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넘어, 생생한 교육 기회로"…계기수업 나선 역사교사들
[EBS 뉴스]
비상계엄 여파 속에서 학교 현장의 충격도 상당했는데요.
특히, 역사 속의 한 장면으로만 기억하던 상황이 생생한 현실로 닥치면서, 어린 학생들의 혼란도 컸습니다.
학교 현장에선 혼란을 넘어, 살아있는 교육 기회로 삼으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먼저, 영상부터 보고 오겠습니다.
[VCR]
한밤의 비상계엄으로
학교 현장도 우왕좌왕
6시간 만의 종료에도
이어지는 혼란
역사교사들 "책임감 더욱 무겁다"
계기교육 자료 개발·배포
"살아있는 민주주의 경험의 기회로"
교육 방향은?
------
서현아 앵커
학교 현장의 목소리,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유라 경기 충현중학교 교사 연결돼 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유라 교사 / 경기 충현중학교
네, 안녕하세요.
서현아 앵커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이다 보니까 한밤중에 비상계엄 사태를 보고 더 놀랐을 것 같습니다.
학교 현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한유라 교사 / 경기 충현중학교
12월 4일 만큼의 떠들썩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계엄령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요.
심지어 열띤 토론까지 하곤 합니다.
이게 종결된 사안이 아니고 현재 진행형으로 아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사안이다 보니까요.
서현아 앵커
전국 역사교사 모임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직후에 바로 계기교육 자료를 만들어 현장에 배포했습니다.
여기에 어떤 내용을 담으셨는지 궁금한데요.
한유라 교사 / 경기 충현중학교
12월 3일 계엄령 직후에 수업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자료이기 때문에 12월 3일 10시 20분부터 계엄령이 해제되는 오전 5시 경까지의 타임라인을 제시하면서 자료가 시작이 됩니다.
이후 순서는 첫 번째로는 이 계엄령의 정치적인 맥락을 짚어주는 자료, 두 번째로는 계엄령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자료, 세 번째로는 계엄령이 한국 역사에서 어떠한 역사적인 맥락을 갖고 있는지를 짚어주는 자료, 네 번째로는 이번 계엄령이 법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그리고 국제 위상적인 문제를 어떻게 갖고 있는가를 탐구해보는 자료가 담겨 있습니다.
마지막 순서에서는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학생들이 사고할 수 있는 활동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부당한 절차와 명분으로 시작된 계엄령으로 인해서 시민들이 어떠한 권리를 잃게 되었는가를 유엔에서 발표한 국제인권선언문을 통해서 살펴보는 활동이 있고요.
마지막으로는 계엄령 선포에 대해서 비난, 비판하는 슬로건을 만들어보기로 이제 활동이 마무리됩니다.
서현아 앵커
법과 경제 그리고 국제 위상적인 아주 다각적인 사회 탐구적인 맥락에서 분석하신 노력이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자료를 통해서 우리 학생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판단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이 무엇을 얻어가기를 원하시는지요?
한유라 교사 / 경기 충현중학교
역사와 정치는 과거와 정치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피부로 맞닿아 있는 현실이라는 점을 학생들과 교실 안에서 나누고자 했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시민으로서 응당히 가져야 할 권리에 대해서 알고 이것이 침해받았을 때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물론 행동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은 학생들의 몫이지만요.
서현아 앵커
그렇다면 선생님들이 이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자료를 이용해서 수업을 하실 때 유의해야 할 점도 있을까요?
한유라 교사 / 경기 충현중학교
네 물론입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나와 있듯이 교사의 견해를 학생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이때 동안 수업을 여섯 차례를 했을 때 저의 면전에서 독재나 계엄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학생은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정치 성향의 문제가 아닌 누구에게나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 중에서는 분명히 누군가는 그런 일을 겪으시리라고 생각됩니다.
터무니없는 말에 분노하시기도 하고 당황하실 수도 있지만 학생들의 그런 발언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논리적인 오류나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짚어주고 공론화해서 함께 이야기해보는 자리를 학교 현장에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솔직히 저도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 말을 면전에서 듣게 되면 아마 이제 생각이 마비되지 않을까요?
학생들과 라포가 형성되지 않은 선생님이라면 정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서현아 앵커
어떤 특정한 견해를 강요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는 지적도 해주셨고요.
어제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시국 선언을 했습니다.
여기 선생님도 참여를 하셨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 궁금하네요.
한유라 교사 / 경기 충현중학교
역사교육을 전공한 한 명의 역사 교육자로서 그리고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역사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부끄러움 한 점 없는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공무원들은 이른바 정치적 중립성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런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데 굉장히 많은 결심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빠른 시간에 많은 역사 선생님들께서 동참을 해주셨습니다.
시국 선언문을 빠른 시간 내에 협의하면서 작성해 주신 전국 역사교사 모임 집행부 선생님들, 빠른 시간 내에 동참해 주신 많은 역사 선생님들 모두 아마 저와 같은 마음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말씀하신 대로 선생님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도 있고요.
이런 생각 때문에 선뜻 행동하기 어려워하시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교사들의 행동이 중요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한유라 교사 / 경기 충현중학교
기후 환경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가 현실에서는 무분별한 육식을 하고 플라스틱 사용에 거리낌이 없으며 역사적 사건에 문제를 짚는 역사 교사가 부당한 현실을 외면한다면 교사의 수업이 과연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를 가질지 궁금합니다.
이런 일에 침묵하고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정치적인 중립성을 어기는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요.
그 행동은 바로 수업에서 아이들과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이번 사태에 대한 합리적인 계기 교육을 통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고 성숙한 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있도록 또 우리 아이들의 시민의식이 성장하기를 바라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