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차이나는데 동갑 같아 보이는 이상한 커플
(Feel터뷰!) 넷플릭스 'Mr. 플랑크톤'의 오정세 배우를 만나다
한편, 재미는 종갓집 5대 독자 ‘어흥(오정세)’과 결혼식을 앞두고 임신했다고 거짓말까지 동원해 초강수를 두었다. 들키는 건 시간문제다. 도망갈까 고민하던 때, 하필 생물학적 아빠를 찾아가는 여정에 합석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여행길은 두 사람의 마지막 여정이 된다.
1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재미를 향한 일편단심 순애보 자체인 ‘어흥’ 역의 오정세를 만났다. 인간문화재인 어머니 ‘범호자(김혜숙)’의 그늘 아래서 기 한번 못 펴고 지냈던 아들이 일생일대의 첫사랑 앞에서 반기를 든다. 착하고 어리숙해 보여 세상 물정 몰라 보였던 어흥이 가출까지 하며 지키려는 사람이 있다.
어디에도 없는 사랑스러운 존재로 다듬어 낸 오정세의 재주였다. 다 비슷해 보여도 디테일한 변주로 만든 캐릭터 해석력이 뛰어난 배우다. 그가 맡으면 평범한 역할도 비범해진다. 극장 재미 역의 이유미와 17살 차이지만 위화감 없이 어울린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조용 작가와의 인연으로 시작된 ‘Mr. 플랑크톤’ 출연도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통해 배우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무엇이라도 참여하고 싶었다”며 출연 계기를 전했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다음은 오정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글이다.
순수한 어흥의 처음과 성장 함께해..
-어머니의 그늘과 강요에 따라 살던 어흥이 처음으로 부족한 자기 자체를 사랑해 준 재미를 만난다. 누구나 공감할 캐릭터다. 겉모습만 성장한 현대인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저는 캐릭터의 키워드를 잡아가는데 어흥의 키워드는 ‘처음’이었다. 바지를 자주 벗겠다고 엄포 놓는 것도 어흥만의 유아적인 반항의 최고치다. 그런 그가 태어나 사랑, 이별, 가출을 처음으로 하게 된다. 종국에는 처음 삶을 이야기한다. 첫사랑과 처음 사랑의 뉘앙스가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인생을 돌이켜 보면 인문계를 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휩쓸렸던 기억이다. 태어나 의지대로 한 선택은 전공이었다. 어흥이 저보다 한참 늦었지만 재미를 만나면서 값진 인생의 첫발을 내딛게 되는 거다. 처음이라 서툴고, 비록 사랑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순수한 마음을 전달했으면 된 거다. 아무튼 웅크려 있던 어흥이 신나게 즐기면서 삶을 살고 있을 거 같아 응원하고 싶었다”
-어흥, 재미, 해조, 존 나, 호자 등 배역 이름이 독특하다. 그중 어흥이란 이름이 가장 특색 있다. 재미와 붙으면 흥도 나고 호랑이로서의 존재감도 커진다. 현장에서 홍종찬 감독의 디렉팅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저를 믿어주셔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어흥의 감정선은 대체로 슬프다. 속상해서 자주 눈물을 쏟는다. 그 모습이 자칫 과하거나 반복되면 보는 사람이 불편해져 버린다. 밸런스를 조율할 수 있도록 잡아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마지막 화에서 산 정상에서 유튜브 촬영하는 신이 의미 있었다. 동네 산이었으면 어흥의 성장이 밋밋할 뻔했다. 다행히 로케이션 장소가 적합했고 큰 발걸음 한 만큼 잘 나와서 행복했다”
-해조를 질투하고 쫓다가 찐 형제가 된다. 해조와 브로맨스 감정 변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존 나 씨와의 케미도 신선한 변화다.
“도환 씨를 처음 봤을 때는 카리스마 있고 차가워 보였다. 막상 호흡 맞추니 허당미가 예뻐 보였다. 작품 안에서는 늘 든든했고 서로 호흡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촬영했다. 알렉스 렌디 씨와는 무슨 말을 해도 피드백이 없어서 어느 순간 편했다. (웃음) 5화 엔딩이던가. 방파제 앞에서 해조와 재미의 키스 장면을 존 나 씨가 가려주지 않나. 어흥으로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상황이었는데 손 사이로 둘이 더 크게 보이더라. (웃음) 마치 현미경으로 보는 듯해서 감정이 더욱 증폭되었다”
-아들의 기를 누르는 범호자 역의 김혜숙과 호흡도 ‘악귀’ 이후 두 번째다.
“맞다. ‘악귀’ 이후 재회했다. 그때는 카리스마와 위엄이 상당했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엄마, 따뜻한 엄마셨다. 정말 촬영을 즐기러 오시더라. 신난 소녀 같은 모습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도 오랫동안 일하면서 촬영장을 놀이터라 생각하고 즐기는 마음으로 오고 싶다”
-납치된 신부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다. 기억에 남는 장소나 어려웠던 장면을 꼽자면.
“어흥의 고택 완주가 기억에 남는다. 문만 열면 산과 전원이 아름답게 펼쳐지니 저절로 힐링이 되었다. 방파제 키스신 때 바람이 엄청 불었는데 유미가 날아갈 정도로 휘청거렸다. 세 사람이 머무는 무인도는 제주도고 배경은 CG로 처리했다. 재미가 칼에 찔렸을 때 어흥의 감정에도 힘이 들어가야 했다. 막상 해경이 도착하니 어흥은 포커스 아웃이 되어 버렸다. 저는 그런지도 모르고 오열해서 민망했다. (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플랑크톤의 의미다. ‘하찮은 존재인 줄 알았는데 빛을 받아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된다’는 말이 좋았다. 또 하나 더 생각나는데 재미가 친모를 만나고 혼자 울면서 길을 걷다가 누군가가 태워주겠다고 말 거는 장면이다.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니 ‘모르겠다’라고 답한다. 글로만 봤을 때는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미래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고 방황하는 청춘의 외침같이 들렸다”
배우 오정세의 처음 그리고 실패
-어흥의 처음을 이야기하다 보니 배우 오정세의 처음 실패가 궁금하다.
“(기억을 더듬으며) 오디션에 처음 떨어졌던 경험이다. 인생 전반의 실패와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프로필을 작성해 보면 안다. 경력 쓰는 칸에 아무것도 쓸 게 없으면 힘들다. 처음 경력이 생긴 역할이 단역이었다. 어렵게 오디션에 3차까지 갔지만 프로필에는 단 한 줄도 쓸 수 없었다”
-수많은 오디션 낙방을 경험하고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되었다. 데뷔 초반 신념과 현재의 신념은 같은가.
“데뷔 초에는 일 년에 한 작품, 단역이라도 좋았다. 연기를 좋아하게 된 게 단순한 스타 의식인지, 관심만 있었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이후 좋아만 하는 게 아니고 직업으로 삼아도 될지 고민할 때부터 연기론이 정립된 것 같다. 지금은 조금 좋아진 환경에서 놀고 있을 뿐이지 처음과 달라지지 않았다. 5년, 10년 후 환경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대로 쭉 유지했으면 좋겠다. 즐겁게 놀 수 있는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저도 노력할 것이다”
-넷플릭스 작품을 하면 전 세계 릴리즈 되기 때문에 해외 팬이 생기거나 관심 가져 주더라. ‘스위트홈’, ‘Mr. 플랑크톤’ 등을 했으니 해외 피드백을 받을 것 같다.
“한국에서도 절 잘 못 알아보신다. (웃음) 얼마 전 신기한 일이 있었다. 해외 뮤지션 영상을 찾다가 베를린에서 버스킹 하는 뮤지션에 매료되었다. 길거리에서 혼자 부르는데 관객이 화음을 넣어주는 소통이 멋있었다. 또 다른 분도 버스킹 뮤지션인데 신기하게 두 사람이 뭉쳐서 현재는 ‘스캇 앤 릴라’라는 듀엣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이크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노래한다.
2년 전 내한했을 때 어쩔 수 없이 홍대 공연을 못 가서 못내 아쉬웠다. 얼마 전 신기하게도 청담동 카페에서 두 사람을 만난 거다. 2년 전 공연을 못 갔다며 팬이라고 전했다. 이번에는 공연도 보고 서울숲에서 번개로 만나 버스킹 공연도 지켜봤다. 통역해 주시는 분에게 배우라고 소개하니까 엄청 놀라더라. (웃음) 기회가 된다면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보고 싶다”
-열심히 일한 만큼 잘 쉬어야 한다. 배우는 특히 일과 휴식의 밸런스가 중요하다.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 충전하는 방법이 궁금하다.
“건강 챙기려고 필라테스와 헬스를 하고 있다. 남들은 충전 시간을 꼭 가져야 한다고 하던데 저는 신나는 걸 자주 하고 싶다. 일하면서도 잘 쉰다. 일터라고 생각하지 않고 놀이터라고 생각하면 일도 신나게 할 수 있다.
취미로는 인디밴드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다닌다. 뮤지션의 무대 공연을 보며 자극받는다. 서툴고 투박하지만 울림이 진한 아티스트가 나타나면.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딕션과 동선이 필요한 배우도 있겠지만, 어떨 때는 정제되지 않은 투박함이 진심으로 통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대 위에서 공간을 자유롭게 쓰는 사람이라면 동선이 부러울 때가 있다. 배우로도 자유로워지고 싶어 공연을 자주 찾는 것 같다”
-직접 뮤지션 공연을 찾는 이유가 있나.
“음악을 잘 알거나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도 음악에서 느껴지는 정서와 공감에서 영감받는다.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 수도권에 살아서 공연 한 번 보려면 왕복 4시간이 걸린다. 가는 동안 즐거운 여행이라 생각하고 다니고 있다”
-가볍게 웃다 보면 어느새 진심 어린 마음을 건드린다. 뻔하게 흘러가지 않아 후반부를 기대하게 한다. ‘Mr. 플랑크톤’을 아직 보지 않은 시청자에게 간단히 소개해 달라.
“신선함과 유쾌함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코끝이 찡해지 거다. 존재 가치의 의미, 가족의 의미, 성장의 의미 등 각자의 서사에 맞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글: 장혜령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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