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으로 평당 1억원에 상가 분양받고 2년 후 생긴 일

노후 대비로 상가 살 때 점검해야 할 것

퇴직을 앞두고 어느 정도 돈을 모은 사람들은 ‘상가 로망’을 품게 됩니다. 상가를 사서 노후에 월세를 받으면 월급 통장만큼 든든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입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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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는 돈이 되는 매력적인 자산임이 분명합니다. 다만 경기가 좋을 때만요. 경기에 민감해서 때론 골칫덩어리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상가를 골라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투자 성과도 천차만별 달라지죠.

상가라는 자산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입니다. 주택은 지역이 같으면 가격 움직임도 비슷하고 가구별로 큰 차이도 없는 편이죠. 하지만 상가는 세분화·차별화되어 있어서 바로 옆에 있는 가게라고 해도 매매가도, 수익성도 전부 다릅니다.

요즘 상가 시장에는 돈이 많이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상가 매입은 대출을 많이 활용하는데, 금리가 오르면 상환 부담이 커집니다. 대출 이자를 제외하면 실제 수익률이 급감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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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으로 전망이 불확실해진 요즘 같은 시기에는 상가의 현재 가치(운영의 실질 수익) 뿐만 아니라 미래 가치에 대한 평가를 같이 진행해야 합니다. 즉 향후 금리가 안정되는 시점에 수익성이 회복될 것인지, 또 그 시점까지 대출 이자 부담과 공실 우려 등과 같은 불안 요인은 없는지 살피고, 물건이 위치해 있는 상권의 미래 전망도 따져봐야 합니다.

현재 상가 시장은 매도인과 매수인이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역대급으로 크게 벌어졌습니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기 때문에 거래가 된다고 해도 급매 위주로 낮은 가격에만 거래될 뿐입니다. 이는 실제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매매 거래량은 서울을 비롯 전국에서 계속 감소하고 있고, 지난 1월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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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앞뒀거나 이미 은퇴한 고령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상가 투자법에 대해 조언드리겠습니다. 상가는 ‘수익형 부동산’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손실형 부동산’ 될 수 있으니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퇴직자는 한 번의 실패만으로도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퇴직 후에는 급여가 끊기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해집니다. ‘사두면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는 막연한 자산 가치 상승 기대감으로 상가를 매수하면 낭패보기 십상입니다.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은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라서 월세만 낮추면 세입자를 채워 공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가는 인구 감소, 온라인 확산 등으로 장사하는 세입자를 찾지 못하면 애먹을 수 있어요.

퇴직자가 알짜 상가를 고를 때 새겨야 할 최우선 원칙은 고수익이 아니라, 안정성과 지속성입니다. 지금처럼 고금리로 불안정해진 시장 환경이나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하더라도 현금 흐름만 원활하다면 긴 터널도 통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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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가 상가에 투자할 땐 눈높이도 낮춰야 합니다. 화려해보이는 신도시 분양 상가보다는 이미 상권이 형성된 지역에 있는 1층 상가가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사례자의 경우 신도시 상가를 평당 1억원에 분양받았다가 2년째 공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상권이 형성된 이후에 진입해야 공실 공포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1층은 2~3층 상가보다는 수익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겠지만, 퇴직자에겐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더 중요합니다.

임차인도 장기간 ‘앉아있는’ 업종, 가령 편의점이나 SSM, 은행 ATM, 병원·한의원·약국 같은 10년 안팎 장기 계약이 가능한 업종이 유리합니다. 또 노후 대비용 상가는 인근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위치여야 좋습니다. 택지 개발이 완료되어 더 이상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땅이 없는 곳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점점 오르기 때문입니다.

저금리 시기에는 대출을 많이 끼고 매수했다가 비싸게 매도하는 레버리지 전략이 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고금리 시기에는 그런 투자 전략은 버려야 합니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많이 해주지도 않겠지만, 지나치게 대출 비중이 높아지면 오히려 역레버리지가 생겨서 고생할 수 있습니다. 노후에는 현금 흐름이 좋은 상가가 효자라는 점, 잊지 마세요.

/정보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부동산 전문위원, 윤진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