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가깝고도 먼 이웃' 日 셔틀외교 복원 성과에도 반대 여론은 부담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일본 수출규제 해제, 한일 경제안보대화 출범
한일 위안부 합의, 독도 문제 올랐다 日 보도…대통령실 "논의 없었다"
우리 '결단' 만큼 일본 '호응' 실망 반응도…국내 비판 여론 향후 과제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일본 방문을 계기로 12년만의 정상 '셔틀외교'가 복원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이 본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수출 규제 갈등 봉합, 교류 채널 확대 등의 성과를 내면서 미래를 향한 양국 관계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강제징용 해법을 내세운 우리 측의 '결단' 만큼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이 부족하다는 국내 비판 여론도 적지 않아 향후 대응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尹, 1박 2일 일본 방문…12년 만에 '셔틀외교' 복원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도쿄 총리관저에서 총 84분간 소인수·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양국 현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 정상은 '미래'와 '협력 강화'에 한목소리를 냈다.
윤 대통령은 "얼어붙은 양국관계로 인해 양국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는 데 공감하고, 한일관계를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이번 주 도쿄에서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며 온기가 돌기 시작한 양국 관계를 빗대 표현한 뒤 "이번 방일을 계기로 신뢰와 우정이 돈독해지고, 양국 관계가 크게 비약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정신의 계승에도 뜻을 같이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양국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무엇보다 2011년 이후 12년 간 중단된 양국 '셔틀 외교' 재개가 꼽힌다.
안보 측면에서는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로 북한 핵·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등의 길이 다시 열렸다. 앞서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으로 2019년 우리나라에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가했고 문재인 정부는 대응 차원에서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다가 효력을 정지한 바 있다.
일본은 수출규제 역시 해제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우리 정부도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도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경제안보와 첨단 과학뿐 아니라 금융·외환 분야에서도 머리를 맞대자는 구상이다.
이밖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도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해 양국 교류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상회담을 마치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기시다 총리와 유코 여사는 부부 동반 만찬을 진행하며 친교를 쌓았다. 도쿄 번화가인 긴자의 유명 스키야키 식당 '요시자와'(吉澤)에서 1차 만찬이 진행됐으며, 2차 만찬은 두 정상이 전통 경양식집 '렌카테이'(煉瓦亭)로 이동해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소주와 일본의 맥주가 곁들여진 '화합주'를 나누기도 했다.
정상회담 테이블에 '위안부 합의', '독도' 올랐다?…대통령실 "논의된 바 없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한일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든, 독도 문제든 논의된 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외교부 역시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논의된 바 없다"며 "금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주된 논의 주제는 강제징용 문제를 비롯해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독도는 금번 한일 정상회담시 논의된 바 없다"며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로, 우리 영토주권에 대한 일측의 어떠한 부당한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방일 이틀째인 17일 일본 정계 인사 접견,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게이오대 특강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양국 정부는 여러분들이 마음 놓고 교류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게이오대 특강에서는 "미래 세대가 바로 한일 양국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1박 2일 동안의 방일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은 17일 오후 7시 50분쯤 귀국했다.
한일 관계 새로운 이정표…국내 비판 여론 향후 과제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해법을 내놓으며 '결단'을 내렸지만 일본 측이 기대했던 만큼의 '성의 있는 호응'을 내놓지 않았다는 국내 비판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부족하다는 한국 내 여론을 호전시키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겠느냐'는 우리나라 기자의 질문에 "양국이 연계해 하나하나 구체적 결과를 내고 싶다"며 즉답을 피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일본 요구만 일방적으로 수용한 굴욕적 외교 참사"라며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3%, 부정평가는 60%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3월 8~9일)보다 1%포인트(p) 떨어졌고, 부정평가는 2%p 올랐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무선(95%)·유선(5%)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 응답률은 9.0%.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은 "정부는 지난 3월 6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과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는데, 부정 평가 이유에서는 노동 문제보다 일본·외교 지적 사례가 훨씬 많다"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향후 미래와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내 설득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피고기업에 대한 구상권 청구와 관련해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만큼 이번 해법을 통해 미래로 가는 한일 관계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본 측의 '사과' 등 추가 호응 조치에 대해 "역대 일본 정부가 일왕과 총리를 비롯해 50여 차례 사과한 바 있는데, 그 사과를 한 번 더 받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적 창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문법으로 한·일 관계를 풀겠다는 윤 대통령 의지의 표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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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cinspa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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