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그룹이 2017년 야심차게 설립했던 가산공장 매각을 검토하면서 가정간편식(HMR) 사업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동원은 HMR 브랜드 ‘더반찬’의 직접 생산을 외부 위탁생산 체제로 전환해 비용 효율화와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돈다.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원F&B 더반찬 제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던 서울 금천구 가산동 소재의 가산공장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 공장은 지난해 1월 더반찬 생산라인이 외부 업체로 이관된 이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2008년 설립된 더반찬은 동원홈푸드가 2016년 7월 약 300억원을 들여 인수한 국내 HMR 브랜드다. 온라인 주문을 통해 반찬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시 동원홈푸드는 조미료, 축육, 식자재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하며 인수를 추진했고 반찬 유통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확장할 계획이었다. 이후 계열사 재편을 거쳐 더반찬은 동원F&B 산하 사업부로 편입됐다.
하지만 가산공장 매각 결정으로 HMR 사업이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가산공장은 더반찬 브랜드 강화를 위해 70억원을 투입한 핵심 시설이기 때문이다. 동원은 신공장을 기존의 인천 부평공장의 2배 이상인 2200평 규모로 지었고 육류·반찬·국 등 총 8개의 생산 라인을 갖춰 연간 1000만개 이상의 단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더반찬은 인수 당시의 기대와 달리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동원은 더반찬을 2021년까지 연매출 2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으나 지난해 연매출은 300억원대에 그쳤다. 또한 가산공장을 기반으로 300개 오프라인 전문점을 운영하겠다는 목표 역시 현재까지 실현되지 못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핵심 브랜드나 제품은 직접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체 생산을 포기한 것은 더반찬이 동원그룹 내에서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매각이 단순 사업 축소가 아닌 HMR 제품군 확장을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HMR 시장은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짐에 따라 다채로운 제품군 확보가 필수적인데, 다품종 소량생산에 특화된 전문 업체에 생산을 위탁하면 제품군을 확장하고 품질과 생산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풀무원, 이마트, 삼성웰스토리 등도 일부 HMR 제품을 식품제조 전문기업에 위탁생산하고 있다.
HMR 시장은 과거 즉석 섭취형(RTE), 데우기 후 섭취형(RTH) 제품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 조리가 필요한 형태(RTC), 식재료가 준비된 형태(RTP), 전문 레스토랑 밀키트(RMR)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동원은 가산공장의 8개 생산라인이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동원은 지난해 2월 HMR 전문 온라인몰 ‘더반찬앤’을 개편하고 HMR 메뉴 연구소를 3개 카테고리로 세분화해 신규 레시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동원F&B는 국내 HMR 시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즉석식품 판매액 규모에서 동원F&B는 CJ제일제당, 오뚜기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HMR 시장은 연평균 11.4% 성장해 2032년 약 2598억1000만달러(약 380조985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동원F&B 관계자는 “HMR 제품의 기획, 고객 경험, 판매,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생산은 전문 업체에 위탁해 전문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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