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당근' 버렸던 전공의, 다시 '줍줍' 나선 이유

정심교 기자 2025. 5. 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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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2월 전국 전공의의 92%가 수련병원을 떠난 지 어느덧 1년 3개월째. 전공의들은 컴백 조건으로 '7대 요구안'을 내밀며 무기한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다. 정부가 이들의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 여러 차례 내민 '당근'(수련 특례)에도 이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랬던 이들이 이젠 '당근'을 달라고 할 참이다. 버린 당근을 '줍줍'(줍는다는 뜻의 신조어)하려는 모양새나 다름없다.

지난달 30일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서전협 비대위)는 사직 전공의들에게 "현시점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7대 요구안, 투쟁 방향성에 대한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들의 의견을 조사하겠다"며 안내문을 뿌렸다. 조사 내용에는 7대 요구안 개정 필요성, 향후 협상 전략 등에 대한 문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이 내건 7대 요구안을 두고 특정 병원의 전공의 단체가 이견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전협이 내건 '7개 요구안'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전문의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 사고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와 정식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가 포함됐다.

7가지 소원을 정부가 모두 들어줘야 수련병원에 돌아오겠다는 엄포를 놓은 셈이지만, 이들이 1년 넘게 지켜온 '견고한 성'에 금이 가고야 말았다. 서전협 비대위는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을 때 투쟁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사태에 대한 피로감이 증가하거나 투쟁 방향성에 의문을 가진 사직 전공의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전공의들 사이에선 "(우리가) 정부에 '수련 특례'를 요청해 병원에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지난달 29일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엔 정부가 전공의 수련 특례를 인정해줄 경우 복귀 의사를 묻는 투표 글이 실렸다. 이날 오후 기준, 응답자 120명 가운데 '복귀한다'는 응답률이 75%, '복귀하지 않겠다'는 답이 25%로 집계됐다.

전공의들이 정부에 수련 특례를 요청하려는 건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규정에 따라 전공의들은 수련 기간에 3개월 이상 쉬면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 없다. 올해 3월 전공의 수련이 시작했으므로 이달(5월)까지 수련에 돌아오지 않으면 응시 대상자(레지던트 최고참)로선 내년에 전문의가 될 기회를 잃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모집 공고를 낸 뒤 수련·입영 특례를 내걸고 전공의를 모집했다. 그런데도 복귀율이 바닥을 치자 올해 2월까지 기간을 연장해 모집했다. 그래도 반전은 없었다. 3월 수련을 재개한 전공의(임용 대상자)는 1672명으로, 지난해 3월 임용 대상자(1만3531명)의 12.4% 수준에 그쳤다.

이미 여러 차례 제공한 특례에도 반응이 없자, 복지부는 특례를 통해 상반기 중에 전공의를 추가 모집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1년 넘게 당근'을 외면해온 전공의들이 이제 와서 정부에 '당근'을 요구하려 한다면 전략을 수정하는 게 맞다. 환자를 남겨두고 떠난 전공의가 돌아올 때마저 '조건'을 내걸면 환자는 더는 전공의를 신뢰할 수 없다. 현재로선 오는 9월부터 수련을 이어갈 수 있는 '가을턴' 모집이 전공의 복귀의 가장 이른 시점이다.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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