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일주일… 산업계 1조원 피해 추산
철강재 60만t 출하 차질… 매출 이연 손실 7800억원
석유화학, 생산 중단시 하루 평균 3000억원 피해
“경제 피해 줄이려 화물연대 요구 들어줘선 안 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집단 운송거부)을 일주일째 이어가면서 철강과 석유화학, 시멘트, 자동차, 사료 등 주요 산업 곳곳에서 1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화주단체들은 화물연대가 요구대로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을 확대할 경우 물류비 상승에 따라 수출 경쟁력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화물연대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대한석유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사료협회 등 7개 화주단체들은 30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안전운임제 관련 입장을 밝혔다.
물류 차질로 인한 피해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철강업계로 집계됐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전날까지 철강업체들은 제품 총 60만톤(t)을 출하하지 못했다. 현재 철강재 평균 가격이 t당 13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7800억원의 매출 이연 손실이 났다. 특히 국내 철강업계가 지난 9월 태풍 상륙 이후 수해를 수습하고 있는 상황에서 운송거부까지 벌어져 우려가 크다고 철강협회는 밝혔다.
석유화학업계도 이번주 들어 출하 차질이 본격화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지난 28일부터 하루 평균 출하량 7만4000t 가운데 30% 수준만 반출 중이라고 했다. 이에 매일 약 680억원의 피해가 발생, 누적 1300억원을 넘어섰다. 석유화학업계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이번주 말부터 설비 가동률을 더 낮추거나, 운영을 중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이 멈추면 하루 평균 피해 규모는 3000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합협회 본부장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공장 가동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석유화학산업 특성상 가동률이 70% 이하가 되면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공장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장을 한번 중단하면 재가동에 최소 2주가 걸린다”며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할뿐더러, 적자를 기록 중인 석유화학산업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도 출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하루 평균 180억여원의 매출 이연 손실이 발생해, 피해 규모가 약 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은 “원재료인 시멘트 공급 차질로 인해 전국 건설현장의 절반이 멈췄다”며 “시멘트업계 피해뿐만 아니라 연쇄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전날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으나,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자동차업계는 로드 탁송(차량을 운전해 운송하는 방식) 등을 통해 화물연대 파업에 비상 대응하면서 하루 약 4억원을 추가 부담하고 있다. 사료업계도 부산항과 광양항 등을 통해 들어오는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컨테이너 보관료나 체선료 등으로 매일 수백만원 이상의 물류비가 발생하고 있다.
탱크로리(유조차)가 멈춰서면서 주유소의 석유제품 재고도 줄고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탱크로리 기사의 화물연대 가입률은 전국 약 70%, 수도권 90%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사전 주문이나 재고 비축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석유제품 수급 차질이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물연대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안전운임제를 지속해서 시행하고, 적용 품목도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등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24일부터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거리에 따른 최소 운임을 정하고, 이보다 적은 운임을 지급하는 화물차주를 처벌하는 제도다.
화주단체들은 화물연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철강 운송 시장은 기업 규모와 운송단위, 상하차 용이성 등 운송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해 안전운임제로 일률적으로 표준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제적으로 안전운임을 적용하면 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해상 운임 상승 등으로 물류비가 급격히 상승한 상황에서 안전운임제 적용에 따라 수출 단가가 추가로 상승하면, 결국 해외 생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화주단체들은 화물연대가 파업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화물연대는 타당하지 않은 안전운임제 상시화를 위한 집단 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화주와 차주, 운송사업자 모두 윈윈(Win-Win)할 방안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며 “특히 디지털운행기록계(DTG) 데이터를 공유해 사고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른 처방을 찾을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정부와 국회는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경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미봉책으로 화물연대의 요구를 들어줘서는 안 된다”며 “화물연대의 불법행동이 있다면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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