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끊은 컬리, IPO 재추진 눈앞···남은 건 ‘존재감 증명’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컬리가 2015년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그간 지속된 적자로 기업공개(IPO)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컬리의 IPO 재추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컬리는 강남권에서 신선식품으로 인지도를 높였고, 최근엔 뷰티와 패션, 리빙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특히 컬리는 기존 회사의 강점인 신선식품과 뷰티컬리를 비롯한 신사업 성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컬리가 추진 중인 신사업들은 이미 기존 기업, 플랫폼사들이 시장을 선점한 상태라 컬리가 컬리만의 존재감을 떨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뚜렷한 성장 지표···IPO 재추진 가능성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해 흑자를 달성하며 IPO 재추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7.8% 증가한 2조3571억원, 영업익은 4분기 연속 흑자를 토대로 131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거래액(GMV)은 13.5% 증가한 3조5340억원이었다.
컬리의 거래액은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성장률(거래액 기준)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해 컬리는 4분기 연속 10% 이상의 거래액 성장률을 나타냈고, 4분기에는 16.2% 성장해 최근 3년 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는 풀필먼트서비스(FBK)의 판매자배송상품(3P) 등의 성과가 컸다. FBK 등을 포함한 3P 거래액은 1년 새 대폭 늘어 54.9% 성장했다. 네이버와 함께 론칭한 컬리N마트도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월 평균 거래액이 매달 50% 이상 늘어나며 전체 거래액 증가에 기여했다.
김종훈 컬리 경영관리총괄(CFO)은 "이번 첫 연간 흑자는 구조적 혁신을 통해 매출 성장이 이익 확대로 직결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검증된 수익 모델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한 만큼 신사업의 안정적인 시장 안착과 미래 가치 제고를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의 높은 성장세에 업계에선 컬리가 IPO 재추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컬리는 2022년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실적 부진으로 2023년 상장을 연기했다. 당시 컬리는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유치를 완료하고 한국증시에 상장을 추진했다. 컬리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고성장, 미래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을 근거로 해외증시 대신 한국증시 상장에 관심을 뒀다.
프리IPO 때 컬리는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업계에선 컬리가 상장하면 기업가치가 7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컬리는 경제 침체에 따른 투자 심리 악화로 상장 계획을 자진 철회하고, 컬리 사업을 재정비하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서 컬리가 영업손실의 고리를 끊었고 IPO를 재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만큼 IPO 재추진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에선 컬리에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투자금회수)를 위해서라도 IPO는 필연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컬리의 최대주주는 13.49%의 지분을 보유한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다.
컬리 관계자는 "IPO 추진과 관련해 시장 상황을 긴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재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훈 CFO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이번에 사상 최대 매출, 첫 연간 흑자를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상장 계획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IPO 입장은 예전과 동일하며, 숫자가 좋아졌다고 해서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신사업 확대, 관건은 경쟁력 강화
문제는 컬리의 경쟁력이다. 컬리는 그동안 강남권 엄마들을 상대로 프리미엄 식재료를 빠르게 배송하는 것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컬리는 김슬아 대표를 필두로 내부에서 엄선한 제품들을 자체 앱에 입점시키며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그러나 컬리가 신사업으로 선보인 뷰티나 패션, 리빙 등은 이미 CJ올리브영이나 무신사, 29CM 등이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컬리의 신사업이 전체 매출의 큰 영향을 미치고는 있지만 여전히 마켓컬리(신선식품)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90%를 차지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 또 전체 물류 인프라의 고도화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쿠팡과 비교하면 단순 상품 수만 비교해도 압도적인 격차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에서 로켓배송하는 품목은 500만개 정도고, 컬리는 4만개 정도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컬리가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IPO 재추진 명분은 충분히 확보했다"면서도 "다만 뷰티, 패션 등 신사업은 이미 존재감이 뚜렷한 기업들이 많아 컬리만의 차별화 전략이 입증돼야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