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이 든 감독보다 젊은 감독이 낫네" 고집 버린 이범호, 기아는 7연승 질주

2승 7패. 4월 초 KIA의 성적표였다. 2024년 통합우승, 2025년 부상 악재와 8위 추락. 이범호 감독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팬들 사이에서는 "경질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변화로 답했다. 16일 현재 KIA는 7연승을 질주하며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같은 기간 5연패에 빠진 한화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4번 김도영, 이름값보다 컨디션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4번 타자 실험이었다. 최형우의 삼성 이적으로 공백이 생긴 4번 자리에 이범호 감독은 여러 선수를 테스트했다. 첫 선택은 나성범이었지만 4번에서 타율 0.214에 그쳤다. 오히려 6번으로 내리면 타율 0.412를 기록했다. 외국인 타자 카스트로도 기대에 못 미쳤다.

결국 이범호 감독의 눈길은 김도영에게 향했다. 8일 삼성전부터 데뷔 첫 4번 타자로 출전한 김도영은 7경기 타율 0.292, 4홈런, 11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특히 14일 키움전 그랜드슬램, 15일 쐐기 솔로포, 16일에도 맹타를 휘둘렀다. 김도영이 4번에 선 이후 KIA는 7연승을 내달렸다.

불펜 두께 키운 오프시즌 결단

이범호 감독은 오프시즌에 불펜 보강에 집중했다. 2차 드래프트로 한화에서 이태양을 데려왔고, FA 김범수까지 영입해 뒷문 두께를 키웠다. 최근 7연승 과정에서 이태양, 김범수, 홍건희, 조상우, 성영탁으로 이어지는 불펜 운영이 힘을 발휘했다.

마무리 정해영이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간 뒤에도 팀이 연승을 이어갔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특정 선수 한 명이 아니라 전체 운영의 힘으로 버티는 팀이 됐다는 뜻이다.

"버티는 야구"에서 "지키는 야구"로

선수단 운용도 달라졌다. 지난해와 달리 이름값보다 컨디션을 우선했다. 기대를 모았던 젊은 자원들에게 무한 기회를 주기보다, 당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과감히 올려 썼다. 아시아쿼터 야수 데일을 유격수로 기용하며 수비 안정감과 기동력도 더했다. 데일은 16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며 테이블세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화전에서는 박재현의 출루, 데일의 연결, 김선빈의 작전 수행, 김도영의 타점, 한준수의 적시타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역전승을 만들었다. 조직력 야구가 살아난 것이다.

한화 김경문과 대비되는 모습

KIA의 반등이 더 돋보이는 건 같은 기간 한화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화는 5연패 수렁에 빠졌고, 팬들 사이에서는 김경문 감독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믿음의 야구"라는 이름 아래 부진한 선수들을 고집스럽게 기용하다가 경기를 망쳤다는 비판이다.

반면 이범호 감독은 변화를 택했다. 나성범이 4번에서 안 되면 내리고, 카스트로가 기대에 못 미치면 타순을 조정했다. 김도영을 4번에 올린 것도 결단이었다. 전통적으로 3번을 고수하던 그를 과감히 4번으로 옮겼다. 결과는 7연승이었다.

2026년 봄의 KIA는 이범호 감독의 성장 서사를 다시 쓰고 있다.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에 머물지 않고, 실패를 통해 운영의 폭을 넓힌 지도자로 변하고 있다. 초반의 충격적인 패배를 딛고 7연승으로 반등한 지금, KIA의 상승세는 전력보다 선택이 만든 결과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