는 게
관례입니다.
그런데 노론들은
오히려 찬성하고 나서는 게
아닙니까.

세자를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론들이
세자의 대리청정을 찬성한다?
마찬가지로
세자를 교체할 생각을 갖고 있는 숙종도
대리청정을 결정했다?

딱 봐도 묘수가 보이죠.
대리청정을 시키다가 일을 못하거나
사고를 치면
그 핑계로
세자를 교체할 요량이었던 겁니다.

대리청정을 시작한 세자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정사를 돌보는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유의하겠소” 라는 말만 했고,

심지어 일부 신하들은 세자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셔야
우리가 일을 할 수 있다
결정을 해달라
이해가 안 가면 물어봐라
라는 말도 건네봤지만
그마저도 세자의 대답은
“유의하겠소” 였다는 겁니다.

그저 어릴 적 쇼크를 받은 세자는
빌미를 제공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침묵과 가만히 있는 게
본인의 생존방법이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