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만들었는데 '낭패' 기아 타스만, 결국 '이곳'서 퇴짜 맞았다
첫 정통 픽업트럭 ‘타스만’을 야심 차게 선보인 기아는 내년 한국을 시작으로 중동, 호주,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가지 의문은 기아가 픽업트럭 시장이 매우 큰 미국에는 타스만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소식이다. 이는 미국이 수입 픽업트럭에 부과하는 높은 관세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4 제다 국제모터쇼’에서 타스만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관심을 모았다. 같은 시각 기아는 호주 최남단의 섬 타스마니아 주도 호바트에서도 타스만을 처음 공개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타스만이 타스마니아와 타스만 해협에서 따온 이름이기 때문이다.
관세 25% 벽에 막혀 포기
세계 2위 시장 호주 노린다
기아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과 호주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호주는 연간 20만 대 이상의 픽업트럭이 판매되는 곳으로, 전 세계에서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픽업트럭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 아프리카는 지형적인 특성 덕에 픽업트럭의 수요가 꾸준히 커지고 있다. 글로벌 픽업트럭 판매 규모는 미국을 제외하면 연간 약 200만 대에 이른다. 기아는 타스만의 글로벌 판매량 목표를 연간 약 10만 대로 설정했다. 출시 초기에는 연간 8만 대, 이후 10만 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기아가 세계 최대 픽업트럭 시장인 미국을 판매 대상에서 제외한 원인은 이른바 ‘치킨세’로 불리는 관세에 있다. 미국은 자국 내 수요가 많은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1964년부터 수입 픽업트럭에 25%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당시 유럽이 미국산 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자 픽업트럭 관세로 대응해 '치킨세'로 불린다.
포드와 GM이 버티는
미국은 차후에 진출키로
한국과 미국은 지난 2018년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픽업트럭 관세 철폐 기간을 2041년으로 연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한 픽업트럭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건 가격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매우 어렵다. 기아의 타스만은 경기 화성공장에서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미국 픽업트럭 시장은 대형 모델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타스만은 중형 모델로 분류된다. 기아는 타스만 출시 경험을 바탕으로 준대형 픽업트럭을 개발한 후 미국 진출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픽업트럭 약 284만 대 중 166만 대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의 대형 모델로 나타났다. 포드 F-150, GM 쉐보레 실버라도, GMC 시에라 등 미국산의 '쟁쟁한' 트럭이 가득하다. 기아는 타스만의 주력 경쟁 모델로 중형 픽업트럭인 포드 레인저, 도요타 하이럭스를 지목했다.
국내는 픽업트럭 관심 無
타스만이 인식 바꿀까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편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은 1만 8,199대로 전년 대비 38.7%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연간 4만 대 이상의 준수한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픽업트럭 중 렉스턴 스포츠가 80%에 달했고, 수입 픽업트럭 점유율 1위는 쉐보레 콜로라도가 가져갔다.
한편 타스만은 픽업트럭 수요가 많은 호주 시장을 노린 만큼 개발 과정에서 들어간 정성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장장 4년에 걸친 개발 기간 동안 혹독한 환경에서 1,777종의 테스트를 1만 8천 회 이상 거쳤고, 목적에 특화된 전용 사양들로 무장했다. 정식 공개를 통해 드러난 타스만의 상품 구성은 여러모로 놀라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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