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가고 버막 왔다' 김기동 감독, '위기탈출' 어떻게 할까[초점]
김기동 감독, 7월1일 간담회서 "다 말하겠다" 선언
[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기성용 이적 사태로 인해 결국 이날 FC서울 경기 후 '버막(선수단 버스 막기)'이 발생했다. 경기장 내 버스 통로를 막고 이뤄진 버막은 김기동 서울 감독의 사과로 끝을 맺기까지 1시간가량 소요됐다.
김기동 감독은 논란 이후 첫 경기에서 성적으로 증명했지만, 팬들은 그저 기성용 밖에 볼 줄 몰랐다. 김 감독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까.

서울은 29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서울 팬들의 응원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김기동 감독과 선수단은 선제골을 얻어냈다. 전반 15분 루카스 실바가 왼쪽에서 포항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드리블하다 포항 수비수 박승욱의 발에 걸려 넘어져 서울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전반 16분 린가드가 키커로 나서 골문 오른쪽 낮은 곳에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서울의 1-0 리드를 만들었다.
전반 28분 포항 미드필더 오베르단이 서울 황도윤과 경합 도중 팔꿈치로 황도윤의 얼굴을 가격해 VAR 판독 끝에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전반 32분에는 포항 박스 안 왼쪽에서 황도윤의 패스를 받은 루카스 실바의 오른발 득점이 터져 서울이 2-0으로 앞서갔다.
서울은 전반이 끝나기 전에 기어이 세 번째 골을 작렬했다. 전반 추가시간 3분 황인재 포항 골키퍼의 킥 실수를 서울이 끊어냈고, 패스가 이어진 끝에 골문 정면에서 린가드의 패스를 받은 둑스가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포항 골문 왼쪽에 꽂았다. 후반 29분 포항의 왼쪽 코너킥 공격에서 이동희의 헤딩 만회골이 터졌지만 거기까지였다. 오히려 후반 39분 클리말라의 오른발 쐐기골로 서울이 4-1까지 격차를 벌리고 이겼다.
지난 25일 서울 구단의 공식 발표를 통해 기성용이 팀이 떠난다는 것을 알게 된 서울 팬들은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킥오프 2시간 전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 광장에서는 "레전드를 버린 구단, 자부심을 잃은 수호신, 무능, 불통, 토사구팽 구단 FC SEOUL 장례식"이라는 걸개가 펄럭였다. 그 앞에는 장례식 때 쓰는 향, 소주 등이 놓여있었다.
서울 팬들 입장에서 기성용 이적은 충격적인 소식이다. 기성용은 2007년 서울에서 프로 데뷔를 했으며 셀틱, 스완지, 선덜랜드, 뉴캐슬 등 해외파 시절을 제외하면 K리거로는 오직 서울에서만 9시즌 218경기를 뛴 구단 레전드다. 서울 팬들에게 그야말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

김기동 감독은 경기 전 "모든 결정이 옳지는 않겠지만 서울을 위한 내 믿음은 굳건하다. 팬들의 웃음을 찾아드리는 게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현 상황에 대해 힘들어하는 서울 팬들에게 무거운 말씀을 드린다. 이날부터 경기 결과로 보여드리겠다"며 팬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성난 팬심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북측 관중석의 서울 서포터즈들은 경기 직전 "김기동 나가"를 외치며 반감을 드러냈다. 오히려 포항 라인업이 불릴 때 박수를 치고, 서울 라인업과 김기동 감독의 이름이 불릴 때 야유를 전했다. 경기 내내 김기동 감독 야유와 기성용 연호는 계속됐다. 그럼에도 김기동호는 4-1 대승을 가져오며 경기 전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경기 후에도 서울 팬들은 김기동 감독을 붙잡았다. 오후 10시10분경 급기야 퇴근하는 서울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김기동 나와"를 외쳤다.
유성한 FC서울 단장과 사무국의 중재로 김기동 감독이 버스 밖으로 나왔지만 별다른 말없이 다시 버스 안으로 들어가자 팬들의 원성이 계속됐다. 이후 마포경찰서에서 차량 통행로에 있는 팬들에게 안전을 위해 인도로 이동을 부탁하며 사태가 진정되나 싶었지만 결국 팬 대표자와 사무국의 대화까지 이어지며 김 감독이 다시 밖으로 나왔다.
김 감독은 "간담회에서 다 말씀드리겠다. 죄송하다"며 팬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이후 팬 대표자의 중재로 버스 앞에 모였던 팬들이 해산하며 오후 11시10분경, 1시간가량 이어진 '버막'이 종료됐다.
한편 서울 구단은 오는 7월1일 팬들과의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기동 감독이 팬들과 마주하고 기성용 이적과 관련해 자세한 얘기를 전하는 첫 자리이기에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기동 감독은 지도자로서 지금까지 '승자'의 길을 걸어왔다. 2019년 4월23일 포항의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프로감독으로서의 시작을 알린 김 감독은 3일 뒤 수원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감독 데뷔승과 포항의 2연패 탈출을 동시에 달성했고, 이 경기 포함 4연승을 달렸다. 김 감독은 이후 리그 9위를 기록했던 2021시즌을 제외하고, 2023시즌까지 포항을 항상 파이널 A(1~6위)에 올렸다. 심지어 2021시즌도 리그에선 부진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해였다. 포항에서의 마지막 해인 2023시즌에는 본인의 K리그 감독 커리어 최고 순위(2위)와 FA컵(현 코리아컵) 우승을 달성한 후, 서울의 신임 사령탑으로서 상암벌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김 감독은 서울에서의 첫 시즌인 지난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최종 4위로 팀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 진출시켰다. 이전 4시즌 동안 9-7-9-7위에 그쳤던 팀에게 다시 태양을 맛보여준 것이다.

그 성과를 맛보고 자신을 '아버지'라고 불렀던 팬들이 한순간에 돌아서 나가라며 등을 떠밀고 있는 상황. 김기동 감독은 이번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까. 단호함과 유함을 동시에 겸비한 그가 이번엔 제법 큰 파도를 만났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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