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가 기업 지원 부처로 전락”···3대 메가프로젝트에 환경단체 반발

오경민 기자 2026. 6. 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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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전력·용수 인프라를 공급하겠다고 밝히자 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와 에너지부정의를 심화시키는 계획”이라며 반발했다.

정부가 29일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고 반도체 산업단지와 AI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및 인프라 공급 계획을 발표하자 에너지정의행동,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재벌 기업들을 위한 전력, 용수 공급을 위해 지역 주민이 환경 파괴를 감내하고 모두가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떠안게 되는 명백한 에너지 착취”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산업 성장 과정에서 환경과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사실상 산업 진흥 부서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후발 세대의 영향을 책임져야 할 기후부가 사실상 기업 활동 지원 부처로 전락한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며 “전력, 용수, 부지 등 인프라 확충의 혜택은 일부 대기업에 돌아가고, 비용은 국가와 지역이 부담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그간 정부가 밝혀온 재생에너지 확충 등 정책이 에너지 전환 정책이 아니라 기업을 위한 전력 공급 정책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원전 2기 신규 건설, 원전 수명연장,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 송전선로 확충까지 모두 동원해 초대형 산단과 AI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은 탈석탄과 탄소중립 목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계획”이라며 “기후위기 대응보다 대기업 전력 소비 보장을 우선하는 프로젝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정의행동도 “첨단산업 육성을 이유로 막대한 전력 수요를 유발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핵발전 확대 정책이 고착되고 있다”며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시급히 확대해야 할 재생에너지가 오히려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대기업의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데 최우선으로 투입될 처지에 놓였다”고 했다.

대규모 산단 조성과 전력·용수 공급 계획이 지역에서 환경 파괴와 주민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은 “한국은 이미 압축적인 산업화를 겪으며 대기·수질·토양 오염과 같은 공해 문제부터 자연자원의 대규모 훼손과 기후위기의 가속화, 주민 삶터 파괴를 경험했다”며 “생태적·민주적 관점 없이 이런 방식을 되풀이하면 이재명 정부는 또 하나의 개발 독재 정부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수 공급 문제도 지적됐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산업용수 공급 방안으로 통합용수공급사업, 임시물량 활용, 다목적댐 및 대체수자원 활용 등을 제시한 데 대해 “구체적인 공급 방안과 물량 산정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단체는 “물은 국가가 특정 산업에 일방적으로 배분하는 대상이 아니라 생활용수, 농업용수, 환경유량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와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분해야 하는 공공자원”이라며 “용수 공급 계획뿐 아니라 물 배분의 원칙과 절차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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