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합당인가…‘이재명 모델’로 대권 플랜 시동 건 정청래 [박동원의 시시비비]

박동원 폴리컴 대표 2026. 2. 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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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조국 앞세워 친명 주류 압박…‘1인 1표제’로 연임 발판 깔기
李의 ‘비명횡사’ 공천, 鄭은 ‘비청횡사’로?…‘전 당원 투표’는 안전판

(시사저널=박동원 폴리컴 대표)

이재명 대통령은 물론 당 최고위원들과도 논의가 없었던 전격적 합당 제안으로 안팎의 공세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이하 직함 생략). 재도전 끝에 '1인 1표제'를 관철시키며 조국혁신당과 합당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 그것도 정권 임기 초반 정청래의 이례적 합당 제안은 당을 갈등과 혼란 속에 빠트리며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50% 이상 상회하고 정당 지지율에서도 여전히 민주당이 앞서고 있다. 무엇보다 한동훈 제명으로 국민의힘마저 분열되어 굳이 통합하지 않더라도 지방선거를 치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던져진 합당 제안이다. 

추측하자면 정청래가 '1인 1표제'를 관철하고 '합당'을 서두르는 건 8월 당대표 연임으로 차기 총선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공천을 통해 당을 장악하면 이후 대권 행보에도 유리한 조건이 조성된다. 계획대로 되진 않겠지만 어쨌든 장벽을 허물수록 가능성은 높아진다. 조국 입장에서도 존재감 없는 당의 존속보다 합당을 통해 미래를 도모하는 게 최선이다. 유시민도 며칠 전에 김어준 유튜브에서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며 조국을 거들었다. 합당은 정청래와 조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선택이다.

이재명 대통령(맨 위 사진 오른쪽)과 김민석 국무총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아래 사진 오른쪽)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정청래-조국, 합당에 서로 이해관계 맞아

2월2일 민주당 두 최고위원 간 설전은 합당 이유를 명확하게 한다. 친명(親이재명)계 이언주는 "2인자, 3인자의 당권과 대권을 향한 욕망" "조기 합당은 민주당 주류 교체 시도이자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 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며 정청래 면전에서 직격했다. 이에 친청(親정청래)계 문정복은 "이재명 당대표 면전에서 독설을 쏟아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라"며 반박했다. 합당 반대자들을 다음 총선에서 당원들이 심판할 것이란 모종의 협박성 발언이다. 정청래의 합당 제안이 당권 장악과 이후 대권 플랜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 설전이다.  

빅스피커 김어준과 유시민까지 참전하며 합당 문제는 세력 간 대결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정청래는 1인 1표제 통과 직후 '계파 해체'를 선언하며 당 주류인 친명계를 겨냥했다. 이런 저돌성의 근원은 당원들의 지지다. 김어준을 등에 업은 정청래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로 박찬대(53.1%)에게 졌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선 66.5%로 박찬대(33.5%)를 크게 앞섰다. 민주당 대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70%와 여론조사 30%로 뽑는다. 기존 20대 1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가중치 비율을 1대 1로 바꾼 1인 1표제는 8월 당대표 선거부터 적용된다. 정청래에게 절대 유리한 룰이다. 

집권 8개월 차 '대통령의 시간'에 나온 정청래의 이례적 행보는 바뀐 정치 문법에서 기인한다. 첫째, 권리당원이 국회의원 통제권에서 벗어나 있다. 불과 10년 전 지역구마다 1000명 내외로 전체 20만~30만 명 정도였던 권리당원 숫자가 백만 명을 훌쩍 넘기면서 국회의원이 권리당원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게 됐다. 과거 당대표 선거는 당원 통제가 가능한 의원 확보가 승리의 관건이었지만, 이젠 여야 모두 강성 당원의 집단 의지가 선거를 좌우한다. 정청래가 당대표 선거에서 이긴 근거였고, 당원주권주의를 명분으로 1인 1표제를 관철시킨 이유다.

'유튜브 권력' 김어준 등에 업은 정청래

둘째, 권력이 온라인으로 넘어왔다. 과거 당원 교육이나 정당 활동, 전통적 미디어 등의 영향을 받던 당원들은 이제 수십만, 수백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매체에 포섭되어 있다. 바뀐 정치 현실에 정치인들도 동조하며 SNS를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유튜브 출연에 사활을 건다. 정청래는 평소 김어준의 '딴지일보'가 민심을 보는 척도라며 10년간 1500번 글을 썼다고 밝혀왔다. 정청래는 검찰 개혁, 1인 1표제, 합당 등 일련의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일관되게 온라인 여론과 보조를 맞춰왔다. 

셋째, '비명횡사' 공천으로 암묵적 룰이 무너졌다. 지난 총선에서 당대표 이재명은 비명계를 쳐냈을 뿐 아니라, 박용진처럼 '쓴소리'하는 이들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해 탈락시키는 등 일방적으로 공천을 강행했다. 노무현 정권 시절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 이후 당의 주류였던 친노(親노무현)·친문(親문재인)계는 비주류로 전락했다. 분당은 있었지만 일방적 공천은 적어도 20년간 보지 못한 장면이었다. 암묵적 룰은 한 번 깨지면 족쇄가 풀린다. 정청래 입장에서 "이재명도 했는데 나도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정청래가 당대표 연임으로 차기 총선에서 막강한 공천권을 행사하며 세력을 구축한다 한들 제어할 명분이 없다. 

이에 친명계 이언주는 "특정인의 대권 놀이"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물론 재선 의원 모임도 합당 중단을 압박했다. 지방선거 이후에 합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권 놀이" "알박기"라는 십자포화 속에서 정청래는 '전 당원 여론조사' 카드까지 꺼내며 지방선거 공천 전 합당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당원주권주의를 명분 삼아 강성 권리당원 지지를 앞세워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예기치 않은 변수에 의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정청래 리더십에 타격이 가해지고 향후 행보에도 제동이 걸린다. 지방선거 전에 1인 1표제와 합당으로 미리 세를 불려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으려는 시도로도 추측된다. 

일련의 정청래 행보를 보면 말로는 '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를 앞세우지만, 컷오프까지 당해 가며 산전수전 다 겪은 4선 정청래 입장에서 당대표 연임은 대권을 향한 정치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정청래의 '대권 플랜'이 오해나 소설 같은 추측이라 하지만, 당대표 이후 지속적으로 집권 초기 대통령과 갈등을 일으키며 '명청 대전'이란 수식어까지 만들어낸 상황은 일반적이진 않다. 당대표 연임에 이은 대권 플랜이 아니고선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일방적 공천에 의한 당 장악으로 대권을 쟁취한 '이재명 모델'은 정청래에게 더없이 좋은 전략이다. 지방선거만 잘 방어하면 다음 총선까지 무난하게 행보하며 자신의 계획을 관철시킬 수 있다. 

정치적 승부는 '세(勢·세력)-법(法·명분)-술(術·계략)'의 과정을 거친다. 정청래는 구독자 230만 유튜버 '충무로 대통령' 김어준과 당원의 지지를 이미 세력화했다. 당원주권 시대, 지방선거 승리라는 합당 명분도 던졌다. 반대 의원 개별 접촉, 생중계 토론회와 전 당원 여론조사 제안도 내놓고 있다. 한 차원 더 높여 대권 관점에서 보면, 혁신당과의 합당은 세력을, 8월 전당대회 당대표 연임은 명분을, 차기 총선 공천권 확보는 대권을 위한 최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모든 정치인은 금배지를 다는 순간부터 대권을 꿈꾼다고 한다. 본심을 알 수 없고 대권 플랜이 오해나 실없는 추측이라 할지라도 20년 만에 비주류로서 거대 집권여당 당대표를 꿰찬 정청래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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