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억 오승환 대신 8천만원 송은범, 상상이나 했을까…삼성의 결단, 결과로 증명할까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결단을 내렸다.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베테랑 마무리투수 오승환을 과감히 제외하고, 지난 7월 불펜 보강 차원에서 영입했던 또 다른 베테랑 송은범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오승환이 엔트리에서 빠질 것이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박 감독은 "플레이오프 때는 현실적으로 출전하기 어렵다. 만약 우리가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 한국시리즈에 간다면 그때 다시 구위나 몸 상태를 체크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도 '설마' 했던 이유는 오승환이라서다. 1982년생인 오승환은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지금까지 삼성 마운드를 지켰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삼성과 2년 총액 22억원에 FA 계약을 하면서 선수 생명 연장에도 성공했다. 삼성이 투자한 금액을 고려한다면 오승환은 반드시 포스트시즌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해야 했지만, 박 감독은 냉정하게 오승환의 이름을 지웠다.
오승환은 올해 58경기에서 3승9패, 27세이브, 2홀드, 55이닝,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했다. 개인 통산 427세이브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 마무리투수인 것은 사실이지만, 흐른 세월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승환은 전반기 37경기에서는 24세이브를 챙기면서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지만, 후반기 21경기에서는 3세이브를 챙기면서 평균자책점 7.41로 매우 부진했다.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는 베테랑의 경험이 필요하기도 하다. 삼성은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도전하는 팀이고, 9년 사이 포스트시즌 진출은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던 2021년이 유일했다. 그리고 3년 만인 올해 다시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면서 왕조의 영광을 재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오승환은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마무리투수이기도 하다. 오승환은 포스트시즌 통산 29경기에 등판해 2승1패, 13세이브, 42이닝,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했다. 구위가 조금 떨어져도 포스트시즌 경험이 적은 어린 투수들의 정신적 지주로 오승환을 데려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박 감독은 "구위가 더 올라와야 한다"는 소신을 지켰다.
오승환의 베테랑 임무는 송은범이 대신한다. 송은범은 지난 7월 삼성과 총액 8000만원에 깜짝 계약에 성공하면서 프로 커리어를 이어 갈 수 있었다. 송은범은 LG 트윈스 시절인 지난 2021년 시즌 도중 무릎 수술을 받고 커리어가 끝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지난 시즌 뒤 LG에서 방출 통보를 받고 야인으로 지내던 송은범에게 삼성은 뒤늦게 손을 내밀었다.
송은범은 1군 9경기에서 2홀드, 9⅓이닝,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하면서 박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송은범은 KBO 통산 689경기에서 88승95패, 59홀드, 27세이브, 평균자책점 4.55를 기록했다. 또 포스트시즌에는 23경기에 등판해 47⅓이닝을 던졌고 4승3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0으로 활약했다. 박 감독은 “단기전에서는 구위도 중요하고, 경험도 중요하다. 구위가 조금 미치지 못하더라도 제구가 필요할 부분이 있다”며 송은범의 쓰임을 언급했다.
송은범은 오승환 못지않은 포스트시즌 경험을 자랑한다. 통산 23경기에 등판해 4승3패, 1세이브, 2홀드, 47⅓이닝, 평균자책점 1.90을 기록했다. 큰 무대에서 매우 강한 편이었고, 비교적 최근인 2020년 LG에서 가을 야구를 경험하기도 했다.
삼성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코너 시볼드, 백정현 등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변수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럼에도 박 감독은 최상의 전력을 꾸리려 했다. 선발진은 데니 레예스와 원태인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불펜은 김재윤이 중심을 잡도록 하면서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은 오승환을 제외한 이유를 플레이오프 결과로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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