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LG 트윈스 구본혁

구의 증명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 내야 하는 냉혹한 프로의 세계. 군 전역 후 돌아온 뒤 매 시즌 그 어려운 일을 무리 없이 해내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리그에서 손꼽히는 내야 유틸리티 구본혁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일찍이 수비력을 인정받은 그는 작은 체구에 걸맞은 콘택트형 타자로 활약 중이지만, 혹자는 그를 홈런 타자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LG 트윈스에서 쉬이 나오지 않았던 끝내기 만루홈런을 쳐 냈기 때문이다. 타격에도 물이 오른 구본혁은 어느새 팀의 주전 콘크리트에 균열이 갔을 때 망설임 없이 꺼내 드는 카드가 됐다. 화려한 수식어 대신 순간의 활약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선수. 그는 다소 소박해 보이는 기록과 장면이 쌓여 어느새 팀과 팬들에게 ‘없으면 안 되는 선수’라는 결론을 만들었다. 필요하다면 외야 글러브까지 망설임 없이 집어 드는 그가 과연 어떤 생각으로 그 증명을 이어가고 있는지,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 봤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iin Lee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마음을 드려요

벌써 훈련에 돌입했다고요. 비시즌은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11월 24일 인터뷰)
집에만 있으면 오히려 더 병이 나는 스타일이라 일주일 정도만 쉬고 바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잠실야구장에서 집이 멀지 않아서 출근했다가 마치고 가족들이랑 저녁을 먹거나 시즌 중에 뵙지 못했던 스승님들께 인사드리며 시간을 보내요. 방송 출연이나 인터뷰는 운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팬분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참여하고요.

시즌 중엔 경기가 없는 월요일만 쉴 수 있는데 비시즌엔 언제 쉬나요?
월요일은 휴식일이라기보단 이동일에 가까워요. 그러니 온전히 쉬는 날은 거의 없는 셈이에요. 야구선수의 숙명이죠. 지금은 3일 운동하고, 하루 쉬는 식으로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생활하는 중이에요. ‘러브 기빙 페스티벌’ 같은 팬 행사를 더 즐겁게 하려면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내야 하니까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러브 기빙 페스티벌’ 청백전에서 마운드에 올라 145km/h의 속구를 뿌렸어요. 따로 훈련한 건가요?
겨울에 몸을 만들 땐 원래 캐치볼이나 기술 훈련을 늦게 시작해요. 청백전 때는 어떤 포지션으로 나가게 될지 모르고, 이미 미니 청백전 당시 투수로 올라갔었기 때문에 일부러 캐치볼을 좀 하긴 했어요. (과거 본지에서 언급했던 구속을 정확하게 던졌더라고요.) 항상 공 던지는 거엔 자신감이 있거든요. 제가 증명해 냈습니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볼끝이 살아있던데요?
투수들에게 따로 조언을 구한 건 아니에요. 전 원래 누가 안 알려 줘도 혼자 잘하거든요. 부상 방지를 위해 연식구를 썼기 때문에 공의 움직임이 아마 더 잘 보였을 거예요. 근데 이건 꼭 알아주셨으면 해요. 연식구를 쓰면 테일링은 생길지라도 구속은 덜 나온다는 걸요!

유니폼과 키링, 등장곡까지 헬로키티로 가득 채운 퍼포먼스도 화제가 됐어요.
놀랍게도 키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마케팅팀에서 홍보를 위해 그날 하루만 에겐남(에스트로겐 성향의 남성)이 돼 달라고 하셔서 시도해 봤어요. 원래는 테토남(테스토스테론 성향의 남성)이거든요. 유니폼과 굿즈가 예쁘게 잘 나왔다고 보지만, 퍼포먼스는 개인 호불호와 관계없이 진행한 거예요. 다만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을 키티로 했던 건… 그냥 귀여워서였고요.

중견수로 나갔을 땐 외야에 앉은 팬에게 사인해 주기도 했죠?
팬분들께 보여 드리려고 재미로 진행한 청백전이잖아요. 플레이에 그렇게까지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었어요. 원하시는 분께 사인해 드리는 게 더 우선이라고 생각했고, 좋아하는 디자인에 제 이름이 마킹된 유니폼이라 선뜻 다가갔죠. 오히려 제가 신기했어요. 시즌 중엔 그라운드 내에서 그렇게 팬 서비스해 드릴 일이 없잖아요. 그리고 언제든 어디서든 제 유니폼을 가져오시면 기쁘게 맞아 드릴 거예요.

장비까지 다 착용하고선 왜 포수로 출전하지 않았어요?
공연을 앞두고 있어서 포수 마스크를 쓰면 스타일이 망가질 것 같더라고요. 혹시 머리가 망가질까 봐 아쉽게 포기했어요. 내년엔 포수도 한번 해 볼게요.

공연 준비로 토크 콘서트에도 불참한 거군요.
맞아요. (박)해민이 형이 “구본혁 집에 갔어요”라고 하시는 것도 위에서 다 지켜보고 있었죠. 절 찾으면 연락 달라고 말씀하시길래 테이블석에서 ‘잘 놀고 계시는구나’ 했어요. 제가 장기자랑에 참여하는지 모르셨나 봐요. 깜짝 이벤트처럼 하고 싶어서 미리 얘길 안 했거든요. 팬분들도 놀라게 해 드리려고 일부러 대기석이 아닌 곳에 따로 앉아 있었고요.

김성우와는 같이 하기로 미리 얘기가 됐던 거예요?
성우가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선물을 드리고 가는 그림을 만들려고 했어요. 근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가 하이라이트를 뺏은 듯해서 미안했어요. 심지어 무대도 아쉬움이 남았고요. 너무 추워서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더라고요. 가사도 못 외워서 전광판만 바라보고 노래를 불렀어요. 내년엔 가사도 제대로 외우고, 노래도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최지명도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어린 선수들만 참여해야 한다며 저지당했다던데요.
제가 딱 마지노선이었던 거죠. 지명이 형이랑 한 살 차이 나거든요.

과거에 정우영, 한선태와 ‘먼데이키즈카페’ 멤버였는데 솔로로 재데뷔를 한 셈이네요.
비록 올해는 따로 떨어져 나와 혼자서 공연을 했지만, 다시 그룹으로 돌아갈 의향이 있어요. 우영이가 도와주고 선태 형을 초대해서 함께 노래 부르면 좋겠네요. 제가 저음엔 좀 약해서, 저희가 원래 하던 고음역대 노래를 해 보고 싶어요. 사실 성우한테 곡을 바꾸자고 했는데 거절당했어요. 아, 근데 생각할수록 성우의 시간을 뺏은 게 미안하네요. 그날 1등 해서 성우한테 입대 선물로 상품을 주고 싶었는데 그마저 잘 안돼서 안타깝습니다.

노래 실력이 늘었던데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고요. 아무래도 팬분들 앞에 나서는 게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인터뷰 실력이 는 것처럼요.

#근거 있는 자신감

이번이 생애 첫 한국시리즈 출전이었죠. 어땠어요?
긴장한 채로 플레이오프를 지켜봤는데, 그래도 한국시리즈 1차전을 시작하고서는 재밌고 편했어요. 2년 전엔 지켜만 봐서 몰랐는데 시합을 앞두니까 확실히 긴장감이 엄청나더라고요. 그렇지만 야구를 직접 하면서 경기에 집중하니 바로 괜찮아졌어요.

지난달에 출연한 홍창기는 올해 전혀 긴장하지 않았대요.
형들은 2년 전에 경험해 봐서 그런지 비교적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그런 분위기에 저도 잘 묻어간 덕에 떨리는 마음을 내려놓고 시합에 임할 수 있었다고 봐요.

지난 한국시리즈에서 구단주인 LG 그룹 구광모 회장과 함께 관람한 인연 덕일까요. 올해 트로피 인증샷을 같이 찍었던데요?
제가 구단주님보다 항렬이 높아서 23년 당시에 제게 ‘우리 형님’이라고 해 주셨는데요. 이젠 호칭을 ‘아재’라고 정정해 주시더라고요. 무슨 이유인지 여쭤보진 않았는데 구단주님만의 애칭을 정해 주신 것 같아요. 선수인 절 너무 편하게 대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규 시즌에 위치를 가리지 않고 내야 수비를 소화했어요. 어떻게 주전 내야수가 될 수 있었나요?
수비에 일가견이 있죠? 그래도 가장 잘하는 선수는 아니기에 항상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러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는 덕분에 성장하고 있어요. 여러 포지션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훈련에 임하고요. 김일경 코치님을 비롯한 수비 코치님들께서 정해진 연습 시간 내에 포지션별로 충분히 운동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잘 짜 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은 어디일까요?
그냥 내야수라고 말하고 싶어요. 장담하건대, 어느 포지션에 내보내시더라도 그 자신감이 조금의 오차도 없이 똑같아서 하나만 꼽을 순 없어요. 내야 수비만큼은 어디든 자신 있습니다.

정규 시즌 막판엔 외야수로도 출전하며 가을야구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했어요.
한국시리즈에서 외야수로 나가게 될 거라고 들은 후로 공부도 하고 영상도 찾아봤어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요. 그래서 실력을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좌익수로 나갔을 때 공도 안 오고 한국시리즈는 결국 내야수로 경기를 치러서 아쉬워요. 경기만 나갈 수 있다면 내야든 외야든 저는 가리지 않을 거고, 잘 해낼 거니까 기다리면 내년에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거라 믿어요.

올해 수비 하이라이트를 많이 만들었죠. ‘파울 플라이 슈퍼 캐치(7월 25일 두산전)’와 ‘번트 파울 후 병살타(10월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 중 더 뿌듯한 건 뭘까요?
한국시리즈는 모든 경기, 모든 순간이 크게 와닿아요. 팬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건 두산전 때 파울 타구를 끝내기로 멋지게 잡았던 장면 같고요. 저 역시 끝내기 수비 영상을 훨씬 많이 봤어요. 그때가 ‘야구가 지루하다. 왜 이렇게 안 되지?’ 하는 시점이었거든요. 그런 찰나에 분위기를 올리는 수비가 나오면서 탄력을 받은 게 후반기에 반등하는 계기가 됐어요.

9월 초 기준으로 구본혁의 8회 타율이 0.667로 팀 1위더라고요.
다른 것보다 팀에 잘 치는 베테랑 형들이 많기 때문에 제가 그 앞에서 출루해 밥상을 깔아 놔야 한다고 생각해요. 뭘 해결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기회를 만들어 드리는 거라 부담감은 딱히 없었어요. 그리고 형들만큼은 아니지만 하위 타선인 제가 조금씩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서 팀이 편하게 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니까요. 앞으로도 그렇게 최대한 긍정적으로 플레이에 임하려 해요.

그러면서 자동 고의사구까지 얻어 내는 타자가 됐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아마 KT 위즈와 경기할 때마다 제가 강해서 그런 선택을 하신 듯해요. 선수마다 상성이 잘 맞거나 안 맞는 팀이 있는 법이잖아요. 전 수원에서도 그렇고, 잠실에서도 KT만 만나면 야구가 잘 풀리는 게 있어요. (안 맞는다고 느끼는 팀도 있어요?) 작년에 KIA 타이거즈가 정말 강했잖아요. 경기할 때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또렷해서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었어요.

야구선수 구본혁을 이루는 부분 중 공격과 수비가 각각 몇 퍼센트를 차지할까요?
수비와 공격이 7 대 3 비중을 맞추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수비가 돼야 경기에 자주 나갈 수 있기에 무엇보다 우선이고요. 그보다 더 자주 출장하려면 타격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에요. 작년 경험을 토대로 올해는 겨우내 미리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러닝을 통해 체력을 기르고 시즌에 돌입해서 여러 부분을 고루 신경 쓸 수 있었어요.

스프링캠프 때는 주루 부문 MVP를 받았을 정도로 일가견이 있죠. 내년엔 도루 욕심도 내볼 건가요?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올해보다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실제로 작년보다 올해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고요. 이번 시즌엔 도루를 10개 했으니 내년엔 그보다 많이 할 거고, 타율도 올리기 위해 겨울에 더 열심히 해야겠죠.

한국시리즈 5차전의 파울도, 시즌 중 주루 코치 사인을 외면하고 했던 홈 쇄도도 모두 본인의 판단이었죠.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승부사 면모가 있는 성격에서 확신이 나왔다고 봐요. 제가 ‘모 아니면 도’ 기질이 있는데 운이 따라 준 덕분에 매번 결과가 좋게 나와요. 그렇다고 무작정 무모하게 플레이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야구는 흐름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분위기를 읽고 도박처럼 승부를 띄우는 거죠. 예를 들어, 5차전에 문현빈 선수의 공을 파울로 만든 것도 이미 4차전부터 팀의 흐름이 좋았기 때문에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거였어요.

7월 29일 KT전에선 구본혁의 실책으로 선취 2점을 내줬지만 통산 첫 4안타 경기를 펼치며 승리를 견인했어요. 강한 멘탈의 비결을 알고 싶어요.
앞서 말씀드린 제 운을 믿어요. 전 운이 좋은 사람이고, ‘내가 실책 했으니까, 내가 만회하겠지’라는 생각을 스스로 계속하면서 야구해요. 그럼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박)동원이 형이 지옥에 빠진 절 많이 구해 주셨지만요.

독특한 PT 타임 진행도 화제였어요.
대단한 멘트를 준비하지 않고 시작과 끝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루틴처럼 했어요. 우리가 이렇게 1위 싸움을 할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다는 의미로요. 항상 지금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대해야 경기가 잘 풀리곤 하는 법이죠.

#이제는 중참

박해민이 FA 계약 전 단체 메시지방에 남긴 “그동안 고마웠다”를 본 심경이 궁금해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뭐, 이제 인사 안 하면 되지’였어요. (농담) 해민이 형이 워낙 장난이 잦은 타입이라 의심부터 했고요.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해민이 형이 남아 줘서 정말 감사해요. 내년에도 우승해서 이런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은데 형이 없으면 힘들 거라고 봤거든요. 그래서 한 이틀에 한 번씩은 “내년에 2연패 노리는데 좀 남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하고 연락을 드렸어요.

신민재는 그날 잠실야구장을 찾기까지 했던데 계약 후에 언제 연락했나요?
민재 형은 그것 때문에 간 건 아닐 거예요! 그냥 야구장에 볼 일이 있어서 갔는데 운 좋게 타이밍이 맞아서 좋은 콘텐츠가 나온 거죠. 전 기사를 보자마자 바로 연락했어요. (연락이 늦은 선수가 있어 박해민의 심기가 불편했대요.) 또 뭘 그런 걸 마음에 담아 둬~ (질색) 해민이 형은 그런 쿨한 면이 부족해요. 내년엔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 쿨한 주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한 것도 담아 두지 마시고요.

이적해 온 천성호의 적응을 열심히 도왔다고요.
상무에서 같이 생활했다 보니 이미 막역한 사이였어요.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성호가 온다고 했을 때 제 자리를 위협받을까 봐 불안했어요. 성호는 타격도 너무 좋고 수비도 잘하는 다재다능한 선수라는 걸 알고 있어서 무서웠죠. 근데 이렇게 지나고 보니 오히려 시너지가 난 것 같아 행복합니다.

상무 체조는 왜 같이 안 췄나요?
나이도 그렇고 제가 그런 콘텐츠를 찍을 급은 아니죠. 성호랑 같은 1997년생이지만 빠른 연생이라 전 한 살 위로 취급받거든요. 96년생들이랑 친구예요. 동갑인 (최)승민이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친구라서 빼지 않고 참여했나 봐요.

2026 드래프트 신인 이지백이 친해지고 싶은 선수로 구본혁을 꼽았단 걸 아나요?
처음 들었어요. 아직 대화를 제대로 나눠 본 적도 없거든요.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해 주는 후배들이 한두 명씩 생기기 시작하는데, 기분이 좋으면서도 괜히 어색하고 책임감도 같이 느껴져요. 앞으로 야구를 더 잘해서 더 많은 후배가 제 이름을 언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나중에 주장이 된다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본 적도 있어요?
안 그래도 FA 계약 축하한다고 연락한 날 해민이 형이 임무를 쥐여 주시더라고요. 다가올 시즌엔 후배들 관리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요. 그래서 이젠 제가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될 듯해요. 전 그냥 축하 인사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중고참 정도 됐으면 그런 일을 해야 할 때라고 부담을 주셔서 걱정이 커졌어요. 고민을 해 봤는데 미팅을 통해 편히 얘기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일 듯해요. 지나치게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선에서 적절히 모여 봐야죠. (밥도 사고 하려면 금전적인 부분도 신경 쓰이겠어요.) 최대한 바깥보다는 로커룸에서 만나도록 할 거예요.

#행복한 상상

구본혁의 소망은 대부분 현실이 됐어요. 다음 목표는 뭔가요?
3할을 치면 잘하는 타자라는 말이 있잖아요. 규정 타석을 못 채울지언정 ‘3할 타자’가 한번 돼 보고 싶어요. 올해 아쉽게 달성하지 못한 100안타도 좋고요. 우승에 너무 취했던 당시 한국시리즈 MVP를 해 보고 싶다는 이상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혹시 모르죠. 그 또한 노력하면 될지도요.

올해는 키움 송성문과의 3루 수비 경쟁에서 아쉽게 패배했어요. 수비상에 욕심은 없어요?
지표가 좋길래 제가 받을 수도 있겠다고 기대했는데 그새 성문이 수비가 좋아졌더라고요. 고등학교 땐 제 한참 밑이었는데 말이에요. 이건 진짜예요. 어찌나 늘었던지 이런 것까지도 양보를 안 해 주는구나 싶어서 수비상 발표 나온 뒤로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어요. (본인도 마음에 담아 두는 스타일인데요?) 저는 담아 두죠. 파마하라고 미용실도 알려 주고 스타일링 하는 법까지 가르쳐 줬는데 그대로 안 하는 바람에 원성이 자자해요. 미용실은 잘못이 없는데 말이에요. 당장 자르라고 얘기해야겠어요.

구본혁을 향해 ‘언제나 사랑할게’를 외쳐 주시는 팬들께 인사 남기며 마무리할게요!
올해 우승은 저희 LG 팬분들 덕분에 할 수 있었습니다. 자만하지 않고 비시즌 동안 준비해서 내년에도 좋은 결과를 내고, 기분 좋은 만남의 자리를 만들 수 있게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77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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