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영배 엑셀세라퓨틱스 CFO "해외 겨냥 ‘화이트레이블’ 전략 본격화”
“최근 테마는 생존이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시장이 성장하기 전까지 다각도로 매출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CGT를 배양하는 배지 전문기업 엑셀세라퓨틱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박영배 상무는 지난 23일 서울 본사에서 진행된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자체 개발한 화학조성 배지의 강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에는 지난달 15일 코스닥시장 상장 이후 매출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장단기 과제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화학조성 배지 강점, 해외 레퍼런스 확보 구상
엑셀세라퓨틱스는 2015년 설립된 세포배양 배지 전문기업이다. 주요 사업인 화학조성 배지는 CGT 치료제 개발과 생산의 핵심 소재로 각종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에 비견된다. 배지는 미생물이나 세포 등의 증식에 필요한 액체나 젤 상태의 영양원으로 치료제를 생산하는 데 필수 소재다.
CGT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세포배양에 필요한 배지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CGT 시장은 오는 2027년 5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엑셀세라퓨틱스는 연구개발(R&D)로 CGT 치료제뿐 아니라 중간엽줄기세포유래 엑소좀 전용 배지도 출시해 제품군을 늘렸다. 엑소좀은 세포에서 분비되는 50~200nm(나노미터) 크기의 소포체로 세포 간 신호전달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한다.
엑셀세라퓨틱스의 강점은 화학조성 배지 기술력에 있다. 화학조성 배지의 독자적 기술력은 그간 기술특례상장 과정에서 입증됐다. 올 1월 정부로부터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용 핵심세포 및 소재 제조 기술 분야’에서 핵심 전략 기술확인을 받았다. 기존 우태아혈청과 인체유래물질 등 동물유래 성분 배지는 바이러스 감염 등의 우려가 높은 반면, 화학조성 배지는 부적절한 면역반응이 발생할 확률이 현저히 낮다. 화학조성 방식이라 생산공정도 간편해 자연스럽게 원가 절감 효과도 따라온다.
박 상무는 “소를 활용한 우태아혈청 또는 인체유래 배지는 바이러스나 균질성 이슈가 있다”면서 “우리는 이를 화학조성 배지로 모두 대체했으며, 특히 희소한 줄기세포용 배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GT에 필요한 배지 시장도 결국 화학조성 중심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엑셀세라퓨틱스는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화이트레이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과 협업하거나 다국적 생명기업의 제품에 배지를 제공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치료제에 배지를 제공해 아직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가 약한 부분을 커버하고 저변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박 상무는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미국 등 해외 시장에 반드시 나가야 해 효과적인 방법을 찾았다”면서 “전 세계 유통망을 가진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하는 화이트레이블 전략을 1순위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지는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텝바이스텝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내년에 첫 단추를 끼우는 게 목표”라고 부연했다.
167억 공모 조달, 캐파 확장·매출 다변화
엑셀세라퓨틱스는 캐파(생산능력)도 확장할 계획이다. 앞서 기업공개(IPO)를 성사시켜 조달한 167억원 규모의 공모자금을 활용한다. 현재 용인 GMP 공장 생산능력인 연간 약 4만4000ℓ의 캐파를 갖추고 있다. 공장을 한 번 돌릴 때마다 생산하는 용량이 200ℓ인데 이를 500ℓ까지 스케일업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배지와 공정 기술 등 R&D에도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증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배지 외에도 수익 채널을 다각화하며 매출을 늘리는 상황이다. 최근 엑소좀 분리 정제 장비인 ‘엑소더스(EXODUS H-600)’의 장비 독점 판권도 확보해 수익화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 전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의 시나리오 기준에 따르면 내년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향후 화이트레이블 전략을 기반으로 2028년까지 265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상무는 “엑소좀 분리 및 정제에 수율이 높은 엑소더스 신규 모델을 찾아 국내에 독점판매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배지 제품만 팔기보다 다양한 협업을 추진해 현금창출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GT 치료제 고객사를 대상으로 판권을 가져다 팔 수도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단백질 업체 발굴 등을 통한 원료 수급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